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박완서 외 12명 지음 / 한길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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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속의 밥 한 그릇은 다들 추억속의 음식이다. 가난한 시절의 음식이라 이 풍요의 시대에 보기엔 어딘가 모자라고 하잖은 음식이지만 그 속에 깃든 추억으로 인해 더할나위없이 귀한 음식인것이다. 사실 누구에게나 추억과 얽힌 음식들이 있다. 여름방학 시골에 놀러가면 장마철마다 할머니가 쪄주시던 노란 옥수수는 비만 오면 웬지 그리움과 함께 떠오른다. 감각과 얽혀있는 추억만큼 강한것이 어디에 있을까? 소시지와 맥주는 더운 여름과 같은 말이고 동둥주와 오리는 친구의 필림끊긴 술주정과 동의어다. 빗소리에는 웬지 커피향이 묻어나는것 같은 것. 이 얼마나 강력한 연상작용인지. 사실 요즘은 그다지 귀한 음식을 먹어보지 못한것 같다. 음식이 풍요로운 시대라 귀한줄을 모르는것이다. 감각이 충족되기에는 갈망이 필요한것 같다. 어딘가 부족한것, 모자란것이 있어야 그것이 더욱 귀한것이다. 원하면 다 얻을수 있는것 어디에 감동이 있겠는가. 풍요로운 시대를 사는 요즘에 더욱 귀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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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케 2007-07-2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저랑 책 취향이 비슷하신건지..식탐이 비슷하신건지.. 잘 모르겠지만 반갑네요.. 저도 이 책 읽었습니다. 강된장에 호박잎이라던가 쪄서 먹는 알감자의 맛은.. 확실히 요즘 도시의 어린이들이나 젊은이들에게는 상상조차 어려운 아득한 맛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피자나 햄버거 따위가 추억의 맛이 된다 생각하면...어쩐지 서글퍼지는군요..
 

이 책을 사려고 했다. 요즘 웬지 음식애기란가 만화가 끌린다고나 할까..근데 구판이 있어서 보니 가격 차이가 5,000원이나 난다. 똑같은 책인데. 이건 좀 해도 너무한다 싶다. 물론 세월 흐른거 안다. 물가 오른것도 알고. 근데 똑같은 책인데 인세를 올려주면 얼마나 더 올려줬으며 종이 값이 또 올랐으면 얼마나 올랐다고 같은 책 다시 내면서 5,000원이나 더 받냔 말이다. 해도 너무하네 싶다. 요즘들어 구판이 절판됬다고 다시 내는 책들이 제법 눈에 뜨인다. 하나같이 같은 내용에 가격만 올려서 말이다. 우리나라가 책 많이 안사는 나라고 출판사 분들도 먹고 살아야겠지만 너무 심하니 웬지 배반감이 든다. 이런 얘기하면 우리 나라 책값 별로 안비싼 나라고 영화 한편 한번 보고 마는 거랑 비교해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책이란게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는둥 어쩐다는둥. 이런 얘기를 아무리 들어도 역시 책값이 비싸다고 생각하는건 내가 얄팍해서인지 내 주머니가 얄팍해서인지 모르겠다. 으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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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녘 백합의 뼈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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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전편의 보리의 바다의 끝부분이 그닥 마음에 들진 않았다. 주인공의 변화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고. 하지만 앞부분은 분명 매력있는 얘기였고, 또, 그렇다. 재미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뒷편이 나오면 웬지 모르게 사고싶다. 궁금한것이다. 후회하면서도 꼭 산단 말이다. 휴우~사실 이 책이 아주 재미없다거나 수준이하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다. 근데 말이다. 좀 너무 아니다 싶은 부분이 많다. 전편의 고관대작들의 자식들만 모아놓고 사육하는 수준의 그 학교도 너무 불쾌했다. 현실적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불쾌했다. 이번권에도 그런 얘기가 너무 많다. 차라리 온 가족이 아쿠자집안이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그것도 아닌 집안이 할머니에, 딸에 아들, 손자, 손녀까지 범죄자고 심지어 손녀는 이탈리아 마피아 집안이랑 정략결혼? 거기다 어머니가 저지른 범죄의 흔적을 보면서 기뻐하는 아들이라...

아무리 소설이라도 그 바탕에는 어느 정도의 현실성이 있다. 영 현실에서 일어날것같지 않은 판타지소설도 아닌데 이제 겨우 고등학생인 여자애가 악이 뭔지 선이 뭔지 인간의 어둠의 뭔지 어떻게 그렇게 깊이 알수있단 말인가. 그런것은 비록 자기가 그 세계에 몸담고 있다해도 세월과 함께 연륜에서 알게 되는것이 아닌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꼭 어른인것이 아니고 어리다고 꼭 철없는 것도 아니지만 겨우 16살짜린데...요즘 들어 소설의 주인공이 너무 어려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해도 선이란 악의 윗물의 한방울이라는 둥, 악의 매력에 비하면 이른 아침의 덧없는 안개 같다는 소리를 할려면 고등학교는 졸업해야지? 싶은 생각을 금할수가 없다.

