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작가들이 펼치는 산문의 향연, '천천히, 스미는' 를 챙겼다. 누군가는 몇권의 책을 넣는다는데, 한 권만 골랐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레임부터 다녀와서의 여운까지, 제목이 주는 의미처럼 천천히, 스미고 있다.

특히, 아일슬란드 1번국도를 따라 일주를 하는데 동해안 7번국도를 달리는 것 같았다. 동해가 아니라 이트트 피오르드를 지나면서 김광석의 노래까지 들으며 달렸다. 이 나라를 들어올 때 타야 하는 항공기 이상으로 베르겐-오슬로-스톡홀름-레이캬비크로 왔고, 나갈 때는 레이캬비크-암스테르담 대신, 하루 더 머물면서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천으로 왔다. 날씨는 일년에 좋은 날을 우리가 전부 다 써버렸다는 가이드의 말대로 봄날같았다.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났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도 있었고 피하고 싶은 사람도 있었고, 안타까운 사람도 있었다. 각자의 모습대로 삶의 전개 방식도 전부 다르리라. 나는 정말 정말 괜찮은데 춥겠다. 추워보인다 등으로 더 이상 듣기 싫어서 파카도 하나 샀다. 일년에 일미리씩 자란다는 양탄자 같은 엘드흐뢰인 이끼정원, 요쿨살론 빙하호수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빙하위에서 사진도 찍고 빙하도 맛보고. 손만 살짝 담궈봤다. 해가 언제 뜨는지 지는지 모를 정도의 한낮, 블루라군 온천에서의 맥주한잔은 최고였다.

음!!! 블라블라, 러시아에서 핀란드 들어가는 국경에서는 김동환의 국경의 밤이 생각났고, 입국심사와 분위기는 완전 달랐다. 억억 소리가 나는 수백킬로의 석송과 자작나무들이 쓱쓱 지나갔다. 핀란드에서 크루즈타고 스웨덴으로 드로크닝훌름궁전을 산책하고 노르웨이에서 크루즈로 피요르드를 지나 베르겐으로 왔다. 그리고 아이슬란드로, 시규어 로스 루트원을 감상하며. 

한 꼭지씩 읽은 중에, "그의 이름은 피트였습니다(윌리엄 포크너), 산처럼 생각하기(알도 레오폴드), 소나무의 죽음(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어떤 질문(리처드 라이트), 걷는 여자(메리 헌터 오스틴)"가 마음에 남았다 : 자동차에 치인 피트라는 개-우연히 던진 돌멩이가 누군가는 깊은 상처, 산과 짐승들이 공존하는 그들만의 규칙-인간의 개입보다 존중 필요, 벌목군이 베어내는 소나무-소나무의 존재에서 앞으로의 크고 많은 이익?보다는 눈앞의 이득, 누군가에게 말을 한다는 것-나의 상황이 아니라 타인의 상황에서 바라보고 물어보기, 걷는 여자가 사는 방법-각자의 사는 방법 및 추구하는 가치를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것.

너무 적게 챙긴 옷으로 벼룩시장에서 사입었고, 어떤 상황에서 적절하다, 적합하다는 건 무얼까를 생각나게 했다. 살아가면서 여러 일이 생기지만, 비행기를 탈 때까지는 안심이 안 될 정도의 변수들로 쫄깃쫄깃한 여행이었다. 비행기에 탑승했지만 번개로 한참 늦어져 몇 십년만에 달려가도 다음 비행기는 이미 떠났고, 일행의 핸폰이 심사대를 거치면서 사라졌고, 느려도 그렇게 느린 사람들이 그 아래 들어가 찾아 준 핸폰으로 시간은 흘러갔고, 사라진 캐리어가 다음 비행기로 온 것까지. 등등, 누구의 탓일까. 비행기 결함으로 시작된 꼬이고 꼬여, 8명만 따로 움직이게 된 상황까지. 누군가는 미안하다는 말은 있어야 했는데. 그말이 그말인지는...

이 여행의 목적,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은 아주 잘 받았다.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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