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에게 없어서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가지고 있는 너였기에 만나게 되고 결혼까지 하지 않았을까, '평범한 결혼생활'을 읽으면서 느꼈다. 그리하여 원래 없었던 그러한 부분들은 이물질처럼 다가와 따갑고 마찰이 일어나고 생채기까지 만드는, 만날 때마다 소음으로 이어져 온, 그러면서도 서로 버리지도 떠나지도 못한 결혼생활을 연애까지 합치면 40여년이 된다. 어쩌면, 그러한 부분들 속에서 자잘한 장점과 보석들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지금은 서로의 끝에 서서 마주한 우리가 뒤돌아서면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그런 지점 쯤에 있는 것 같다. 결혼한 지 30년이 지나면서 듣게 된 말, 너는 이때껏 결혼기념일에 선물한 번 안하더라, 혼자 한 결혼도 아닌데...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거야,로 응수한다. 이러이러하면 좋을 텐데, 이렇게 말을 하고 들으면 될건 데, 어쩌면 저런 생각을 하다니 등등이 마음 속에서 뭉글뭉글 올라오지만, 너 또한 그러한 마음을 애써 다스리고 있다고 믿어본다. 우리의 저울은 서로가 떠나 살기보다 함께 있는 게 아주 조금 더 행복으로 기우니까... 그리고 그간 전투로 맺어진 진한 전우애가 만만치 않다... 함께 퇴직을 한 우리는 아직도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있다. 오히려 이전보다 이야기를 더 많이하면서 서로를 아직도 알아가고 있다. 또한 시간이 많아 어디든 떠나고 그러고 살고 있다... 결혼생활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뻔하게 보여도 특별하다.  


*이 산문을 쓰면서 중간중간 자기 검열을 하고 있다. 선을 넘을까 봐가 아니라 쓰나 마나 한 뻔한 글이 될 까 봐. 결혼에 대한 뻔한 글들은 이미 넘쳐날 정도로 충분하다.(94쪽)

*초고를 읽은 후 그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다 잘 봤는데 내가 궁금한 건 과연 이걸 돈 주고 사 읽을 사람이 있겠느냐는 거야."(126쪽)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OST / 문문 [결혼]

결혼에 대하여
예쁜 단어를 골라
예쁜 칭찬을 하고
예쁜 밤을 만들 것

결혼에 대하여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사랑을 하고
좋은 집을 갖는 것

나 그게 어려워 혼자
TV를 트나봐 편한
옷을 입고 나가 독한
소주를 사나봐 혼자

남산에 가나봐 혼자
한강을 걷나봐 혼자
저녁을 먹나봐 뭔가
다 어려우니까

쓰다 남은 위로라면 그냥 지나가도 돼
사랑없이 사는 것도 들먹이진 말아줘
나를 보면 지금보다 울먹이지 말도록
혼자 먹는 저녁말고

사랑 너머에 관하여
가끔 나쁜 얼굴에 각진 단어를 골라
아프게 말하고

남이 되잖아요
내 마음은 그래
나 그게 두려워
나 그게 어려워

TV나 보는 중
TV나 보는 중
TV나 보는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