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살아간다
리즈 마빈 지음, 애니 데이비드슨 그림, 김현수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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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거의 4억 년 전부터 이 땅에 존재해왔다. 깊은 지혜를 쌓아 오기에 충분히 긴 세월이다. 그 오랜 세월을 지나오며 나무들은 적응과 생존과 번영의 달인이 되었다. (9쪽)

현재를 즐길 줄 안다는 것은 좋은 시절이 왔을 때 기꺼이 그 시간을 즐길 마음가짐을 가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매년 5월이면 밤나무는 캔들이라 알려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 밤나무의 꽃향기는 다양한 곤충을 불러 모으고, 유서깊은 이 꽃가루 파티에는 모두 차별 없이 초대된다. (34쪽)

사람들처럼 나무도 관계 속에서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과학자들은 미송 같은 나무들이 잠정적으로 서로의 햇빛을 가리게 될 상황을 감수하면서 왜 가깝게 붙어 자라는지 의아해했다. 알고 보니 토양 속 곰팡이의 도움으로 나무뿌리가 서로 연결되어 영양분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76쪽)

나무도 살다 보면 혹도 생기과 멍이 들면서 골칫거리를 만나기도 한다. 나무는 비록 움직일 순 없으나 어느 정도 선에서 단념할 건 단념하고 넘어가는 지혜가 있다. 망가진 부분을 ‘고치거나‘ 감염균과 싸우기 위해 에너지를 다 쏟아붓는 대신, 나머지 건강한 조직을 지키기 위해 문제가 있는 부위만 봉인해버리는 것이다. 이 분야의 명수가 바로 유럽 호양목이다. (82쪽)

우리 앞에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그것을 이길 힘이 내 안에 있다는 믿음, 그것이 곧 자신감의 열쇠다. 그 방면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나무가 뉴질랜드산 카우리소나무다. 이 나무는 숲의 일원으로서도, 철저히 혼자서도 1000년 이상 살아갈 수 있다. 놀라운 자급자족의 힘으로 독립적인 삶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91쪽)

설령 벌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는다면 진정한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 나무가 스스로 참 잘했다고 자기 등을 두드려줄 순 없으니, 참 아쉽다. 자작나무는 빙하기부터 자기 일을 정말 열심히 해왔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빈터가 생기면 가장 먼저 바람을 타고 작디작은 씨앗들을 퍼뜨려 다른 나무들을 위한 기반을 준비하는 나무가 바로 활기 넘치고 우아한 자작나무다. 수명이 8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이 나무는 그렇게 자기 할 일을 마친 후 생을 마감하고, 정작 본인은 사라지면서 새로운 숲이 삶을 이어나가는 데 만족한다. (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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