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내경, 인간의 몸을 읽다 - 중국 최고 석학 장치청 교수의 건강 고전 명강의 장치청의 중국 고전 강해
장치청 지음, 오수현 옮김, 정창현 감수 / 판미동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나이가 들수록 사무치게 깨닫는 것이 건강의 소중함이다. 감기 하나 걸리지 않았던 몸이 마흔을 훌쩍 넘기고 나니 생전 처음으로 병을 앓아보기도 하였다. 건강에 관한 책은 많지만 이 책 황제내경은 건강하고 싶은 사람은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중국의 전통 의학서이며 가장 오래 된 책으로 기원전 2세기에 집필된 책이라고 하니 고서중의 고서이다. 게다가 황제내경의 가치는 현대의학에서 옹호하는 생물·심리·사회적 관점과 일치하고 있어 의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논어이전에 황제내경을 먼저 공부하라는 구절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황제내경은 중국 최초의 의학 이론서이다

황제내경은 양생의 비결을 서술한 최초의 경전이다.

황제내경은 생명의 문제를 다룬 최초의 백과사전이다.

   

황제내경의 핵심이치는 불치이병 치미병 (不治已病 治未病)으로 이미 병든 것을 치료하기보다는 아직 병들지 않은 것을 다스린다.’ 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 병이 될 만한 요인을 미리 없애 질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황제내경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소문>이고 나머지 하나가 <영추>로 생명의 체질과 본질, 근원에 대해 실려있고 <영추>는 신령함의 핵심이자 생명의 중추로 영적인 부분이 수록되어 있다. 책은 논어처럼 문답식으로 되어 있고 황제와 기백이 주고받은 내용들이다.(황제내경의 저자는 황제가 아니다)

 

황제내경에서는 인간의 생명을 이루는 요소로 정, , 신을 꼽는다. 이 정기신은 사람의 생명을 이루는 삼대 요소로 밀접한 관계 속에서 서로 영향을 미치며 정이 충만하면 기가 넘쳐나고, 기가 넘쳐나면 신이 왕성해지며, 정이 부족하면 기가 허해지고, 기가 허해지면 신도 쇠약해진다고 한다. 즉 신이 왕성하면 기가 넘쳐나고 기가 넘쳐 남은 정이 충만하다는 뜻이다. 이는 동양철학의 이치이기도 하다. 순환과 반복이라는 대도의 법칙으로 자신의 시작점으로 돌아가야만 안정되고 조화로운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황제내경의 요지이다.

 

만물은 무성하게 일어나고 갖가지 모습으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저마다 자신의 뿌리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뿌리로 돌아가 있는 것을 무위의 고요함이라고 말하고 그 고요함본질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노자)-p95

 

 오행   나무 불   흙 쇠  물 
 오장  간 심장   비장 폐  신장 
 오지  분노 기쁨   생각 슬픔  두려움 
 오음 각  치  궁  상  우 

[황제내경] 양생론의 핵심은 '염담무욕恬淡無欲,과 합동어도合同於道'에 있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 우주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어 구체적인 방법으로 양정, 조기, 치신을 제시한다.  즉 몸의 근본인 정精을 지키고, 생명 활동의 에너지인 기氣를 기르며, 생명 활동의 주재자인 신神을 잘 다스리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장치청 교수는 황제내경의 양생론을 연구로 끝내지 않고 사회에 적용하고자 전통 양생 문화를 재건하고 대중화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하였다고 한다.

 

