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역시나 구름 낀 무더운 날씨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영화 좀 보다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뒹굴거리고 있는데 엄마가 와서 닭시켜먹자기에 맥주사서 후라이드 치킨이랑 먹었다. 방청소도 좀 하고 강지들 목욕도 시켰다. 여름이라 털을 다 밀어서 목욕시키기가 참 편하다. 말리기도 편하고. 근데 쓰레기에 벌레가 생기는거랑 곰팡이는 정말 싫다. 집 자체가 약간 습기 찬 곳에 있다보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그러려니하고 사는데 한번씩 싫을때가 있다. 청소 좀 하고 강지들 저녁산책을 시키고는 잤다.
날씨 : 구름 낀 무더운 날씨.
오늘도 사장은 출근을 하지 않았다. 우리 회사는 주5일제를 안하지만 다른곳은 하는데다 으레 하려니 생각해서인지 토요일에는 전화조차도 없다. 얼른 보려고 사진이 많은 스위트 도쿄라는 책을 골랐는데 케익이 어찌나 맛있게 보이고 예술적으로 보이는지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한참을 보는 바람에 한 권 보고나니 시간이 다 갔다. 마트에 가서 아저씨들 먹을 빙과류를 사다주고는 퇴근준비를 했다. 원이가 내려왔다기에 같이 서면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가는길에 타이포그라피 에세이를 봤다. 최상이라고 해서 샀는데 책 위면에 학번이 아랫면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조금 더러운거야 그렇다치고 이름이 적혀있는걸 사기는 싫었지만 이왕지사 산거다 싶어서 보상금 1,000을 받고는 그냥 책을 가지기로 했다. 레이아웃이 거의 예술의 수준이다. 이렇게 딱 떨어지게 잘 만든책은 정말 오랜만에 봤다. 편집일을 하기는 했지만 적성에 맞지않아서 그만뒀었는데 그래도 이런 책을 보면 웬지 흥분된다. 사실 편집일이 참 재미는 있었다. 문제는 역시나 사람. 대부분이 영세한 업체다보니 마음이 맞지않으면 오래하기가 참 힘든 일이었다. 더구나 긴 근무시간에 툭하면 야근. 월급은 또 어떻고. 그렇다보니 때려치우긴 했지만 일 자체는 참 재미있었는데...가끔 이런 책을 보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하는것은 싫어하고 보는것만 좋아하는 분야가 두어가지 있다. 케익, 보석류, 화장품등이다. 예쁜 옷이나 보석류을 참 좋아하지만 감각이 모자라서인지 게을러서인지 아무리 좋은것을 사도 잘 매치를 해서 어울리게 할 줄을 모른다. 그러니 두어번 하다 귀찮아서 어느곳에 박혀있는지도 잊어버리게 되는 악세사리와 화장품들. 이것들과 같은게 바로 단것들이다. 각설하고 나는 단 것을 싫어한다. 아마도 술을 좋아해서인것 같다. 보통 술을 좋아하면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는 건 무지하게 좋아한다. 요즘 케이크나 과자, 초콜릿등은 먹는것의 경지를 벗어나 보기에도 거의 예술품의 수준이다. 물론 값도 비싸다. 이 돈이면 친구들이랑 푸진 저녁에 술 한잔을 때리리라. 아니면 책 한권을 사고 말지. 이런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이다 보니 케익이나 화과자를 주로 책으로 본다. 요리잡지, 디저트잡지에 더해서 이런 제과점이나 카페가 나오는 책들도 무지하게 사본다.(덧붙여 걸지도 않는 보석류 책, 사지도 않을 골동품 책도 산다) 오랜만에 눈호사나 한번 해볼까 싶어서 산 책이다. 책도 많이 밀렸고 해서 사진이나 설렁설렁 봐야지 하면서 펼쳤는데 생각보다 진지하게 공들여서 봤다. 정말 케이크가 아니라 예술품 수준이다. 보석에 비교해도 결코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것 같다. 잘 만들었네. 공들였네. 멋지네 이런 소리를 혼자서 중얼중얼 해대며 보다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들여서 봤다. 물론 가서 먹어보겠다면 더 좋을 책이다. 지도도 나오고 가격도 나오고. 그것과 상관없이 그냥 한 번 보기만 하겠다고해도 당연 좋겠다. 케이크가 정말 예쁘다. 오랜만에 눈이 호사한 책이다. 단, 내용은 큰 기대 말기를. 별 내용이 없다. 그냥 케이크집 소개랑 그 집 쉐프 소개 정도가 다다. 동경에서 공부한 시절 얘기도 나오긴 하지만 내용은 뭐 암것도 없다. 그냥 케이크랑 가게 소개에만 만족하시길 바란다.
