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적의 친구 - 파리, 내가 만난 스물네 명의 파리지앵 걸어본다 8
김이듬 지음, 위성환 사진 / 난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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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그렇다면 당신의 주된 활동은 무엇인가?
E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리서치‘라고 부른다. (중략) 내가 하는 일들은 모두 일종의 리서치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등도 마찬가지다. (19쪽)

K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A 생각을 적게 하는 사람, 바로 행동하는 성격의 사람. 나는 너무 신중한 편이거든요. (30쪽)

K 선생님께서는 한국에서 성균관대학교 외의 다른 대학에서 일한 경험도 있으시죠?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P (중략) 교육의 문제점은 학생들의, 학생들을 위한 자주성이랄까. 자율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또한 주된 구성원인 학생들에게 상세히 발표하거나 면밀히 검토하고 잘 구조화된 리포트를 작성하는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저명한 사상가들에 대한 비판적 수용이 없었습니다. (37-38쪽)


K 마지막으로 한국인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P 살라, 행동하라, 일하라. 하지만 다른 사람이 당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항상 궁금해하는 것을 멈추세요. (

K 너는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G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서는 나라와 사람들이 힘들고, 또 정말 힘들다고 생각해. 그들은 인정받기를 원해. 나는 가끔 슬퍼. 왜냐하면 한국은 현대성의 측면에서 너무 미숙하고 나는 그들이 서양에 의해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49쪽)

K 어리석지만 중요한 질문을 드릴게요. ‘문학‘ 혹은 ‘시‘란 무엇입니까?
F 당신은 시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가? (중략) 시나 노래는 혁명을 만들기에 충분하지 않지만 어떤 혁명도 시나 노래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와 정치는 같은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 시와 정치는 꽤나 다르고, 종종 상반된 현실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협력하기도 한다. 그리고 좋은 결과를 낳는다. 내 친구인 어느 미국 시인이 말하길, 이것은 왼손. 오른손과 같다. 그것들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둘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의 뜻은 문학적 장르로서의 시poetry가 없는 정치적 시poeme politique는 공허하다는 것이다. (중략)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인간적이고 아름답게 하기 위하여 시가 필요하다. (61-62쪽)

K 무슨 데모가 이렇게 축제 분위기야?
A 우리는 평화적인 시위를 통해 제도 개혁을 주장하는 거야, 시민들이 거리에서 시위 행진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한 행위잖아.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보호해주는 것이 민주주의지. 한국은 어때? (69쪽)

김 파리에 유학 오려는 이에게 들려줄 말이 있다면요?
최 (중략)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따위의 세계화를 가장한 편협한 민족주의적 사고에는 개인적으로 반대하지만, 한국 안에서 그 사회의 가장 첨예한 문제들과 대립하며 사유와 예술을 펼치는 것이 가장 근본적으로 세계적인 문제와 맞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중략) 공부만을 위하여 이곳에 올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중략) 프랑스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질문을 매일 던져보게 되는 나라이기도 하죠.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는, 그 어디에 있든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첨예한 문제의식을 잃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77-78쪽)

K 네 커피가 유독 맛있는 건 골드 샷에 기인한 거 같은데, 골드 샷은 어떤 거야?
E (중략) 나에게 골드 샷이란 가지고 있는 원두에서 최상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이것을 마시는 사람이 맛과 향과 그 느낌을 언제나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샷을 말해. 내 커피를 마시는 손님에게 하나의 지침서(참고서)가 되길 바라. (84쪽)

K 당신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S 음악은 당신이 듣는 모든 것과 당신이 이해하는 그 모든 것 사이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95쪽)

K 당신은 무엇을 위해 연주를 해요?
S 콘서트와 DVD 만들기는 달라요. DVD는 모르는 이에게 보내는 편지같아서 예쁘게 만들려고 애를 씁니다. 콘서트는 다르죠. 모든 이와 여러 시간 공유하는 세계입니다. 즉흥적인 소통이 가능해요. 음악은 말이고 놀이입니다. 모든 이가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한다고 하면 당신은 실망할까요? (103쪽)

K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R (중략)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나의 일을 좋아하고 현재를 사랑합니다. 아, 그리고 난 프로듀서지만 음악가예요. 중세 유럽 기타를 밤새워 연습하고 있지만 좋은 아티스트는 아니라서 하루종일 아주 좋은 음악가들과 생활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해요. (112쪽0

한국을 떠나 평생 살 수 있을까? 난 글쎄다. (120쪽)

"탱고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요?" 직업이 고교교사인 에바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탱고는 인생이죠. 난 죽을 때까지 춤추고 싶어요." 누구나 자기 삶이 끝나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한두 가지는 있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대단히 가치 있으며 무엇이 하찮은가는 아무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128쪽)

K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뭘까요?
P 돈과 이혼 문제입니다. 이혼 때문에 아이 셋의 양육 소송중인데, 그애들은 스페인에 살고 있고 1년에 두 번 만나고 있어요. 보고 싶을 때 보지 못하고 부드러운 뺨을 쓰다듬을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슬픔이에요. (136쪽)

욕심내지 않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좀 더디더라도 제가 가진 것에 맞춰 천천히 가면 되지 않을까요? (중략)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남과 비교해서 나를 채찍질하는 그런 환경에서 자란 탓인지 우리 자신한테 너무 관대하지 못한 것 같아요. 사실 여기서 지내는 6년 동안 친구들한테 그런 지적도 많이 들었고요. 이런 엄격함이 우리가 진짜 포기해야 할 것과 욕심내야 할 것을 바꿔 놓은 건 아닐까요? (164쪽)

K "파리지엔 파리지엥"을 피사체로 한 작품 모음도 있는데요. 그들을 한마디로 규정할 수 있을까요?
H 나는 파리지엔느 하면 검은 여자가 떠올라요. 이 여자는 엘레강스하고 오래전부터 프랑스에 있어온 어떤 하나의 문화예요. 반면 한국 여자들은 같은 옷, 비슷한 스타일을 많이 따르는 것 같아요. 파리지엔느는 다른 국가와 다른 프랑스의 유일한 것, 유행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미학 같은 겁니다. (195쪽)

나는 인터뷰이라는 거울을 통해 나를 바라보았다. 건강한 아웃사이더를 만나도 그 거울 속엔 신음하는 내가 있다. 인터뷰라는 형식의 창으로 그들을 찌른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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