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많이 덥다.
길이 휑하다. 다 휴가인가 보다. 사람도 없고 길도 안막히고 골목도 조용하지 참 좋다. 전화조차도 없어서 하루종일 맘편히 책을 봤다. 유리장이의 아이들, 월광게임-Y의 비극 '88, 엔젤과 크레테를 읽었다.
유리장이의 아이들은 별 할말이 없다. 역시나 동화란 커서 읽어서 좋은건 정말 몇 권 안된다. 중간중간 마음에 드는 부분이 두어군데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별 재미는 없었다.
월광게임은 요즘 새로 책이 출간되기 시작한(누군가 발굴했나보다) 아리스가와 아리스라는 특이한 이름의 작가의 작품이다. 작중의 화자의 이름도 똑같은 아리스가와 아리스다. 즉 작가가 작중화자인 셈이다. 이 작가의 작품이 막 쏟아져나오길래 어떤가 싶어서 외딴섬 퍼즐을 샀는데 나쁘지 않길래 다른것도 사볼까 싶어서 제일 처음 나왔다는 월광게임을 샀다. 작품의 끝부분 즉, 탐정역의 에가와가 범인을 밝히려는 시점에서 범인을 한번 밝혀보라는 메세지가 나오는데 찬찬히 읽어보면 범인이 짐작이 가지만 그렇다고 시시하지는 않았다. 정당한 게임이라고나 할까. 즉 마지막 부분까지 가서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동기가 드러나는 시점에서 찬찬히 생각해보면 범인이 나온다. 이 작가의 작품에서 키워드는 동기다. 다른 작가들처럼 동기가 복잡하게 꼬여있는게 아니라 그안에서 충분히 생각하면 유출해낼수있는 동기를 가진 사람이 있어서 범인을 밝혀낼수가 있는데 의외의 반전이 없다고 해서 결코 재미없지는 않다. 더러 의외의 반전이 있어야만 재미가 있는줄 알고 절대로 독자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작품이 있는데 그런 작품에 비하면 오히려 더 신선하고 재미있다. 게다가 탐정역의 에가와 선배는 일종의 홈즈격인데 홈즈보다는 인간적이고 왓슨역의 아리스가와는 왓슨처럼 작품마다(두 작품일 뿐이지만) 나오는 여자에게 반하는데 결국은 차이는 것도 같긴 하지만 왓슨보다 덜 한심하다. 아마 두사람이 아직은 어린 학생이기 때문인것 같다. 이 두 콤비가 언제까지 함께할지 궁금하다. 그러고보면 탐정소설에는 유난히 홈즈와 왓슨 구도의 작품이 많은것 같은데 코난 도일의 영향일까? 아니면 그런게 작품을 쓰기 편하고 더 재미있어서일까?
엔젤과 크레테는 발터 뫼르스의 작품이다. 이 작가의 작품을 많이 좋아해서 언제나 신간이 나오자마자 사는데 이번에는 조금 늦게 산데다 읽는것도 좀 늦었다. 대충보니 전작들에 비해서 좀 덜한거 같아서 집에 두고 미루다가 오늘에야 읽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이 작가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다.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작가중 하나다. 차모니아라는 기묘한 세상. 그 세상을 이루는 기묘한 동식물. 꿈꾸는 책들이 도시부터 엔젤과 크레테까지 하나같이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일까라는 생각에 절로 감탄이 든다. 언제 읽어도 후회없는 작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