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거리두기, 방콕하기, 냉장고 파먹기, 라디오 듣기, 수세미 뜨기, 붕어빵 만들기, 콜라비 깎아 먹기, 말린 비트와 여러가지 넣고 물 끓이기, 콩나물 봄동 부침개, 쇼핑... 좋아하는 원피스는 설겆이할 때 입어야 하나, 점점 불어나는 듯한 외모, 거울 속 모습을 볼 때마다 깜짝하게 되는, 간간히 오던 전화도 없고, 마스크사려고 줄 서는 것이 싫어 천마스크와 거즈를 잔뜩사서 가끔씩 동네 한바퀴 돌 때 사용한다. 실컷 잠자고 실컷 먹는 중인데, 총량의 법칙에 따라 이때껏 건너 띈 식사를 하는 중이다. 어쩌면 지금의 이 생활이 나이 들면서 지속되는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간간히 여행을 떠나고 연중 행사로 만나는 서너명의 친구들이 전부이니, 책 읽기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거리 같다. 소설 읽기에서 우리는 '소박한 독자' 이거나 '성찰적인 독자' 일 수 있다. 소설 쓰기 또한 소박하거나 성찰적일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동시에 둘 다일 수 있다. 소설 읽기는 소설의 풍경을 시각적으로 환원하여 세부사항에서 점차 중심부를 찾아간다고 볼 수 있다. 인위적인 면을 성찰적으로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에 의해 묘사된 풍경들을 우리와 동일시하여 다른 세상을 알 수 있게 된다. 소설을 통하여 세상을 만나는 일이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소설의 내용이 실재일까 허구일까는 오로지 독자의 몫이라 여겨진다. 자신의 경험과 맞닿아 있을 때는 다른 의미로 -성찰적으로- 남게 된다. 그림은 보여지는 소박한 면에 치우친다면, 소설은 상상하면서 소설 속에 들어가 성찰적인 면을 훨씬 더 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림이 우리집에 걸려 있다면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