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차게 비가 내리다가 멈추다가를 반복하다 햇살이 쨍쨍하다. 밀린 빨래를 하고, 학창시절 읽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마저 읽었다. 불쑥불쑥 나오는 기억들은 어느 순간 슬픔으로 연결되었다. 

닿을 듯 먼저 가있는 슬픔의 기억들은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다. 영영 바꿀 수 없는, 그래도 아직까지도 수긍하고 싶지 않는 기억들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휘젓고 저미게 한다. 이런 기억들은 누군가의 뒷 모습에서도, 비오는 소리를 듣고서도, 어떤 행동이나 물건에서도 불현듯 나타난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아니라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도처에서 나타나면서, 어딘 가에 들어가 있다.

돌아보면, 이상 속의 누군가나 바라는 행동보다는 -실제도 그러한 사람이나 상황은 부재- 바로 눈 앞에 있는 그럴 듯한 사람이나 행동을 속속히 알기 전에 드러난 모습, 손짓, 목소리 등이나, 그럴듯한 핑계나 이유를 들어 행동을 선택한 것 같았다. 순전히 나의 감정이 좌우한 셈이었다.

요즘의 슬픔은 기억과 맞물려 있다. 작가도 자신을 슬프게 한 것을, 그렇다고 슬픔에 휩쓸리지는 않으면서 담담히 관조하듯 드러낸다. 아직도 슬픔을 넘어서는 일은 도정에 있는 것 같다. 슬픔이 나쁜 감정은 아닌데 자꾸만 그런 느낌이 드는게. 비가 오니, 그 속에 자꾸만 머물러 있다.

'북클럽' 영화보다. 주인공들의 나이, 특히 제인폰다는 80이 넘었는데, 영화와 현실 간의 간극에서 아직도 헷갈리고 있다. 나의 심한 편견이 문제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