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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여우가 잠든 숲 세트 - 전2권 ㅣ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429/pimg_7415211251643638.jpg)
(동영상 출처: 북로드 페이스북)
저는 벗이 여럿 있어요. 얼굴을 본 지 오래된 벗도 있지요. 초등학교 동창들이 그래요. 예전에, 잠깐 만났던 그 벗들. 공자께서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라고 말씀하셨지요. 정말 그 모임이 '벗이 멀리서 찾아주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말이 어울리는 자리였어요. 이런 제 동창들을 생각하게 한 이야기가 있네요. 이 이야기의 한 인물도 동창들을 만나요. 그런데, 살인 사건 때문에 만나네요.
독일 타우누스 루퍼츠하인의 숲 속, 캠핑장에서 폭발로 화재가 발생해요. 그곳은 캠핑카예요. 그리고 그 안에서 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지요. 그리고 말기 암 환자인 할머니께서 마을의 요양 병원에서 교살되고요. 이어서, 신부님께서 자살로 위장된 채 살해돼요. 보덴슈타인은 어릴 적 그곳에서 살았어요. 이 피해자들을 알기에 충격이 컸지요.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짝을 이루어 수사를 계속해요. 그런데, 사건은 1972년 8월로 이어져요. 42년 전인 그때, 숲 속에서 한 아이와 애완 여우가 실종됐었고요. 그 아이는 보텐슈타인의 어릴 적 가까운 벗인 러시아에서 이주한 소년 아르투어였어요. 애완 여우는 보덴슈타인이 기르던 여우였고요. 막시라고 불렀지요. 그 사건은 보덴슈타인에게 영혼의 상처였어요. 상처 때문에 아프지만, 보덴슈타인은 진실을 찾아 나서요.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침묵하네요. 보덴슈타인의 초등학교 동창들도 있는 마을 사람들인데요. 그래요.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하지 않다는, 인생에서 가장 씁쓰레한 교훈을 배운 게 그때였죠.” 의사가 말했다. “옛날에는 너무 순진해서 인간의 선함을 굳게 믿었어요. 그러다 가끔 선량한 얼굴 뒤에 비열함과 이기심의 음험한 심원이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을 봤고, 이후 그런 심원을 수없이 들여다보면서 생각했죠. 더 이상 놀랄 일은 없다고. 하지만 모든 일엔 여전히 더한 것들이 있기 마련이더군요.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게 좋았을 사람들이 있어요. 서로에게 가장 나쁜 점만 드러나게 하니까.”
그녀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홱 스치더니 순간적으로 표정이 바뀌면서 아주 오래된 고통이 나타났다. 상심이나 기억이 불러낸 이 고통은 지금까지도 극복되지 않은 듯했다.' -2권 61쪽.
'누구나 달처럼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다.'
-마크 트웨인.
누구나 달의 뒷면을 갖고 있어요. 아픔이 어두운 면이 된 거예요. 그런데, 누군가의 어두운 면은 다른 누군가에게 큰 아픔을 주기도 하네요. 우리와 다름에 대한 무시와 적대감, 또래 안의 서열과 폭력, 가족끼리 주고받는 더러운 상처, 어긋난 사랑과 빗나간 우정이 낳은 잘못된 욕망. 이것들이 큰 아픔을 주네요.
억압은 부인(否認)의 가장 치명적인 형태다.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
'여우가 잠든 숲' 1권, 책 앞에 인용된 글이에요. 누군가는 어두운 면으로 다른 누군가를 억압했어요. 그것은 그를 인정하지 않는 가장 치명적인 형태였고요. 큰 아픔을 주었지요.
'"42년 전의 일이지만, 살인 사건에는 공소시효가 없어."' -2권 138쪽.
그 큰 아픔은 앙갚음을 낳았어요. 그 앙갚음은 뉘우침으로 나아가야겠지요. 그리고 그 큰 아픔은 두려움을 태어나게도 했고요. 용기로 나아가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