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삶의 정물화
문광훈 지음 / 에피파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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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나 선의 혹은 정의 같은 ‘좋은 말‘들은 영원히 유예되는 약속처럼 지켜지지 않은 채 공허하게 이어지고, 인간은 대체로, 아니 거의 모두 앞 세대가 했던 과오를 반복하게 된다. 그것이 참으로 흐리멍덩한 일임을 알면서도 거의 속수무책으로 그렇다. (29쪽)

상품이 그저 하나의 물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격화되면서, 이 상품을 신처럼 숭배하는 삶 자체도 유령처럼 변질된다. 이제 인간은 언제라도 대체가능한 하나의 소모품에 불과하게 된다. (45쪽)

진실함은 어떤 가르침이나 훈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동 속에서, 사람과 만나고 인사하며 듣고 얘기하는 태도 속에서 이미 드러난다. 그것은 권위나 계율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태도와 몸짓 속에 깊게 ‘배어 있다‘. 진실이 태도와 몸짓에 배어 있을 때, 우리는 어떤 고귀함과 성스러움-신성성을 느낀다. (90쪽)

매 순간 충실하는 것, 그러면서 그 충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가끔 돌아보는 게 필요하다. (117쪽)

‘그냥 듣는(hear)‘것이 아니라, ‘주의하여 듣는(listen to)‘것이 되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139쪽)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이건, 그 일의 바탕은 바로 이것-거짓과 인공이 아니라 진정과 자연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몸과 영혼은 거짓과 위악을 일삼음이 아니라, 또 방부제나 항생제를 복용함이 아니라 나날의 작고 애틋한 느낌으로, 이 느낌의 미묘한 변화에 주목하는 것으로 좀더 건강해질 수 있지 않겠는가. 음악으로 귀를 씻고, 그림으로 눈을 맑게 하는 일은 이때 필요하다. (146-147쪽)

매일매일의 생활에 충실하면서도 이 자기충실이 자기 이외의 타인을 외면하지 않는, 그리하여 사회나 세상에 대해서도 열려있는 그런 삶은 과연 있는가? (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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