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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늘 그렇듯이 똑같은 패턴이다. 외딴곳의 저택. 밖은 폭설로 고립되어 있고 세상은 21세기임이 분명한데도 전화도 안되고 티비도 없고 차도 못가는 그런 21세기스럽지 않은 곳에 우연히 갇힌 사람들. 분명히 우연히 갇혔는데 살인은 일어나고 딱히 동기도 없고 알리바이도 없다. 들어올수도 나갈수도 없으니 범인은 분명히 우리중에 하나다. 게중 추리소설 좀 읽었다는 놈이 하나 나서서 아마추어 탐정행세를 시작하고 폭설이 그쳐서 경찰을 부를때쯤되면 법의학적 증거도 하나없고 수사도 처음해보는 생초짜주제에 범인은 너다라고 밝힌다. 참 많이도 우려먹는 트릭이기는 하지만 뭐 어쩌겠나 세상사가 다 거기서 거긴데. 그렇게 치자면 러브 스토리도 그렇고 판타지도 그렇고 설정이 거기서 거기인건 다 마찬가지다. 중요한건 그걸 어떻게 재미있게 풀어가는냐인데 솔직히 이 책. 도입부가 많이 지루하다. 게다가 중간중간에 나오는 택도 아닌(정말 말도 안된다)얘기들이 참 많이 우습다. 이 작가는 무슨무슨관이라는 시리즈를 내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집에 참 집착한다. 말하자면 이런 집에는 모종의 어떤 분위기가 있어서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자극시켜서 살인을 하게된다는 뭐 이런거? 저택이라는 모티브에 많이 집착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그런 얘기가 너무 장광설로 흘러가서 나중에는 무슨 사이비 종교같이 느껴진다. 이 집에는 웬지 오싹한 분위기가 느껴져 정도에서 그쳐야지 거기서 더 나가면 오히려 우스워지는데 말이다. 그래도 마지막의 이중트릭은 나름 괜찮았다. 책도 두껍고 내용도 빡빡하니 많긴 하지만 추리소설로써 한 번 읽어볼 정도는 된다. 사실 추리소설이 그정도면 되지 뭘 더 바라겠나.
사족이긴 한데 일본소설이나 러시아 소설은 사람 이름을 외우기가 너무 어렵다. 영미권의 소설같은 경우는 일본 못지않게 이름과 성이 길어도 보통 이름 부르라고 하면 그 뒤부터는 쭉 이름만 나오니까 한결 기억하기가 편하다. 근데 일본소설은 이름이나 성이나 둘다 긴데다 둘 중 어느쪽이 이름인지 구별하기도 어렵고 심지어 둘 다 부른다. 안 친한놈은 절대 이름안부르니까. 근데 이 책에서는 실제 이름에 극단에서 쓰는 예명까지 나오는 통에 누가 누군지 정말 애먹었다. 정말이지 이름표가 필요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