 음양오행에 근거해서 사람의 체질을 두 가지로 나누는 이분법으로 사용하고 다섯 가지의 오분법으로 구분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음양에 따른 구분인데  음양은 중의학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분류기준이 된다. 오장육부도, 경락과 진단도, 질병치료도 사람의 체질 역시도 모두 음양으로 구분하고 있어  일상의 양생에서 음양 구분은 무척 중요하다. 음양 구분이 분명해지면 오행도 명확해지고 체질의 유형도 분명히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드러나게 된 자신의 유형을 대비하여 마음의 병을 다스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심신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칠정육욕에 따른 치유법이 흥미로운데다  칠정육욕과 연계하여 육체의 병을 고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한 공부가 되었다. 이밖에  생명주기율과 인체의 리듬, 나이에 따른 양생법과 춘하추동 사계절 양생법 등 일상생활과 직결하여 건강한 몸을 만드는 비결이 담겨있어 지루한지 모르고 읽었다. 의학서라 생각해서 논어와 비견 되어지는 고전이라는 말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였는데 수신修身이라는 나무에 제가 , 치국, 평천하가 달린 것처럼 건강한 몸을 위해서는 마음과 몸을 같이 닦아야 함을 배우게 되었다.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운동을 하지만 그  이전에 자신의 체질과 음양오행을 먼저 알고 나서 체질에 따른 운동법을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것은 자명한 일이다.  병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자신의 체질과 음양오행에 따른  치유를 해야 한다.  내 몸에 병이 될 만한 요인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독해야 할 건강서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이트 스쿨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언제 어디서든 장소를 불문하고 잠을 잘 잔다. 한 가지 고민이 있다면 잠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허나 정신적 원인이라기 보다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노화가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때마다 서글퍼지곤 한다. '나이트 스쿨'에서는 잘 자는 사람이 건강하고 잘 산다는 전제하에 자신의 잠의 유형을 통해 자가진단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데 '최고 수면을 누리는 사람'을 이른바 슈퍼 슬리퍼라 칭한다. 출제문제에 27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사람들이 바로 슈퍼 슬리퍼인데 나는 3점이 모르는 24점이었다. 그렇다면 최고의 잠은 어떻게 꿀 수 있는 걸까?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 교수는 최고의 잠을 자는 사람들이 특별히 행복하고, 성공적이며 건강하다는 것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밝혀주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하루 24시간에서 3분의 1을 잠자는 데에 쓰고 그 중 4분의 1을 꿈꾸는 데 쓴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데에도 여전히 잠에 대해 밝혀진 바는 없다. 리처드 와이즈먼 교수는 지난 60여 년 동안 과학자들이 수면의 과학의 힘을 밝히기 위해 연구에 몰두한 사실에 주목하여 '잠'의 비밀을 밝히고 있다. 밝혀지지 않은 3분의 1이라는 시간에 꾸는 꿈은 일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주기도 하며 미래를 예지해 주기도 한다. 저자는 꿈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을 수많은 테스트와 실험을 통해 밝혀주고 있다. 이 실험들을 통해 수면 과학자들은 수면이 부족하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하며 의지력 수준을 결정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두뇌 앞쪽 부분에 악영향을 미쳐 자기 통제 감각과 규율 감각을 망가뜨린다고 한다. 이것을 수면 박탈이라 하는데 일례로 기억력, 어휘력, 논리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테스트를 통해서 매일 밤 6시간 이하로 자거나 8시간 많이 잘 경우 테스트 점수가 낮게 나오며 위와 같은 연구를 통해 수면 박탈은 학습 능력을 저하시키고 사업상 수십 억 달러의 손해를 끼치게 하며 뇌를 급격히 노쇠하게 만든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기면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 코골이로 인한 수면 중 무호흡증과 같은 질환은 심하면 죽음에도 이를 수 있게 한다니 잘자는 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참고로 남편이 심한 코골이라 치료법을 적어놓았다.)

 

 

 

 

   코골이 환자를 위한 치료법

* 가장 좋아하는 모음을 골라 매일 세 번씩 2분 동안 큰 소리로 반복하라.

* 매일 3분 동안 앞니 뒤로 혀끝을 누르고 이어 혀를 입천장을 따라 앞뒤로 미끄러뜨려라.

* 30초 동안 입술을 오므려라.

* 입을 열고 턱을 부드럽게 좌우로 30초씩 움직여라.

* 거울 앞에 서서 입을 벌려 목젖을 바라보고 1초 정도 목 뒤편에 있는 근육을 수축시켜 목젖이 위로 움직이게 하라, 이제 긴장을 풀라. 이 과정을 30초 동안 반복하라.

