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결혼생활
임경선 지음 / 토스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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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본다. 나에게 결혼생활이란 무엇보다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다. 생활 패턴, 식성, 취향, 습관과 버릇, 더위와 추위에 대한 민감한 정도, 여행 방식, 하물며 성적 기호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이렇게 나와 다를 수 있지?‘를 발견하는 나날이었다. 나중에 이 질문은 점차 ‘이토록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어째서 이렇게 오래 같이 살 수가 있지?‘로 변해갔지만. (8쪽)

하지만 결혼한 상태에서 이별은 훨씬 더 어렵다. 이따금 결혼 후 몇 년이 지난 여자들에게서 ‘남편을 봐도 더 이상 설레지 않아요‘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서로 매일 얼굴 보며 사는 부부 사이에 설렘이 없어지는 건 아마도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네가 설레지 않는 것처럼, 남편도 너를 보며 설레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나는 다정하게 알려준다. (77쪽)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에 불과하지만 성은 상대에게 ‘주는‘것이 아니라 ‘빼앗는‘것이다. 서로 허락한 상대라면, 그 사람의 몸을 이용해서 내 몸을 기쁘게 해버리고 말겠다, 정도의 이기심과 기세가 넘쳐야 성관계가 자유롭고 즐겁다. 단, 그 전제는 두 사람 다 똑같이 제대로 못되게 굴어야 즐겁고 창의적일 것아른 것(한 사람은 이타적인데 다른 한 사람이 이기적이면 착취가 된다). 어설픈 배려와 무지로 자체 검열을 하게 되면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하거나 상대에게 요구할 때 심리적으로 부대끼게 된다. 자신의 몸과 기분을 우선시하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팽팽하게 맞설 때, 연체료가 붙지 않는 일시불처럼 비로소 우리 몸은 가뿐하게 날아간다. (99쪽)

그는 직감적으로 아는 듯하다. 수가 틀리면 언제든 내가 자신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미 내가 가까운 인간관계에서 그렇게 했던 것을 몇 번 옆에서 목격했기 때문에. (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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