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이상이 있다는 걸 진작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악으로 깡으로 버텨왔다.
새벽 산에 다니지만 근래 들어서
유난히 숨이 차고 현기증과 두통이 잦아
이상하게 여기던 중 자주 가던 내과에서 진찰을 받았다.
빈혈수치가 6.
정상수치 13의 반도 안되는 피로 어떻게 버텨왔는지 신기하다.
그것도 모르고 요즘 얼굴이 하애지고 있다고 좋아하다니.
체중이 급속도로 줄고 있는 것도 열심히 운동한 덕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숨이 가쁜 건 전날의 알콜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1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달린 탓)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들이 내 말에 기가 찬지 어이없어 하며
이 정도면 걸어다니기도 힘들었을 텐데 한다.
무뎌도 이리 무딘 나는 남편과 의사선생님께 구박만 받고
주사와 철분제 처방을 받아왔다.
페북과 카스에 `피가 모잘라` 병원에 갔다왔다하면 이웃들에게
걱정만 시킬 것이 뻔해 그냥 북플에 심경만 끄적거린다(북플은 이웃이 적은지라)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아프지는 않았는데
약 먹기 싫다고 고집부리다가 `아줌마 그러다 죽어요...'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약은 먹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