 

 

저자는 자기 계발이 깨어 있는 동안의 삶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지만 이 책을 통해서 하루의 3분의 1에 해당하지만, 여전히 잠들어 있는 시간들을 활용하여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라고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설문에 응하여 자신의 잠을 자가진단해 보는 것도 자기 계발에 충분해 보인다. 잠이 곧 보약이라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닌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류동민 지음 / 코난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파리의 시인 보들레르는 19세기 파리를 매춘부라 하였다. 당시의 파리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소비의 심장부이자 중심지였기에 가능한 표현이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 역시도 소비가 중심인 자본주의 사회를 보편적 매춘의 시대라 표현하였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본질이다. 끊임없이 무엇이든 생산해 내고 팔아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와 자본가가 형성된다. 19세기 자본주의의 심장부가 파리라 한다면 대한민국은 단연코 서울이다. 서울의 모든 삶이 소비라는 수레바퀴로 굴러가고 있고 현대 사회에서 소비는 생존을 규정하는 방식이다. 경제학자인 류동민은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서 주류경제학에서 말하는 자본가와 노동자와의 관계가 아닌 '정치경제학'의 서울을 재조명한다. 주류 경제학에서 서울은 자본과 노동이 밀집되어 있는 도시에 불과하지만 정치경제학의 서울은 소비라는 패턴으로 얽혀져 있는 생활의 터전이라는 공간의 총체적 재현이다. 이러한 공간의 개념은  발터 벤야민이 '아케이드 프로젝트'와 같은 맥락인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울은 '안과 밖의 모호한  경계가 지닌 아케이드'이다. 저자는 서울에 침투한 자본의 욕망을 읽고 대형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놀이공원에서 친구를 만나는 일상에 물신의 지배를 읽어내며 삶이 어떻게 소진되어 가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한다.    

 

자본의 힘이 삶을 착취하는 한편으로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는 이중성을 가지듯이, 공간에 대한 낭만적인 재현도 마찬가지로 인간 본성의 요구인 동시에 지배 구조를 단단하게 만드는 이중성을 갖는다. 공간의 총체적 재현, 어쩌면 애초부터 불가능해 보이는 그 목표에 한 걸음이라도 다가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이중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보듬어 안아야 할 것이다. -p27

 

 한국의 주거문화를 선두하고 있는 아파트, 언제부터인가 민주적공간의 상징이 되어버린 스타벅스,상품 물신의 현장이라 할 수 있는 백화점이나 코엑스물, 자본에 장악된 놀이공원, 대학 캠퍼스, 대형교회가 자리하고 있는 서울을 정치경제학이라는 색다른 지평으로 읽어내는 가운데 저자는 이러한 공공장소가 지닌 의미가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생성되고 있음을 간파해 낸다. '공간' 이 지닌 의미는  사람들의 욕망과 행동에 따라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며 그 공간이 또다시 사람들의 욕망과 행동을 만들어나가는 경제구조를 창출한다. 모든 것이 소비라는 시스템에 기인하듯, 고갈되지 않는 소비에 대한 욕망은 공간의 의미를 재편집한다. 스타벅스가 현재의 민주적인 공간을 대변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욕망과 행동의 변화에 따라 스타벅스가 상징하는 의미는 변화되고 또 다른 상징이 그 공간을 대체하는 것처럼 하나의 욕망이 만들어낸 공간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변화는 소비의 패턴이고 그 소비의 중심에는 자본이 있다. 서울은 이렇게 수많은 욕망과 자본에 의해서 움직이는 유동의 공간이다. 

 

애초에 인간이 만들었으나, 어느덧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것, 정확하게 물신의 정의이기도 하다.

 

자본이 국가의 자리를 대신하는 듯한 오늘의 현실을 이해하는 것은 여전히 국가가 능력주의의 후원자일 거라는 환상 때문에 방해받고 있다. 그렇지만 이미 국가는 스스로의 힘을 발휘하여 할 때조차 자본의 은유를 빌리곤 한다. 과거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주로 억압적 국가에 대한 저항이었다면, 이제는 자본의 지배, 국가의 틀을 빌린 자본의 통제 혹은 자본의 언어로 말하는 국가권력에 맞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지금까지 시간 구조를 뼈대로 삼아 형성된 서울의 공간적 구조를 구별 짓기와 추격의 과정,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의 환상과 실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민주주의의 문제로 귀착된다.p199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마지막 '시초 축적'에 그 의미가 담겨져 있다. 저자는 보들레르가 지적한 것처럼 '매춘'이라는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을 마주하게 되면 현재의 서울이라는 공간이 만들어지기 까지 사람들의 욕망의 변천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가장 쉬운 예로 '시초 축척' 이라는 신화적 의미를 대입하고 있는데 쉽게 말해 열심히 일한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보편적 판타지가 통용되지 않는 이유를 '자본'에서 찾고 있다. 대학가에서나, 백화점에서나, 교회에서나 자본이 전공과목의 유용성을 평가하게 된 것처럼 자본이 능력이고 자본이 곧 종교가 된 자본주의의 현실에서는 자본만이 강력한 이데올로기이자 능력이다. 마르크스나 엥겔스가 자본이 물신이 된 시대를 보편적 매춘의 시대라 하듯이 서울은 인간의 욕망을 팔아 도시를 완성한다. 비약적인 발전으로 서울은 현재에 근대를 품고 있는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 불리기도 하였지만 서울이라는 도시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는 '배제의 원리'에 있다, 자본이 삶을 착취하지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는 것도 자본이다. 이러한 자본의 이중성은 발터 벤야민이 말하였듯 '안과 밖의 모호한 경계'와 같은 아케이드 서울이다. 

