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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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가끔 하늘을 바라보고는 했다. 날고 싶었다. 그럴 때는 연(鳶)을 생각했다. 언젠가 새해를 맞아, 연날리기를 했었다. 어릴 때, 시골에서였으리라. 하늘 높이 날아오른 연. 바람을 타고, 맞으며 날았다. 빠르게, 혹은 느리게 날았다. 얼레를 돌려 연줄을 풀기도, 감기도 했다. 그렇게 연은 춤을 췄다. 연을 날리는 사람도 함께 춤을 췄으리라. 의젓하게. 연의 연회(宴會)였다. 그 연회의 별난 참석자였던 나. 어린 나의 연은 작았다. 게다가 서투른 나였기에 연이 추는 춤은 불안했다. 그런 나와 연을 보신 마을 어르신은 나에게 도움을 주셨다. 나와 내 연은 그렇게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 있었다. 그렇게 춤을 출 수 있었다.

 날개가 있어 하늘을 나는 사람들이 있다. 익인(翼人). 그 익인(翼人)과 도시인의 이야기. 나는 먼저 연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 출처: 창비 블로그)


 '몸이 작은 대신 그 몸의 곱절에 이르는 날개를 펼친 사람이 달빛 아래 서 있다.

 익인(翼人)이다.' -가제본 5쪽.


 '날개가 작아서 덮을 수 없다면……

 ……그냥 그대로 꼭 안아 주면 돼, 너의 두 팔로, 너의 가슴에.' -가제본 11쪽.


 '"그러니 그 작은 날개로 어디까지 날겠는지 고민하기보다는……."

 (……)

 "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않겠나."'-가제본 122쪽.


 날개가 있는 사람, 익인. 그 익인들은 자체 회복력이 있고, 남을 치유할 수 있다. 그런 신비한 사람인 익인. 그런데, 체구가 크고 날개가 작은 익인이 있다. 그의 이름은 비오. 그 소년 비오가 잡혔다. 고원 지대에만 사는 익인들이 도시인들의 시 청사를 습격했다가 비오가 잡혔다. 작은 날개 탓이다. 시 청사의 도시인인 루. 그 소녀를 인질로 비오가 탈출한다. 그리고 고원 지대로 돌아간다. 비오와 루. 비오는 신비하지만, 작은 날개로 살짝 결핍된 익인이다. 루는 높은 듯하지만, 낮은 출생으로 은근히 경멸을 받는 도시인이다. 무언가가 부족하고 무언가가 다른 그 둘이다. 그 둘은 서로를 알아가며, 치유하고 성장한다. 꼭 안아 주고, 사실 자체의 중요성을 알게 되며. 덧붙여, 익인들이 습격한 까닭과 도시인과 익인들 사이의 오랜 이야기도 듣게 되고.


 '자신과 다른 모습을 한 인간이라는 사실도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가제본 50쪽.


 '천 갈래로 길이 나 있는 모든 다양체들에 대해 단 하나의 똑같은 목소리가 있다. 모든 물방울들에 대해 단 하나의 똑같은 바다가 있다.'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차이와 반복' 중에서.  


 '우리가, 닿아도 될까? 마주해도 괜찮을까?' -가제본 184쪽.


서로 다르지만, 서로 하나이다. 비오와 루는 알았다. 익인 가운데 다른 하나인 비오. 도시인 가운데 다른 하나인 루. 서로의 아픈 상처를 보았다. 그리고 익인과 도시인으로 다르지만, 하나라는 것을 알았다. '단 하나의 똑같은 목소리'와 '단 하나의 똑같은 바다'를 듣고, 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닿아도 될까? 마주해도 괜찮을까?'라고 서로 물으며,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상처 입은 자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의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중에서.


 '"바람에 몸을 맡기면서도 때론 바람에 저항해야 하는데, 흔들리지 않고 휘청거리지 않고 날 수는 없어." -가제본 170쪽.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무언가는 옳고 바람직하거나 다른 것은 그릇되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아. -가제본 296쪽.

 

 살아오며 상처를 입었던 비오와 루. 이제 다가가며, 서로를 치유한다. 상처 입은 자였기에 그럴 수 있다. 그렇게 치유하며, 성장한다. 흔들리지 않고 휘청거리지 않고 날 수는 없기에, 아픔을 이겨내며 성장한다. 결국에 다름이 그릇되다고 말하는 이들을, 구별을 짓고 혐오하는 이들을 넘어선다. 그들의 단단한 선입견에 갈라짐을 내면서. 그 갈라짐에 비오와 루의 따스한 빛이 스며든다.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아침 하늘을 펴는
 찬란한 날개이게 하소서.


-박재삼의 '갈매기' 중에서.


 '어서 더 멀리 날아가. 네가 원하는 만큼, 어디까지든.

 지금, 내가 가.' -가제본 300쪽.


 소년, 소녀의 눈으로 그려진 상상의 이야기. 그들의 치유와 성장 이야기. 어느새 따뜻하게 응원하며, 함께 거닐었다. 작고, 낮았던 소년, 소녀. 이제는 크게, 높이 날았다. 그렇게 멀리, 오래 날았다. 지금, 절벽에서 '아침 하늘을 펴는 찬란한 날개'가 되어 날았다. 하얀 눈 속에서도 붉은 꽃을 피우려 애써 나오는 꽃망울 같은 용기로.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무기력한 그 무엇이 아닌, 힘찬 그 무엇의 용기로. 마치 연 같았다. 바람을 타고, 맞으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연. 어릴 적, 나의 연처럼. 서툴고 작았지만, 그래도 솟구쳐 올랐다. 크게, 높이. 그렇게 아름다운 춤을 추었다. 연의 향연(饗宴)이었다. 그 연줄을 타고 이어지는 감동. 다시 하늘을 바라보며, 의젓할 수 있었다. 연과 함께 날아오르며. 연의 춤을 함께 추며. 연의 날개가 품은 따스함을 느끼며.     


     


 덧붙이는 말.


 하나. 처음에 저자도, 책 제목도 모르고, 가제본으로 읽었다.

 둘. 영 어덜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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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4-02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버드 스트라이크를 주문했는데 아직 받지 못했어요. 글 잘 쓰는 작가라고 해서 궁금해서 주문했지요.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같은 책에 주목하고 있었다니...요. ㅋ

사과나비🍎 2019-04-02 23:37   좋아요 0 | URL
아, 페크님은 ‘버드 스트라이크‘를 어제 주문하셨나 봐요~^^*
저는 가제본만 읽고 책은 아직 못 만났는데요...
예약 주문 안 해서 후회하고 있네요~^^; 구병모 작가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더라고요~^^*
저도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요. 좋았어요~^^*
그러게요~ 페크님과 제가 같은 책을 생각하고 있었다니요~
저에게 무한 영광인데요~^^* 이번에 주파수가 맞았나 봐요~^^*
아무튼! 미인 페크님~ 항상 행운과 행복이 함께 하시기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