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신호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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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고 죽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위로할 길이 없는 법이다. (21쪽, 봄)

그녀 생각으로는 이유 없는 심술과 똑똑함은 절대 공존할 수 없었다. (39쪽, 봄)

서로 간에 불꽃이 일어난 남자와 여자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 그들에게 일어났다. 순식간에, 그들은 예전에 알았던 쾌락을 더는 기억하지 못했고, 자신들의 육체의 한계를 잊었다. 수치심이라든지 담대함이라든지 하는 단어들이 그만그만하게 추상적이 되었다. 이제 한두 시간 뒤에는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그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이 부도덕하게 여겨졌다. (70쪽, 봄)

많은 은밀한 관계들이 이런 식으로 침무고가, 질문의 부재와, 되집지 않는 문장과, 작정하고 선택한 평범한 단어, 너무 평범해서 엉뚱해 보이는 단어에 의해 발각된다. 어쨌든 루실과 앙투안의 웃음을, 그 행복한 표정을 처음 보는 누구라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83쪽, 봄)

‘당연히 그가 돌아온 이후로 한 침대를 썼지. 이따금 그랬던 것처럼. 당연히 그건 너와 나 사이에 일어난 일, 그 영역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어. 그 영역, 그건 열정이고 열정은 다른 어떤 것과도 같지 않으니까. 내 몸은 너하고 있을 때만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똑똑해져. 너도 그걸 알 거야.‘ 그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종류의 일에서 남자가 여자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이미 수천 번이나 알려지고 확인된 통념이었다. (148-149쪽, 봄)

실제로 더 바랄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그것은 결국 우리고 충만함이라고 부는 것이었다. 하지만 루실은 언젠가, 어느 훗날엔, 이 충많ㅁㅁ의 기억을 넘어서기 위해 어찌하면 좋을 지 의문이었다. 그녀는 행복했고, 두려웠다. (184쪽, 여름)

루실은 이제 칵테일의 강렬한 빛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달았다. 때로 알코올은 가차없고 결정적인 투광기가 되기도 하는데, 이 투광기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믿기 위해 매일 자신에게 했던 수천 가지 거짓말들을 적나라하게 비추었다. 그녀는 불행했고, 그것은 부당했다. 스스로에 대한 한없는 연민이 엄습해왔다. (212쪽, 가을)

예전엔 기다림으로 충만했던 빈 시간들이 정말로 빈 시간들이 되었다. 그녀가 그를 기적이 아닌 일상으로서 기다렸기 때문이다. (253쪽,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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