 

읽으면서 작년에 읽었던 '류신'의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이야기의 흐름은 전혀 다르지만 본질은 같았다. 류신의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문학과 예술이라는 프레임에서의 공간이라면 이 책은 실천적 공간으로서의 정치경제학이라는 프레임이다. 류신의 서울은 누구에게나 다르게 기억되는 공간 재현이었다면 경제학자 류동민의 서울은 삶을 이루고 바꾸며 살아가고 있는 공간 실천의 서울이다. 같지만 다른 느낌의 서울, 저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시간 축과 공간 축이 서로 얽히면서 일어나는 변화는 그 시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하였듯이 정치경제학으로 살펴보는 서울이라는 공간은 사람들 저마다의 기억속에서 재현되는 삶의 또다른 모습이다.(재현공간)     

 

나의 기억을 자기중심적으로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것처럼 우리의 기억을 그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폭력적 재현, 내가 믿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 대안적 재현을 인정하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기초를 흔드는 것이다. 공간을 마음속에서 재현하는 것, 공간에 얽힌 시간을 기억하는 것, 그에 기초하여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것, 이 모든 것이 모여 우리가 사는 공간을 바꿔나간다.-p284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벌거벗음
조르조 아감벤 지음, 김영훈 옮김 / 인간사랑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좋던 싫던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태어나자마자 페르소나가 씌워진다. 이 벌거벗음에 씌워지는 페르소나를 벗어야만 우리는 벌거벗은 생명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벌거벗음에 대한 사유는 이 책에서 10편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서로 전혀 다른 내용의 10편은 벌거벗음을 이해할 수 있는 사유의 알고리즘이다.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창조되었다. 스스로 벌거벗었다는 자각이 없었기에 이들에게는 옷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브가 뱀의 꾀임에 빠져 죄를 지은 후에야 이들은 벌거벗음을 깨달았다. 조르주 아감벤은 이들이 옷을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아담과 이브는 하나님의 은총이라는 영광의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아담과 이브의 벌거벗음은 죄로 인해 초자연적인 옷이었던 하나님의 영광을 잃어버린 상태를 말한다. 또한 인간은 옷 없이 창조되었고 이는 인간이 본성과는 다른 고유의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도 된다. 옷 없이 창조된 것은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초자연적 의복을 입기 위함이라는 역설이기도 하다.

 

죄로 인한 인간 본성의 왜곡은 육체의 발견과 신체의 벌거벗음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졌다. 타락 이전에 인간은 신을 위해 존재했고 그렇기에 인간의 육체는 옷이 없어도 벌거벗은것은 아니었다. 옷이 없었던 것은 명백하지만 인간의 육체가 벌거벗지 않았던것은 초자연적 은총이 개별 인간을 의복처럼 감싸고 있다는 사실로 설명된다. 단순히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빛 속에서 인간이 스스로를 발견한 것은 아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영광을 입었다. 죄를 통해 인간은 하나님의 영광을 상실했고, 그로인해 그의 영광 없는 신체가 비로소 가시화된다. 이는 순수한 육체의 발가벗음이며, 육체의 순수한 기능성을 야기하는 발가벗김이다, 이제 육체는 하나님의 영광 속에 있다는 궁극의 존엄성을 모든 고결함을 상실한다.-p100

