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당신의 능력을 보여 다오

내가 만든 풍경을 독자여

완성시켜 다오

밟혀도 소리 내지 않고 울부짖지 않는

밟히면서 사라지는

나는

첫눈 (123쪽)

 

눈 속에서 '참'이라는 동물이 되기 전에 구조대가 와야 하는데, 이제 능력을 보일 때가 되었는데도, 서로를 잡아 먹으면서 아닌 척, 모르는 척, 긴 시간을 견뎌왔고 어떻게든 살아야겠다. 첫눈은 금방 사라지는데, 첫눈은 쓱 지나가는데도, 이미 '참'이라는 동물이 되어 있다.

싱싱하고 살아서 날뛰는 단어에서는 시인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역쉬, 장정일이다.

오랫만에 컴퓨터에서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다. 대학시절 처음 맛본 벽돌깨기에 이어 갤러그가 그리웠다. 담배연기 가득한 오락실에 여자 혼자서 보너스게임까지 하고 있는 나에게 선뜻 들어오기 어려웠다는 친구들의 말, 스타와 롤로 학창시절을 보낸 아들을 보면 모전자전이랄까...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친구들의 연말모임도 거절했다. 올해는 무엇을 했지, 뒤돌아 보니, 몸과 맘을 쉬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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