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1
아니 에르노 지음, 김선희 옮김 / 열림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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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머니는 오로지 자신의 욕구밖에 모른다. (중략) 이젠 더 이상 어머니의 기억상실증에 화가 나지 않는다. 강한 타성에 젖어 무감각해져간다. (10-11쪽)

이분은 나의 어머니이긴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녀 자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6쪽)

내가 어머니에게 드릴 수 있는 사랑이란 이 이상 더는 충족시켜드릴 수 없는 한계에 달한 사랑이었다. (어린 시절엔 그토록이나 어머니를 사랑했건만.) 나는 내 자신이 A에게 요구했던 사랑을 생각해보았다. 지금이나 그때나 내게서 멀어지기만 하는 사랑을. (36-37쪽)

어머니는 바로 내 미래의 노년기 모습이었다. 어머니이 다리 살갗은 결마다 주름살이 잡혀 있고, 이제 막 머리를 짧게 잘라주어 쭈글쭈글한 목이 훤히 드러나 보였다. 차츰차츰 노쇠해가는 어머니의 몸. 나의 내면 깊은 곳에도 이같은 육체적인 피폐가 다가오고 있는 듯한 위협을 느꼈다. (42-43쪽)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어머니가 예측할 수도 없는 일을 저지른다는 점이다. (53쪽)

처음으로 나는 내가 어머니와 함께 있지 않은 시간 동안 어머니가 이곳 병원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실제적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중략) 하여간 죄책감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는 건 생명이 멈추어버린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나의 삶이 고통과 죄책감으로 소멸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어머니‘는 곧 ‘나‘임을 실감한다. 나는 어머니가 글로 쓴 마지막 문장을 생각해본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57-58쪽)

나는 대체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어머니 곁에 있을 뿐, 그게 전부다. 내 곁엔 항상 어머니의 목소리가 있고 모든 것이 그 목소리 안에 응집되어 있다. 죽음이란 다른 모든 것을 초월해서 볼 때 목소리의 부재를 의미한다. (115쪽)

다른 어떤 고통들보다도 바로 이런 어머니의 몸짓, 그리고 허공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또 다른 온갖 몸짓을 보고 있을 때가 가장 견디기 힘들다.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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