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여우가 잠든 숲 세트 - 전2권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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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 출처: 북로드 페이스북)

 

 저는 벗이 여럿 있어요. 얼굴을 본 지 오래된 벗도 있지요. 초등학교 동창들이 그래요. 예전에, 잠깐 만났던 그 벗들. 공자께서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라고 말씀하셨지요. 정말 그 모임이 '벗이 멀리서 찾아주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말이 어울리는 자리였어요. 이런 제 동창들을 생각하게 한 이야기가 있네요. 이 이야기의 한 인물도 동창들을 만나요. 그런데, 살인 사건 때문에 만나네요.   


 독일 타우누스 루퍼츠하인의 숲 속, 캠핑장에서 폭발로 화재가 발생해요. 그곳은 캠핑카예요. 그리고 그 안에서 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지요. 그리고 말기 암 환자인 할머니께서 마을의 요양 병원에서 교살되고요. 이어서, 신부님께서 자살로 위장된 채 살해돼요. 보덴슈타인은 어릴 적 그곳에서 살았어요. 이 피해자들을 알기에 충격이 컸지요.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짝을 이루어 수사를 계속해요. 그런데, 사건은 1972년 8월로 이어져요. 42년 전인 그때, 숲 속에서 한 아이와 애완 여우가 실종됐었고요. 그 아이는 보텐슈타인의 어릴 적 가까운 벗인 러시아에서 이주한 소년 아르투어였어요. 애완 여우는 보덴슈타인이 기르던 여우였고요. 막시라고 불렀지요. 그 사건은 보덴슈타인에게 영혼의 상처였어요. 상처 때문에 아프지만, 보덴슈타인은 진실을 찾아 나서요.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침묵하네요. 보덴슈타인의 초등학교 동창들도 있는 마을 사람들인데요. 그래요.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하지 않다는, 인생에서 가장 씁쓰레한 교훈을 배운 게 그때였죠.” 의사가 말했다. “옛날에는 너무 순진해서 인간의 선함을 굳게 믿었어요. 그러다 가끔 선량한 얼굴 뒤에 비열함과 이기심의 음험한 심원이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을 봤고, 이후 그런 심원을 수없이 들여다보면서 생각했죠. 더 이상 놀랄 일은 없다고. 하지만 모든 일엔 여전히 더한 것들이 있기 마련이더군요.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게 좋았을 사람들이 있어요. 서로에게 가장 나쁜 점만 드러나게 하니까.”
 그녀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홱 스치더니 순간적으로 표정이 바뀌면서 아주 오래된 고통이 나타났다. 상심이나 기억이 불러낸 이 고통은 지금까지도 극복되지 않은 듯했다.' -2권 61쪽.


 '누구나 달처럼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다.'

-마크 트웨인.


 누구나 달의 뒷면을 갖고 있어요. 아픔이 어두운 면이 된 거예요. 그런데, 누군가의 어두운 면은 다른 누군가에게 큰 아픔을 주기도 하네요. 우리와 다름에 대한 무시와 적대감, 또래 안의 서열과 폭력, 가족끼리 주고받는 더러운 상처, 어긋난 사랑과 빗나간 우정이 낳은 잘못된 욕망. 이것들이 큰 아픔을 주네요.


 억압은 부인(否認)의 가장 치명적인 형태다.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


 '여우가 잠든 숲' 1권, 책 앞에 인용된 글이에요. 누군가는 어두운 면으로 다른 누군가를 억압했어요. 그것은 그를 인정하지 않는 가장 치명적인 형태였고요. 큰 아픔을 주었지요.


 '"42년 전의 일이지만, 살인 사건에는 공소시효가 없어."' -2권 138쪽.


 그 큰 아픔은 앙갚음을 낳았어요. 그 앙갚음은 뉘우침으로 나아가야겠지요. 그리고 그 큰 아픔은 두려움을 태어나게도 했고요. 용기로 나아가야 하겠지요.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어떤 아이의 글이 다가오네요. 다른 이의 아픔(달의 뒷면)을 보고 행복을 아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는 아이! 다른 이의 아픔(달의 뒷면)을 함께하려고 하는 아이! 지란지교(芝蘭之交)1를 아는 아이예요. 그러한 사귐으로 큰 아픔에서 소통(疏通)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그런데, 이유신이 그린 '행정추상(杏亭秋賞, 은행나무가 있는 정자에서 가을을 감상하다)'이라는 그림에 이런 도장이 찍혀 있다고 해요. 하나는 '부족위외인도야(不足爲外人道也)'인데요. '바깥의 사람들한테는 이쪽 이야기를 전하지 말아달라'라는 뜻이라고 해요.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글이라고 하고요. 다른 하나는 '왕래무백정(往來無白丁)'인데요. 당나라 유우석의 '누실명()'에 나오는 글이라고 해요. 그때의 백정(白丁)은 백성(百姓)과 똑같은 말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오고 가는 사람들 중에 백성은 하나도 없다'라는 뜻이 된다고 하고요. 은행나무가 있는 정자에서 가을을 감상하며 남긴 그림에 저런 도장을 찍어 놓은 거예요. 견강부회(牽強附會)2한 거예요. 이 그림은 결국, 유유상종(類類相從)​!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이지요. 우월감을 가진 배타적인 모임이네요. 이것은 소통이 아니에요. 다른 이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임은 소통을 할 수가 없어요. 소통하지 않는 모임은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지요.


 넬레 노이하우스의 여덟 번째 타우누스 이야기예요. 두 권으로 된 이야기지요. 독일 아마존 독자 Martin Kahle은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마디로 이 책을 ‘삼켰다.’'고 해요. 저도 그랬어요. 이 책을 삼켰어요. 그것도 한입에 삼켰어요. 그만큼 마지막까지 이끄는 힘이 좋아요. 가는 그물처럼 촘촘한 구성도 좋았고요. 그 그물에 해산물이 가득 찬 듯 팽팽한 긴장감도 좋았어요. 그리고 등장 인물이 많지만, 각자 무대에서 얼굴빛과 목소리를 잘 나타내고 있고요. 역시 독일 미스터리의 여왕님이세요. 그나저나 이 이야기에서 보덴슈타인이 안식년을 신청했는데요. 앞으로가 궁금해져요.

 또, 각 권 앞에 지도와 등장 인물 안내, 1권 마지막에는 배경인 타우누스 소개, 2권 마지막에는 작가 인터뷰, 타우누스 이야기의 정리가 있어서 좋네요.

    





 덧붙이는 말.

 

(사진 출처: 북로드 네이버 포스트)


'여우가 잠든 숲' 띠지 날개 퀴즈 이벤트를 하고 있네요. 참여해보세요.





스토리콜렉터스 2017로서 읽고 씁니다.


 

  1. 지초(芝草)와 난초(蘭草)의 교제라는 뜻으로, 벗 사이의 맑고도 고귀한 사귐을 이르는 말.
  2.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 붙여 자기에게 유리하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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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7-05-01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이의 글에 뜨끔했어요. 남의 불행을 보고 자신의 행복을 이야기하는것이 잘못된것이라는것을 아이를 통해 배우게되었네요.

사과나비🍎 2017-05-05 20:06   좋아요 0 | URL
아, 답글이 늦었네요~^^; 죄송해요~ 보슬비님~ 예~ 저도 저 아이의 글을 보고, 배우게 됐어요~ 작년에 처음 알았는데요. 잊혀지지 않고 생각이 나더라고요~^^* 아무튼~ 보슬비님~ 좋은 밤되시기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