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밤이다. 꼭 집어 뭐라 정의 내릴 수도, 규정하지 못하는, 애매모호하다. 뭔가를 할 때 나만의 선택지가 사라지고, 이거도 좋고 저거도 괜찮다는 무한의 상태랄까. 그러면서 나의 고유한 색이, 그 간의 까칠했던 신경쓰임이 무색해지는... 짙은 다름이 멋짐같은 말로 오용되어 언제나 색깔 다름을 은연 중에 선택해 온 것 같다.... 뭔가의 반대라는 말이 죽음과 삶처럼 정말로 반대도 있지만, 개념이 모호한, 덥다와 춥다같이 가운데가 얼마큼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도, 또한 네가 있는 곳에서의 거기가 내가 있는 곳에서의 여기가 되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반대도 있다. 그런데 그 반대라는 부분에 많이, 아니 다름에 많이 치중해 온 거 같다... 인생은 이 가운데를 통과하는 거 같다. 한발한발이 정확한 지점을 딛기도 하지만 늦거나, 앞서거나 옆길로, 한참이나 에둘러 지나가는 거 같다. 그래서 누군가를 보면 맞는? 잘 살아보이기도 하지만, 나의 발은 도무지 웬만해선 지금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보여지는 모습에 충실하고, 보이는 부분에 애쓰고 있는 거 같다. 난 분명 반대 지점에 있는 것 같고 잘못된 길로 들어섰는데, 나를 본 이들은 괜찮다고 잘 하고 있다고 들려주는 말에서 위로도 받고 위안도 하고 있으니... 그러고보면 삶이라는 건 종합문같다. 언제나 참인 문장이 있지만 누가봐도 거짓인 문장도 있다. 그리고 참인지 거짓인지는 눈으로 확인하거나 그런 일을 증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개인이 현실에서 부딪혀 만들어가는 문장도 있다. 그러한 문장을 누가 틀리고, 맞다로 규정하고, 옳다와 그르다로 말할 수 있을까마는,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저자의 인생은 종합문이었다. 한 꼭지씩 읽을 때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마주쳐온 그러한 일들이 들어 있다. 눈을 돌리면 이웃이 있고, 그들의 소리가 들리고, 아이들과 부대끼고, 내밀한 부부의 일, 친구들 등, 모든 모습들이 들어있다. 각 장면에서의 기쁨뿐 아니라 난감함과 아쉬움도, 누군가가 미리 말해주었더라면, 아니 그런 상황을 누군가에게 말할수 있었더라면 하는, 그녀의 마음이 녹아 있다. 특히, 가족간의 불통, 엄마와의 단절, 닿고 싶은 엄마의 맘은 언제나 다른 곳에 가 있다.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가족에게서는 그 어떤 삶의 내용도 듣지 못했던, 그녀가 자신의 인생을 풀어서 쓴 글이다. 그때 그것을 알았더라면 달라졌을까.. 아주 작은 일도 지금에서야 알게 되는데, 그래도 조금은 달라졌을거야... 그래서 그녀의 글을 읽는데 아깝고, 안타까운 마음에다 후회도 조금 가미된 감정들이 같이 왔다. 언제나 선택에서 머뭇대다가 모자라고 부족한 것을 고르고, 그러다 결국 얼추 맞는 것을 다시 고르는, 오늘도 그러고 있다. 마음에 드는 것 앞에서 선뜻 고르지 못하고 자꾸만 돌아서 가려는 마음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래도 그까이껏, 심각한 피해를 주거나 어려움이 없었잖아. 괜찮아 하지만, 가랑비도 옷을 적신다는.... 이게 지금의 나의 삶이고 모습이네.  (~하는 것 같다.. 이런 말을 많이 쓰고 있다니. 에구구.)(번역을 참 고급지게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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