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짐, 맺힘 문지 에크리
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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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아파트, 편준화된 학교, 기성복 따위와 마찬가지로 단순 명료한 것을 즐기는, 아니. 즐기게 되어 있는 현대 사회의 한 상징이다. 그것이 무서운 것은 그것이 평준화된, 획일적인 사고를 만들어낸다는 데에 있다. (51쪽)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술자리는 과음이 되어 서로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큰 소리를 질러대는 자리나 공연히 처연한 몸짓으로 즐겁게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자리이다. 과음이 되어 술자리가 높은 고함으로 가득 찰 때, 술이 부풀린 말들은 터져 불에 탄다. 그때 남은 것은 말의 뼈들만이다. (77쪽)

전통이 있다는 것은 길을 잃고 헤매었을 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타이의 모든 대학이 국립이며, 그 교육의 중심에 불교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타이 정권의 안정의 한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133쪽)

문화는 인간 내부에 숨어 있는 인간을 동물화하려는 모든 노력과의 싸움 끝에 얻어지는 어떤 형태이다. 놀이는 인간 내부의 욕망을 순간적으로 무화시킴으로써 자기 존재의 허무를 보지 못하게 한다. (138쪽)

무엇인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일이 그렇게 되어주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일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을 때, 우리는 기다리지 않는다. (160쪽)

프랑스의 지적 힘은 사회의 한구석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구석의 일로만 남겨두지 않고, 그것을 사회의 문제로 확대시키는 데 있다. 내가 알 게 뭐냐가 안 되는 것이다. (164쪽)

자기에게 관계없는 것이 세계에 어디 있으랴. 인간이나 세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은 자기에게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적어져가는 과정과 대응한다. (165쪽)

자신의 고통을 관찰하면서 자신을 고통 그 자체로 묘사한다는 힘든 일을 그(고흐)는 해낸 것이다. 그것이 그리고 그를 가짜 미치광이와 가른다. 진짜 고통하는 사람은 자신이 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거나 가짜로 고통하는 사람은 그것을 오히려 즐긴다. 그것은 아프지 않게 때문이다. (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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