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빴다. 칠월이 되자마자, 줄서서 기다려 먹는 음식은 맛있을 수 밖에, 덤으로 얻은 어스름한 저녁 바닷가 산책과 늦은 시간까지 카페에 앉아 있는, 괜히 멋있었다... 그리고 친구를 블루스퀘어에서 만났다. 통창문을 열어두어 시원했다. 주중이라 사람들도 적당히 있었다. 책이 아주 많았고, 사이 사이 들어가 책읽기 좋은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자작나무 행주와 레이먼드 카버의 책을 선물했다. 맛있는 점심은 친구가 샀다. 책을 사준다는 말에 다음 기회로 미뤘다. 이층 중간 층에서 커피마시고 이야기하고 이책 저책 읽기도 하고 몇 시간을 보냈다. 기분이 좋았다... 아주 무더운 날에 조카 결혼식으로 각지의 식구들이 우리집으로 왔다. 가족 생일 축하로 또 식구들이 진천에서 만났다. 맹동면이 도시가 다 되어서 깜짝 놀랐다. 생일빵은 잠깐 고장난 엘리베이터로 16층에서 지하 2층까지 내려가는 거로 셈했는데, 애궃은 우리는 뭐지, 하며 웃었다... 멀리서 기꺼이 모인 다는 것, 모일 수 있다는 것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사물들이 들어있다. 특히, 돈은 보이지 않는 것까지 많은 것을 대신한다. 마음을 표현하는 축의금, 외식비, 생일 축하금, 선물까지, 먼곳까지 가볍게 데려다 주기도 오기도 하게 한다... 일상의 사물 속에서 철학자들의 지혜를 찾아내고 연관지어 우리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서른 개의 사물들을 연관된 것끼리 다섯 부분으로 분류하여 새롭게 보게 한다... 최근 라디오를 선물받았다. 비가 오는지 비와 관련된 노래가 많이 나온다. 온전하게 라디오를 듣고 있다니, 몇 십년만이다. 라디오에 들어있는 나의 시간과 추억들이 소환되고 있지만, 카메라(카메라는 사라지는 것들을 찍는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에 찍힌 대상을 전유한다는 것이다. 사진은 대상을 전유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망각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사물은 생겨나는 순간부터 소실점을 향해 달려간다. 소실점에 가 닿는 순간 사물은 사라진다. 146-147쪽), 조간신문(아울러 신문에 보도된 공포, 전쟁, 사고들, 잔혹한 사건, 끔찍한 자연재해 기사들은 이미 지나간 것들이다. 세계가 엄청나게 시끄럽더라도 신문은 조용하다. 현실에서는 끊임없이 사고와 사건들이 터지지만, 신문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210-211쪽)과 같은 의미다. 모든 사물은, 사람까지 사라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언제든 사라져도 괜찮도록 마음을 단단히 하면서, 지금은 책, 커피, 라디오가 곁에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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