덧붙여 나는 악의 매력이 선보다 위라는것을 믿지 않는다. 추리소설이 인기를 끄는것은 아무리 엽기적인 사건이라도 결국은 범인이 잡혀서 죄의 판결을 받기때문이다. 우리가 비록 타인의 불행에 솔깃해하며 귀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하여도 악인을 선인보다 사랑하지는 않는다. 히틀러가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있지만 그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마더 테레사를 더 사랑한다. 악이 가진 매력이란 결국 그정도라고 생각한다. 엽기적인 사진을 보며 으웩~하면서 시선 한번 더 주는 정도. 그 정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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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
윌리엄 알렉산더 지음, 황정하 옮김 / 바다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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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새로 산 집앞에 있는 정원을 한번 멋지게 가꾸어보자고 시작했다가 고군분투, 좌충우돌하는 한 아마추어 정원사의 체험담(?) 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갖가지 해충의 공격에 좌절하고, 절대 제시간에 와주지 않는 일꾼에게 분노하며, 유기농을 꿈꾸었으나 결국은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차라리 슈퍼에서 사먹었으면 시간도 돈도 훨씬 절약되었을것을 너무나도 힘들게 거둔 토마토 하나가 토마토 한 박스 가격인것을 알고 허탈해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고소를 참을수 없었고, 정원에 너무나 집착하여 한겨울 칼바람속에서 부추를 수확하는 자기를 이상하게 보는 아들에게 뭐가? 우리 정상아냐? 라고 외치는 순간에는 폭소가 터졌다.

이 책이 내게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는것은 내 경험과 비교해서이다. 울 엄마도 옥상에 조금만 텃밭을 만들어 가꾸신다. 1. 오이를 심었으나 해충을 막을수 없어 결국 뽑아야 했고(주인공도 해충때문에 유기농의 꿈을 접는다) 2. 방울토마토라고 심었는데 알고보니 큰 토마토였으며 그마저도 장마에 썩어버렸고(그도 토마토에 집착한다) 3. 상추밭에 날마다 도둑고양이가 와서 똥을 누고 간다(미국이다보니 야생동물과의 싸움은 처절하다) 4. 고추는 비료가 부족한지 새끼손가락 반만하다. 옥상에 있는 조금만 텃밭조차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우리집 텃밭에서 그나마 성공한건 상추뿐인데 얘들은 씨 뿌리고 물만 주면 걍 자란다. 벌레도 안생기고.

팍팍한 현대 생활탓인지 신문마다 베란다에 정원만드는 법, 집에서 새싹키우는법들이 넘친다. 좁은 땅에서 가꿀 정원이 없어 저마다 베란다에 상추심고 옥상에서 고추키우는 우리들로써는 넓은 정원을 가꾸며 사는 작가의 고군분투가 너무나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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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은 힘이 세다 - 앙성댁 강분석이 흙에서 일군 삶의 이야기
강분석 지음 / 푸르메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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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니어링이나 데이빗 소로, 귀농에 대한 방송등을 보며 나는 도시 말이 안되는 얘기라 생각했다. 농사란 내가 알기에 세상에서 제일 힘든 직업이다. 중노동도 그런 중노동이 없다. 어릴적 우리 시골의 두 삼촌은 농사를 지었었다. 어릴때는 자세한 사정을 몰랐었다. 원두막에서 노는 재미에 그 수박 키우느라 삼촌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도 몰랐고 그 고생끝에 키운 수박을 가뭄에 장마에 헐값이다시피 넘기신것도 몰랐다. 좀 더 커서야 그 고단함을 알게 된것이다. 요즘 삼촌은 농사를 접으시고 골프장이니 온천이니 하는 곳에서 일을 하신다. 숙모는 식당일을 하시고. 그러면서 말씀하시길 농사지을때랑은 비교도 안되게 편하고 돈이 된다고 하신다. 농사지을때 푸세식 화장실에 옛집에서 사시던 삼촌은 이제 새로 지은 양옥집에서 사신다. 농사일이란 그런것이다. 죽도록 힘들고 돈은 안되는것. 저들이 저토록 유유자적히 살수있던건 땅 넓은 미국이라서 그런건지 지금보다 옛날이라 정말 씨만 뿌리면 가지가 휘도록 열매가 났던건지..정말 궁금하다.

그런 고생에 대한 말은 없이 마치 귀농을 하면 자연을 벗삼아 하루 몇시간만 일하면 되는듯이 얘기하는 책들이나 방송에 비해 이 책은 참으로 정직하다. 밭매기를 하다 너무 지쳐 밭고랑에서 그냥 자는 얘기, 이웃들의 텃세(시골사람 정 많다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텃세 장난아니다), 기껏한 농사 다 망쳐 1년 공친 일, 한달에 30만원을 못버는 곤궁함, 직거래의 어려움등등 시골생활의 어려운점까지 참으로 정직하게 이야기 한다. 농사? 정말 죽도록 힘든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골이 주는 매력에 끌린다. 시골이 주는 풍요로움과 힘듬. 그 모두를 경험해본 아직은 반쪽이 농부의 좌충우돌 농꾼일기. 책을 덮으며 웬지 모를 훈훈함이 느껴진다. 이 세상에 농부가 없다면 어떤 세상일지..그들이야말로 세상의 소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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