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 없는 삶,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저지르는 크고 작은 실수들, 그것들을 바로잡기 위해서 무척 아프지만 다시 멈춰 숨을 고르고 조금 뒷걸음 치며 해결해내야 하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이렇게 베토벤의 걸작은 늘 실패와 좌절에 상처받고 그것을 이겨내려 애쓰는, 약하지만 소중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솔직 담백하게 가르침을 준다. (33쪽)
대학교 졸업 후 피아노 전공자들끼리 "졸업해서 제일 좋은 건 쇼팽 에튀드를 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고 자주 이야기했다. 그만큼 테크닉적으로 어렵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며, 따라서 연주될 때 청중의 기대치도 놓다. 프로 연주자들이 독주회와 같은 음악회에서 간간히 리스트나 드뷔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에튀드를 선곡하는 경우도 있지만 쇼팽의 에튀드 24곡 모두를 연주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138쪽)
대부분 애호가들은 라흐마니노프를 멋진 피아노 협주곡이나 그외 피아노 작품을 많이 쓴 작곡가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는 작곡가이기 전에 탁월한 피아니스트였는데 러시아인에게, 특히 피아니스트들에게 그렇다. 역사상 최고의 피아니스트 한 사람을 꼽으라면 대부분 러시아 피아니스트들은 블라디미르 호르비츠, 스뱌토슬라프 리히테르,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이 아닌 라흐마니노프를 꼽는다. (240쪽)
말러가 빚어내는 다채로운 사운드는 모든 것이 멈추고 끝나고 넘을 수 없는 벽 앞에 선 느낌을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생생하게 표현하며, 어느 순간엔 그것을 체념하고 기다려 온 것처럼 받아들이는 인간의 이해할 수 없는 심리를 물음표 그대로 내놓는다. 또 어떤 작곡가도 다다르지 못한 ‘무‘의 세계를 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평온함으로 그리고 있기도 하다. (305쪽)
리히테르는 악보에 맹신이라고 할 정도의 충성을 바치고 연주자가 앞서 나가기 않도록 철저히 선을 지키고 절제한 피아니스트였다. 그럼에도 그는 결코 작품을 ‘분석‘하지 않았다. (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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