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여전히 엄청나게 덥다 

오전중에는 자잘한 일들을 정리하고 은행업무를 처리했다. 점심시간에는 직원들에게 냉커피를 타주고 오후에는 미숫가루를 타줬다. 안해줘도 되는 일이지만 워낙 날이 더워서 직원들이 힘들어해서 해줬더니 좋아라한다. 오후에는 책을 봤다. 까칠한 가정부와 멋진 징조들.  

까칠한 가정부는 까칠한 가족의 후편에 해당하는데 조반니노는 한탄을 금치 못한다. 자신의 글재료로 아내와 아들, 딸, 개 한마리가 있었는데 개가 제일 먼저 차에 치어 죽어 묻히고 아들, 딸이 결혼해서 사라지자 이제 더이상 글재료가 없다고. 자기와 이제 할머니가 된 아내밖에 남지 않았는데 할머니들은 농담의 상대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대목에서 한바탕 웃었다. 그런 그에게 하늘이 내려준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가정부인 조다. 미혼모에 독립심강한 조는 항상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고나와서 조반니노와 마르게르타를 깜짝 놀라게 한다. 실제로 가정부가 저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자유분방하고 저돌적인 조와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조반니노의 한판승부는 정말 볼만하다. 다 읽고나니 문뜩 진짜 조는 어떤 사람이었을지 궁굼해진다. 그리고 조반니노가 자신을 소재로 이렇게 책을 쓴것을 어떻게 생각할지 꼭 한번 물어보고 싶어졌다. 유쾌한 책이다. 

멋진 징조들은 내가 좋아하는 두 작가의 공저다. 디스크 월드를 보고 얼마나 재미있게 웃었던지.. 알아보니 시리즈로 29권이나 나왔다는데 왜 달랑 두 권 나오고 더 안나오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없어서 그런건지 출판사의 사정인건지...어서 빨리 뒷권이 나오면 좋겠다. 공저라고 하니 누가 무엇을 썼는지에 대해서 물어봐도 둘다 정확히는 밝히지 않는다고 하는데 어찌나 천연덕스럽게 잘 썼는지 둘이 꼭 한사람같다. 둘의 작품을 비교해봐도 알수 있는게 참 비슷한 사람들이다. 둘이 알자마자 친해진게 이해가 간다. 유머와 엉뚱함과 재치만점의 말솜씨가 어우려진 유쾌한 사람들이다. 책도 역시나 그렇다. 실컷 벌여놓고는 엉뚱하게 끝내기. 천사의 실수와 악마의 선행이 합쳐져서 인간들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도 잘 산다는 비틀기. 아마게돈에서 천국이 이긴다는 천사에게 그럼 넌 영원히 사운드 오브 뮤직만 보고 살아야할꺼라면서 비웃는 악마. 그 비웃음에 실제로 우울해하는 천사. 그냥 개가 되서 고양이를 뒤쫓으며 행복해하는 지옥의 마견. 얼마나 유쾌한 조합인가. 아마도 하느님이 계신다면 그 분 역시 이 작품을 마음에 들어하실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