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책을 몇 권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제목으로 시리즈로 나오고 있는, '시'라는 말에 성큼 꼬리를 잘랐다. 물론, '시와 산책'도 구입해야겠지만... 비닐커버로 단단히 봉한? 책을 받으면서 가성비가 떠올랐고, 내용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자는 '지금이 아니면 언제?' 를 기준점으로 좋아하는 것 또는 좋아하지 않는 것을 과제로 하고 있다. 프랭크 오하라와 브로드스키의 삶의 방식을 대안으로 숙제를 하고 있다. 일상의 소소하고 신변잡기는 지금 일어나는 일이고 이 순간의 삶이다. 이를 '시'로 말한 프랭크 오하라. 그리고 브로드스키의 비체제적, 비시대적 삶, 지금의 삶에서 자신의 할 일을 하며 사는 것을 방향으로 잡고 있다. 즉, 좋아하는 일 하기. 즐거운 일 하기, 자신의 할 일을 하면서, 재밌게 살기다.
좋아하는 것은 쌓여 권력이 되고, 특권이 되어, 이념이 되어, 정작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나아간다. 저항과 비판을 하면서, 그들의 자리에 가지만 그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저자는 현재의 순간에 완연히 접촉하는 시네필리아로서 이렇게 살아간단다. '훌륭하지도 비참하지도 않고 보수적이지도 진보적이지도 않으며 세계에 맞서거나 세계에 종속되지 않은 상태로(또는 둘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할 일을 하는 것(140쪽).'
일상은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할 일을 하면 된다... 만년필을 꺼내서 '시' 몇 편을 적었다.
-프랭크 오하라, [워킹 투 워크Walking to work] 부분 (63쪽)
나는 길거리에
녹아들고 있어.
당신은 누구를 사랑해?
나를?
빨간불인데 그냥 건널래.
-안나 아흐마토바, [그는 좋아했지...... ] 전문(93쪽)
그는 세상에서 세 가지를 좋아했지.
저녁의 찬송, 흰 공작들,
그리고 낡은 미국의 지도.
좋아하지 않았던 것은
아이가 우는 것, 딸기를 넣은 차,
그리고 여자의 히스테리.
...... 그런데 나는 그의 아내였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