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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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혼자라고? 은둔하는데 명랑하다고? 그런 모순이 어딨어! 그건 불가능해! 안타깝게도, 이런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41쪽)

나는 원래 숫기 없는 성격이다. 카인과의 소통을 늘 부담스럽게 느껴왔고, 앞으로도 아마 어느 정도는 계속 그럴 것이다. 따라서 나는 혼자 있는 걸 늘 대단히 편하게 여겼지만, 그러면서도 그 상태를 만끽할 줄은 잘 몰랐다. 혼자 방에 앉아 있으면서도 초조해지지 않는 것, 연애의 틀 밖에서도 안락과 위로의 인정을 얻을 수 있다고 느끼는 것, 내가 가진 자원만으로도 -나라는 사람, 내가 하는 선택만으로도- 고독의 어두운 복도를 끝까지 걸어서 밝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 이런 것은 잘하지 못했다. (49-50쪽)

내가 마이클에게 부족하다고 느끼는 특질들은 대개 나 자신에게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특질들이다. 마이클이 완벽하지 않다면 -우리가 완벽하지 않다면- 당연히 나도 완벽하지 않다. (80쪽)

타인에 대한 화가 자기 자신에 대한 화를, 자신에 대한 불편함을 반영할 때가 많다는 말은 진실이라도 생각한다. (중략) 어머니라는 사람, 딸이라는 사람, 서로 상대가 이런 사람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모습, 그 사이를 잇는 선들은 서로 교차하고 엉클어지고 겹쳐지기 일쑤다. (150쪽)

내 경우의 이 공허함은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스스로 만족스럽거나 안정적이라고 느끼기 위해서, 나 자신이 편안하게 느끼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186쪽)

우리는 각자의 부모에 대해서 오랫동안 남몰래 화낸다.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아닌지, 우리는 그들이 어떤 사람이기를 바라는지. 우리가 어떤 실망과 단절을 겪었는지, 그들이 우리를 키운 방식이 왜 이렇게 꼬여 있었는지, 이 모두에 대해서 화낸다. 이 괴로움을 놓아버리는 일은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고, 자기 인식과 성숙함과 시간이 절묘한 비율로 섞여야 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혹은 왜 그 일이 가능해지는지, 부모에 대한 복잡한 감정에서 가장 아픈 모서릳르이 깎여 나가는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192쪽)

내가 그런 일을 가능케 할 만한 행동을 했던 게 아닌지, 사귀고 싶다는 신호라도 내보냈던 게 아닌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내보낸 것은 다른 신호들이었을 것이다. 불안정의 신호,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의 신호,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는 갈망의 신호, 이것은 강력한 감정들이고, 어떤 사람들은(어떤 남자들은) 이런 감정을 포착하는 능력이 남다른 것 같다. 그들은 인정 욕구를 정확히 가려내고 대상에게 접근한다. (249쪽)

어느 구석을 보나, 어느 표면을 보나 거기에는 수십 년 치의 감정이 숨어 있었다. 그러니 내가 내 집에서 발휘하는 정리벽은 그에 대한 아주 강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내가 내면의 무질서와 격변처럼 느낀 상황에 대한 방어 행동이었다. 그것은 두려움에 압도된 나머지 통제력을 갈구하는 행동인데, 나는 과거에 거식증을 겪을 때도 그랬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혼돈으로 느껴질 때, 우리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을 통제하려고 든다. 무엇이든 좋으니 무언가를 이를테면 자신이 섭취하는 칼로리를, 자신의 몸무게를, 자신의 환경을, 공황에 빠진 사람은 이상한 짓도 하게 된다. (267쪽)

근육을 혹사함으로써 다른 상태가 되고 싶은 바람, 그와 더불어 충분함에 대한 의문으로 괴로워하는 마음마저 없애버리고 싶은 바람이다. 운동은 얼마나 열심히 해야 충분할까? (중략) 대체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지? (중략) 운동이 나 자신을 벌주는 방법, 말 그대로 나 자신을 때려눕히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311-312쪽)

우리의 마음 또한 여러 면에서 하나의 근육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체육관에서 운동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체육관 밖에서도 돌봐야 하는 근육이라는 것이다. (3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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