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없는 뜨개 - 누구에게나 맞는 옷을 뜨는 기본적인 기법과 쉬운 지침
엘리자베스 짐머만 지음, 서라미 옮김, 한미란 감수 / 윌스타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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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머만은 뜨개인의 언어로 뜨개를 말한 사람이라고. 그 언어 덕분에 짐머만의 뜨개 철학은 이토록 오랜 세월 뜨개인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철학이 원래 그렇듯 내 뜨개 철학도 몇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뜨개의 주요 목적은 즐거움과 만족감이다. 거기에 절약과 창의성, 산업이라는 외관, 그리고 무엇보다 풍부한 기지resourcefulness가 따라가야 한다. 핵심은 아마도 풍부한 기지일 것이다." ‘풍부한 기지‘를 입말로 바꾼다면 ‘센스‘ 정도가 되지 않을까. (12쪽)

능숙한 뜨개란 불안해하거나 긴장하지 않고, 부담 없이 자신감과 창의력을 발휘해 재미와 최상의 자부심을 느끼며 느긋하게 하는 뜨개를 말한다. (22쪽)

뜨개 기법을 단 두 가지로 나누기에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심오하다. 그래도 어쨌든 두 가지로 나누자면, 실을 어느 손으로 잡는가에 따라서 오른손 기법과 외손 기법으로 나눌 수 있다. (중략) 실을 오른손으로 잡고 뜨는 오른손 뜨개인을 잉글리시 또는 아메리칸 스타일로 뜬다고 말한다. (중략) 왼손 뜨개인들은 대개 유럽 대륙 배경을 가진 이들이다. 그들은 실을 왼손 검지에 걸고 오른쪽 바늘로 코를 뜬다. (42-44쪽)

오늘날에도 뜨개는 때때로 찾아오는 기다림의 순간을 채워준다. 무언가를 마냥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커피가 끓기를 기다리는 시간, 차 안에서 대기하는 시간, 낚시대를 드리우고 입질을 기다리는 시간, 가족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끝나 내가 원하는 채널로 바꿀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중략) 그리하여 지루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 뜨개가 있다. 인간 정신의 버팀목으로서 뜨개는 상당히 효과적이다. (90-91쪽)

부디 꿰매기를 못한다고 말하지 말자. 안 하는 것뿐이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늘 뜨개가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라는 말을 들을 때처럼 화가 난다. 과연 그럴까? 당신은 식단을 짤 수 있는가? 머리를 묶어 올리는 일은? 타이핑을 하고, 문법에 맞게 문장을 쓰고, 카드를 섞을 수 있는가? 이 모든 일이 뜨개보다 어렵다. 그냥 뜨개가 싫으면서 왜 아닌 척을 하는지, 뜨개를 강요하는 사람은 없으니 부디 다른 일을 하기를. 심리스 원통 스웨터는 안뜨기와 꿰매기라는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며 논리적이기까지 하다. (92-93쪽)

뜨개에는 옳은 방법도 틀린 방법도 없다. 좋은 뜨개 방법이란 곧 내게 맞는 방법이다. 실과 어울리고 무늬와 어울리며 여러분이 뜨려는 모양을 잘 살려주는 뜨개법이다. (106쪽)

심리스 스웨터에는 두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장점은 사방으로 늘어나 편하다는 점이다. 스웨터를 벗을 때 소매에서 팔을 꺼내며 솔기 뜯어지는 소리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두 번째, 솔기가 없으니 바느질 솜씨가 필요하지 않다. 심리스 스웨터를 한 벌 만들어봤다면 다른 장점도 발견했을 것이다. 도안에 시선을 빼앗기는 대신 무념무상으로 뜰 수 있다는 점이다. (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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