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인문학 - 서울대 교수 8인의 특별한 인생수업
배철현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점들 중 하나는 인간만이 최선을 상정하고 그것을 지향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선의 삶‘이란 무엇일까요? (19쪽)

우리는 인문학적 소양을, 내가 더 강해져 남을 쉽게 이기기 위한 무기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합니다. 우리는 일생 동안 내가 아닌 다른 것들을 배웁니다. 그런데 그것들을 배우는 이유는 나 자신을 벗어나 남의 입장에 서보는 연습을 함으로써 인간 마음에 내재한 ‘컴패션‘을 ‘밖으로 꺼내기e-ducation‘ 위함입니다. 최고의 인문학적 소양이란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암기나 이해가 아니라, 바로 자신을 없애고 타인을 내 삶의 중심으로 삼는 ‘컴패션‘입니다. (35쪽)

인류 역사상 오랜 기간 동안 우리는 ‘잘 사는 것‘에 대한 평가를 사회적 기준에 의해 받아들이고 그것에 대해 별 이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더 이상 사회적 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변한 지금의 상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객관적 상황이 아무리 나빠지더라도 내가 행복하다고만 생각하면 나는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것은 거꾸로 생각하면 어떻습니까?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면 나는 어떤 조건에서도 결코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나는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해서 실제로 행복해질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입니다. (59쪽)

미움의 대상은 이미 내가 볼 수 없는 다른 곳에 있거나 아니면 죽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내가 미워하는 감정을 갖고 있으면 그 사람이 힘든 게 아니라 내가 힘든 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미워하는 감정을 해결해야 하는 건 온전히 내 몫입니다. 그러니 그 짐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자비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70쪽)

인간의 모든 행위는, 그 치열했던, 너무도 격렬했던 분노의 끝은 그래봤자 ‘죽음‘이라는 것이지요. (120쪽)

아무리 치욕적이고 부끄러운 과거라 하더라도 끊임없이 기억하고, 반성하고, 성찰하고, 교육할 때에만 지나간 역사는 오늘날 새로운 가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171-172쪽)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것은 서구인들이 자기 중심적인 시각에서 동양에 대해 갖는 편견을 말하는데, 우리 또한 알게 모르게 그런 서구중심주의에 물들어 우리 안에 오리엔탈리즘이 깊숙이 자리 잡게 됩니다. 사실 그것이 무서운 일이지요. 스스로를 긍정하지 못하고 비화하는 것 말입니다. (202쪽)

여기서 남과 북은 구체적으로 후진국(약소국)과 선진국(강대국)을 가리키는데, 이 글에 ‘예외La exception‘라는 제목이 붙여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남과 북이 여전히 동등한 조건에 놓여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새로운 시각으로 라틴아메리카를 바라고보고자 하는 시도들의 궁극적 목표는 이런 예외적인 상황을 보편적 현실로 변화시키는 실천적 작업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24쪽)

‘탄생‘은 본인의 선택일까요? ‘탄생‘은 선택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삶‘은 선택일까요?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크든 작든 선택의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죽음‘은 어떤가요? ‘죽음‘은 선택일까요? 인간의 이성이나 경험으로는 죽음 이후의 삶을 알 수가 없습니다. (247쪽)

인간은 진리보다는 정신적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권위주의적 종교와 이데올로기는 인간을 정신적으로 성숙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권위에 대해 무비판적이 되게 만들고 또한 자신이 신봉하는 종교나 이데올로기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인간이 되게 합니다. (299쪽)

이러한 소유양식의 반대가 존재양식인즉, 존재양식의 삶을 살 때 사람들은 다른 인간들이나 사물들과 대립되는 협소한 자아에서 탈피해 자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존재자의 신성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다른 인간들과 사물들에 대해서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며 그들의 성장을 도우려고 합니다. 소요양식은 쾌감을 낳는 반면에 존재양식은 기쁨을 낳습니다. (중략) 기쁨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올바른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304-305쪽)

현재의 시간은 항상 과거로 넘어가기에 현재는 항상 지나가 없어져버린다는 말이지요. 다른 각도에서 보면, 시간이 비존재를 향해 간다는 것은 곧 시간 속을 사는 우리는 지금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존재인 죽음을 향해서 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할 겁니다. 모든 사람들이, 즉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이 죽음을 향해서 가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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