 

위와 같이 벌거벗음의 사유는 창조와 구원, 동시대인, 소송의 K, 유령,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페르소나 없는 정체성, 벌거벗음, 영광스러운 몸, 황소의 굶주림, 세계 역사의 마지막 장까지 이어진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모두 벌거벗은 생명으로 태어난다. 하지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벌거벗지 않은 채 살아가게 된다. 이것이 동시대인들의 삶이다. 그러나, 동시대인들에 대한 아감벤의 벌거벗음의 사유는 동시대에 대한 정의를 살짝 비튼다. 동시대인은 시대의 어둠에 확고히 시선을 고정하며 어둠에서 나오는 한 줄기 빛을 지각하는 능력을 갖춘 자를 뜻한다, 이러한 동시대인의 전제는 결국 동시대인은 현재성을 지닐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사물 속의 체험할 수 없는 부분 즉, 도달할 수 없는 현재성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은 동시대인이 결코 현재에 안주하거나 스며드는 속성을 지니지 않았음을 말한다.

  '이 체험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것, 이것이 동시대인의 삶이다. 그렇기에 동시대인이 된다는 것은 결코 살아본 적이 없는 현재로 되돌아가는 걸 말한다.' 이렇게 벌거벗음의 알고리즘은 동시대인에 이어 잠재성에 대한 사유로 연결된다. 벌거벗음이 하나남의 영광을 상실한 결여에 의한 것이듯, 동시대인이 현재성을 결여한 것과 같이 드러나지 않은 잠재성의 비잠재성은 결여이다.

 

모든 잠재성은 동일한 잠재성의 그리고 이 동일한 잠재성에 대해 비잠재성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여기서 비잠재성은 단순한 잠재성의 부재나 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 즉, 자신의 잠재성을 실행시키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실상 모든 잠재성은 항상 되는 힘과 되지 않을 힘, 할 수 있는 힘과 하지 않을 힘인데, 이 특수한 양면성이 인간의 잠재성을 규정한다. 인간이란 존재는 잠재성의 양태로 존재하며, 누군가이며 동시에 아닐 수 있고, 할 수 있는 만큼 하지 않을 수 있는 살아있는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은 다른 모든 생물에 비해 더 많은 오류의 위험에 노출된다, 그러나 동시에 잠재성으로 인해 인간은 자신의 역량을 축적하고 자유롭게 지배할 수 있으며, 이를 능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 잠재성은 어떤 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의 척도이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하지 않을 가능성을 유지하는 능력인데, 이것이 인간 행동의 등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불꽃은 불타는 것밖에 못하며, 인간 이외의 생물은 스스로의 고유한 잠재성을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들은 생물학적인 소명에 각인된 단순한 행동만을 할 수 있다. 반면 인간은 고유한 비잠재성의 역량을 가진 동물이다.  

 

다소 길지만 본문을 실은 것은 아감벤 조르주의 사유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것 같지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인간의 벌거벗음은 태초의 시작과  궤를 같이 하여  인간의 본성과 연결 되어 있다. 그래서 신학적 미학에서 벗어날 수 없다. 누구나 태어나면서 씌워지는 페르소나를 벗고 본연의 나(본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철학(사유)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동굴에 갇힌 포로가 벽에 드리운 그림자나 흐릿한 사물만을 보며 살아가지만 철학자만이 동굴밖의 실재를 마주할 수 있는 것처럼 벌거벗음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궁극의 실재를 마주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 어려운 시대에 안주하는 사토리 세대의 정체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이언숙 옮김, 오찬호 해제 / 민음사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올해 취업의 관문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라고 한다. 친구의 딸은 올해 졸업과 동시에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서류도 서류려니와 자소서와 토익에 인턴 시험에 대학시험보다 더 힘들고 어렵다고 한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보도 되는 사회분위기는 암울하기 그지없다.  청년 실업률은 해마다 증가하더니 기어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그 여파로 이름만으로 멋졌다던 청춘의 세대는 삼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로 불리는가싶더니 이제는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대인관계와 내집마련까지 포기해야 한다는 오포세대까지 확대 되었다. 