늘 그렇듯이 똑같은 패턴이다. 외딴곳의 저택. 밖은 폭설로 고립되어 있고 세상은 21세기임이 분명한데도 전화도 안되고 티비도 없고 차도 못가는 그런 21세기스럽지 않은 곳에 우연히 갇힌 사람들. 분명히 우연히 갇혔는데 살인은 일어나고 딱히 동기도 없고 알리바이도 없다. 들어올수도 나갈수도 없으니 범인은 분명히 우리중에 하나다. 게중 추리소설 좀 읽었다는 놈이 하나 나서서 아마추어 탐정행세를 시작하고 폭설이 그쳐서 경찰을 부를때쯤되면 법의학적 증거도 하나없고 수사도 처음해보는 생초짜주제에 범인은 너다라고 밝힌다. 참 많이도 우려먹는 트릭이기는 하지만 뭐 어쩌겠나 세상사가 다 거기서 거긴데. 그렇게 치자면 러브 스토리도 그렇고 판타지도 그렇고 설정이 거기서 거기인건 다 마찬가지다. 중요한건 그걸 어떻게 재미있게 풀어가는냐인데 솔직히 이 책. 도입부가 많이 지루하다. 게다가 중간중간에 나오는 택도 아닌(정말 말도 안된다)얘기들이 참 많이 우습다. 이 작가는 무슨무슨관이라는 시리즈를 내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집에 참 집착한다. 말하자면 이런 집에는 모종의 어떤 분위기가 있어서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자극시켜서 살인을 하게된다는 뭐 이런거? 저택이라는 모티브에 많이 집착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그런 얘기가 너무 장광설로 흘러가서 나중에는 무슨 사이비 종교같이 느껴진다. 이 집에는 웬지 오싹한 분위기가 느껴져 정도에서 그쳐야지 거기서 더 나가면 오히려 우스워지는데 말이다. 그래도 마지막의 이중트릭은 나름 괜찮았다. 책도 두껍고 내용도 빡빡하니 많긴 하지만 추리소설로써 한 번 읽어볼 정도는 된다. 사실 추리소설이 그정도면 되지 뭘 더 바라겠나.
사족이긴 한데 일본소설이나 러시아 소설은 사람 이름을 외우기가 너무 어렵다. 영미권의 소설같은 경우는 일본 못지않게 이름과 성이 길어도 보통 이름 부르라고 하면 그 뒤부터는 쭉 이름만 나오니까 한결 기억하기가 편하다. 근데 일본소설은 이름이나 성이나 둘다 긴데다 둘 중 어느쪽이 이름인지 구별하기도 어렵고 심지어 둘 다 부른다. 안 친한놈은 절대 이름안부르니까. 근데 이 책에서는 실제 이름에 극단에서 쓰는 예명까지 나오는 통에 누가 누군지 정말 애먹었다. 정말이지 이름표가 필요한 작품이다.
매니저로 15년을 살아온 세월을 정리하고 뉴욕으로 떠나면서 쓴 책이다. 솔직히 별 내용은 없는데 매니저의 생활과 매니지먼트회사라는 곳이 어떤곳인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지나가듯 한번 볼만하다. 유명한 연예인들의 매니저라는걸 빼면 솔직히 별 대단한 것도 없는 내용이라는게 저자에게는 슬프겠지만 사실이다. 혹여나 매니저를 꿈꾼다거나 그 분야에 평소 대단한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한 번 읽어볼만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