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취도시, 서울 - 당신이 모르는 도시의 미궁에 대한 탐색
이혜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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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취(搾取) 명사 1. 계급 사회에서 생산 수단을 소유한 사람이 생산 수단을 갖지 않은 직접 생산자로부터 그 노동의 성과를 무상으로 취득함. 또는 그런 일.


 착취라는 낱말. 무섭다. 우선, 강자와 약자가 있다. 계급처럼 고착화된 그들의 관계. 강자는 약자의 성과를 무상으로 취득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그 취득하는 과정에는 기만과 강압이 따르기도 한다. 그것이 착취다. 요즘 세간에 언급되는 일명, 'n번방 사건'은 성 착취의 민낯을 확실히 보여 주고 있다. 또 다른 착취. 이른바, 경제적 착취. 성 착취와 함께 착취의 가장 만연한 형태라 할 것이다. 책, '착취도시, 서울'은 경제적 착취를 다룬다. 빈자에게 집을 매개로 한 경제적 착취. 즉, 쪽방촌 이야기다.


 '쪽방(쪽房): 방을 여러 개의 작은 크기로 나누어서 한두 사람이 들어갈 크기로 만들어 놓는 방. 보통 3제곱미터 전후의 작은 방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35쪽.  


 ''빈곤 비즈니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되, 빈곤으로 벗어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아닌, '빈곤을 고착화'하는 산업.' -58쪽.


 '"쪽방은 세를 놓는 거고 건물주들은 부자 동네 가서 살죠. 솔직히 원룸처럼 시설을 잘해 놓은 것도 아닌데 월세를 그렇게 받는 건 폭리를 취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화장실도 없고, 주방도 없는 쪽방이 태반인데 이론적으로 따지면 월세 5만 원만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1평에 25만 원 수준이면 웬만한 아파트 평당 월세의 다섯 배는 될걸요." -80~81쪽.


 아팠다. 마음이. 쪽방촌의 빈곤 비즈니스를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사업에는 중간 관리인도 있다. 그리고 집주인. 가족 사업으로까지 하고 있는 이도 여럿이다. 마치 사악한 거대 포식자 같았다. 그러면서 오히려 추악한 욕망에게 삼켜지고 있는.

 책은 두 묶음이다. '지옥고 아래 쪽방'과 '대학가 신쪽방촌'으로 묶였다. 특히, 대학가 청년들의 주거 빈곤. 그리고 착취 이야기. 기자인 지은이는 대학생 시절. 자신도 주거 난민이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닫힌 방 안에서는 생각조차 닫힌 것이 된다."(E. H. 카)' -67쪽.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의 시 '가난한 사랑 노래' 중에서.


 자본주의의 그림자. 그 짙은 그림자는 빈부 격차일 것이다. 부자는 강자. 빈자는 약자. 영화 '기생충(PARASITE, 2019)'에도 그것이 있다. 부에 의한 하층 계급, 상층 계급. 영화에서 이 둘의 구별은 냄새로도 가능하다. 상층은 하층의 냄새에 익숙하지 않기에. 그리고 계급적 혐오를 한다. 영화 밖, 쪽방촌의 빈곤 사업가들도 냄새를 맡았다. 빈자들의 고혈을. 또, 그것으로 배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을. 그 피를 탐욕스럽게 계속 수확하고 있는 그들. 그러기 위해, 그들은 쪽방촌의 재개발과 지자체의 복지 정책을 막고 있다. 악질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지 않았고, 두려움이 없지 않았으며, 그리움을 버리지 않았고, 사랑을 모르지 않았다. 그리고 가난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안타깝다. 그렇게 닫힌 방 안에서 생각조차 닫힌 것이 되어 간다. 쪽방촌 주민은 말한다. 이곳을 벗어나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하나는 죽는 것. 다른 하나는 노숙인이 되는 것. 이들의 관계를 보니, 겹치며 떠오르는 것이 있다. 제국주의자와 식민지인. 기생충과 숙주. 마지막으로 착취라는 낱말을 다시 생각해 본다. 쪽방촌의 아픔을 새기며.

 생각의 끝에 나즈막히 읊조린다. 가난하다고 해서 이 모든 것들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덧붙이는 말.


 이 책은 2019년 5월, 그리고 10월~11월에 연재된 한국일보의 <지옥고 아래 쪽방> <대학가 新쪽방촌> 보도에 대한 뒷이야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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