 

#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은 일본의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최악의 경제상황에서도 행복한 이유를 사회적 구조에서 살펴보는 책이다. 한때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발칙함과 싸가지가 사라진 젊은이들의 행복, 그 이면에는 어떠한 사회기제가 있을까하는 의문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젊었기에 꿈꿀수 있었던 열정이 사라지고 자기만족과 자기행복에 빠져 있는 사토리(깨달음)족이라 불리는 젊은이들은 절망에 빠져있는 일본에서 행복하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비단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청년 실업과 사회의 부조리, 양극화된 사회, 돈을 벌어도 빈곤한 워킹푸어의 증가, 고령화에 접어든 사회의 미래는 더욱 절망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의 행복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

 

  첫 시작은 젊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젊은이 담론이다 '젊은이'란 세대가 등장하게 된 사회적 구조는 전후戰後의 인구이동을 통해 도시 지역으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젊은이들의 공통 체험이 용이해지기 시작하면서이다. 1950년대부터 젊은이들의 담론의 변화를 나타내는 용어로 아프레게르(전후戰後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허무적이고 퇴폐적) 가 등장한다.  1950년대 아프레라는 용어가 유행어가 된 사건은 범행의 동기가 모호하거나 딱히 동기하고 할 만한 것도 없이 극단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에서 일어나는 아프레 범죄가 연달아 일어나면서이다. 50년대의 아프레게르가 유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뒤흔든 존재는 틴에이저로 아프레게르보다 훨씬 젊고 패전을 경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시장의 입장에서 좋은 고객이 되는 동시에 어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자란 틴에이저들은 자유로운 대상이었다. 아프레게르는 범죄를 저지른 일부 젊은이를 대표하는 말로 사회적 비난을 들어야 했지만 틴에이저는 고객이라는 점에서 비난의 대상이 아니었다. 70년대 이르러서 나타난 젊은이들은 기존 질서에 구애받지 않는 행동과 쿨한 감성으로 기성 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안겨 주었고 바통을 이어받아 미유키족이 롱스커트나 아이비 패션으로 몸을 치장하고 커다란 쌀 포대를 안고 긴자 미유키 거리에 모여 있던 젊은이들이 나타났다. . 젊은이들을 대표하는 태양족이나 미유키족으로 표면화되기 시작한 공통문화는 중상류층으로 상승하고 싶다는 동경을 자극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젊은이들의 계보는 1990년대에 사라지게 되었다. 이처럼 싸가지없고 발칙함의 대명사였던 젊은이들의 담론은 격자사회라는 용어가 유행하는 오늘날에 이르러, 존속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것이 1장에서 밝히고 있는 젊은이 담론의 변천이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리 없다.”라는 생각이 들 때, 인간은 지금 행복하다.”라고 생각한다. 이로써 고도성장기나 거품경제시기에 젊은이들의 생활 만족도가 낮게 나타났던 이유가 설명된다. 말하자면, 그 시기의 젊은이들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다.”라고 믿었다. 더불어 자신들의 생활도 점차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품고 있었다. 따라서 지금은 불행하지만, 언젠가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중략)

그러나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소박하게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다.”라는 생각을 믿지 않는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그저 끝나지 않는 일상일 뿐이다. 그래서 지금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었을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p136

 

#

 행복은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향성을 지침하여 준다. 미래에 대한 긍정은 현실의 불행을 순화시키는 힘이 있다. 미래가 주는 행복에 대한 보장은 가난한 시절을 견뎌내게 한다. 나라는 절망에 빠져 있는데 젊은이들은 자기 안착과 평안에 머물러 '컨서머토리'로 살아가고 있는 일본 사회는 자포자기의 세대나 다름없다.  그러나, 해제 오찬호가 말하였듯 일본보다 한국은 더 절망적이다. 출구가 없는 터널을 걷듯 어둡기만 하다. 젊은 사회학자인 이 책의 저자는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젊은이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진단한다. 거품 경제가 붕괴하듯 일본 사회를 떠받히던 구조물도 무너졌다. 한국 사회 역시도 오포세대를 맞이한 젊은이들의 미래는 더욱 절망적이다. 이미 젊은이의 문제를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촉수를 잃어버렸다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은 건 사회의 전체적인 프레임 안에서 '개인'은 그만큼 많은 변수를 가진 주체이기 때문이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깝다. 싸가지 없는 밝칙한 젊음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질수록 미래는 밝아질테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