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민정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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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했거나 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한 게 아니다. 했건 하지 않았건, 해주가 아니라 해주로 인해 생기게 될 문제들을 더 염려했다느 것. 해주 등을 떠밀며 서둘러 보내고 건성으로 대했던 것. 그러니까, 해주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좋은 것과 나쁜 것, 얻을 수 있는 것과 잃게 될 것 들을 구분"(같은 쪽)하는 데 여념이 없었던 자신이 후회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나‘는 끝내 "무얼 하긴 했는데 그건 해주가 아니라 다 나를 위해서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104쪽)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고백하게 되는 것이다. (133쪽)

애당초 죽음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논리적이지 않은 것‘인지 모른다. 논리로는 이해되지 않는 이 심연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 자리한다. 법적.도덕적 책임과 무관하게 다른 생명체의 죽음에 대해 느끼는 구체적인 책임 의식, 혹은 연대 의식이 바로 죄책감의 정체는 아닐까. 한 사람의 죽음은 ‘그의‘ 죽음인 것만은 아니다. 한 개인이 세계에서 고립되어 살아가는 것이 아닌 이상 죽음 역시 홀로 겪어야 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170-171쪽)

우리는 세상에 점조차 되지 못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세상의 아주 작은 점조차 되지 못했다. 점은커녕 그 어떤 것도 되지 못했다. 인생을 걸고 했던 일들은 모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되어버렸다. (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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