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휴와 침묵의 제국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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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랜만에 이덕일의 책을 들다 

나는 이덕일의 책을 독이 든 성배처럼 여긴다. 이덕일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특히 초기작 시절에는 매우 저돌적이었고 피를 토하는 듯한 극적인 문장이 강해서 더욱 그런 느낌이었다. 이덕일의 책은 한국사와 관련한 어떤 주제에 대해 깊이 들어가고자 할 때 그 어떤 책보다 쉽고 재밌게 입문서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덕일의 사관은 학계 소수설이거나 그를 넘어 음모론에 가까운 부분도 꽤 많은지라 그의 주장에만 경도되면 위험하다. 비전공자인 일반인 독자로서 역사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흥미로 얼마나 많은 책을 읽게 될까를 고심하면 그의 책은 아주 달콤해 보이나 망설이게 된다. 어쨌든 그는 현재 한국사 분야에서 가장 핫한 작가임은 분명하다. 출간하는 책마다 쉽게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충성스러운 매니아도 많은 한편, 책이 화형식을 당할 정도로 안티가 극렬하니, 이런 작가도 드물다. 학이불고의 마음으로 오랜만에 이덕일의 책을 들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며 얼마나 변했을까.


[윤휴와 침묵의 제국] 잊혀진 이름 윤휴, 그를 다시 찾다



윤휴는 (...) 사망 3백 년이 지난 지금도 지워진 이름이 되었다.
아직도 그의 이름을 지우고 있는 우리 시대는 그를 살해했던 시대보다 나은가.
윤휴는 지하에서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 본문 中에서

현재 고등학교 국사 국정교과서(7차 개정판)에서 윤휴의 이름은 딱 두 번 언급된다. 하나는 정치사에서 숙종 때 청의 정세 변화를 염두에 두어 북벌을 다시 제기한 인물로, 다른 하나는 문화사에서 성리학이 교조화(절대화)되는 시기 주자와 다른 관점에서 유학을 바라본다는 이유로 당시 집권층인 서인(노론)에게 사문난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나마 한줄 정도의 설명밖에 되지 않으나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북벌론에 대해 송시열, 효종, 윤휴로 구분하는 반면 중학교 교과서에서는 윤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북벌도 송시열과 효종을 묶어버린다. 나머지 행간에 대해 학교에서 배우는 양은 철저히 교사의 재량과 문제집 풀이 양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그것이 평생 습득하는 국사 지식의 거의 전부가 된다. 지금의 학생들은 그나마 형편이 낫다. 이전 세대로 갈수록 사실 자체가 잘못되거나 일편향의 국사를 배워왔기 때문이다.

  
<윤휴와 침묵의 제국>이 출간되었을 때, 인터넷 댓글을 읽으며 윤휴를 이름조차 모르는 독자들이 많음에 새삼 놀랐다. 이덕일은 이 책에서 교과서에 윤휴의 북벌론을 송시열이 주장한 것으로 둔갑해 있다고 하니, 사실이라면 나보다 윗세대 중엔 이렇게 배운 분들도 있었나보다. 다시금 학창시절 국사 공부에 대해 생각했다. 필자 역시 사정이 탁월하게 나은 것은 아니다. 서로 정견은 달라도 윤휴를 존중하고 교제했던 송시열이 어떻게 윤휴와 틀어지고 제거하게 되는지 그리고 사후의 회니시비 정도에 대해 간략하게 알 뿐이다. <윤휴와 침묵의 제국>은 윤휴에 대해 단독적으로 다룬 책(논문·학술서 제외)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관련 서적 출간의 기폭제가 되길 바라며 반가웠다. 또한 이 책은 저자의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출간 10년 후 자답이기도 하다.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는 출간된 지 너무 오래되었는데 인기는 여전해 개정판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으로 아쉬움을 조금 달랠 수 있을 듯하였다.

조선 후기의 사문난적이 정말 학문적 위험성보다 정치적인 이유로 희생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지배적이라 윤휴와 박세당에 대해서 대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접하면서 충격적인 것은 (10년 전에만 그렇고 지금은 안 그런지 몰라도) 윤휴가 후손들마저 입에 올리기 꺼리는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치명적인 허물이 있는 조상에 대해서도 잘했다 큰소리치는 마당에 이런 인물을 후손이 신원하려 애쓰지 않는다니 저자가 전하는 얘기가 사실인가 싶었고, 그래서 더 책 내용이 궁금해졌다. <윤휴와 침묵의 제국>은 역시 이덕일이구나 싶게 매우 강하고 단호하게 서술한다. 철저하게 윤휴는 선이고 송시열은 악으로 봐, 천하동례에 입각해 택군 입장이었던 서인의 정치관을 조선 후기에 사대부 사이에 팽배했던 사상이자 신권이 강한 반증으로 인정하기보다 죽어야 마땅한 생각으로 평가한다. 오늘날 친일-친미로 연결되는 기득권의 뿌리가 송시열부터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윤휴와 침묵의 제국>을 읽으며 가장 흥미진진했던 부분은 피를 말릴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는 당시 국내외 정세였다. 그걸 아니 윤휴의 주장이 좀 더 이해가 되었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그 시대 주요 사건들이 왜 일어났는지 아귀가 맞춰졌다. 윤휴가 역사에 휘말린 것은 벼슬길에 오른 불과 6년, 끝까지 관직을 고사하고 산림으로 사는 게 어쩌면 더 나았지 싶다. 아무리 포의 시절 상소와 저술로 주장한 개혁안은 너무나 급진적이었고 드디어 그 이상을 실현할 기회가 왔지만 철저히 방해받고 좌절된다. 이덕일은 윤휴를 조선시대 ‘다양성’의 표상으로 그린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조선시대의 다양성 종말이며 침묵의 시대 시작으로 평가한다. 윤휴의 사상이 최선이고 바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침묵은 광기와 독단의 시대를 부르는 바, 이덕일이 주장하고 보여주는 윤휴의 삶과 죽음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 준다. 

이 책 한 권으로 윤휴에 대해 대략적으로 이해했다 만족할 수도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윤휴에 대한 재조명이 계속 이루어지고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그런 이 책의 내용적 아쉬움을 채워졌음 빈다. 어쨌든 윤휴에 대한 입문서로 읽기엔 괜찮은 책이다. 최대한 많은 사료에 입각해서 서술하려는 엿보이며 글도 특유의 개성은 남아 있으나 더 객관적이고 유해진 편이다. 또 많은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모두 총천연색이다. 다만 다 좋은데 편집이 급히 이루어졌는지 오타나 비문이 있으니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한편 이덕일은 평소 자신이 가장 주목하는 조선시대 인물로 평소 유성룡, 윤휴, 정조 세 사람을 꼽았다. 출판 간담회에서 어떤 정설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면 논쟁을 하는 게 아니라 개인을 공격한다는 말에서, 확대해석일지 모르나 저자가 특히 윤휴에 대해선 자신을 투영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느낌을 조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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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진검승부 - 조선왕조실록에 감춰진 500년의 진실
이한우 지음 / 해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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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진검승부]
사자성어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속 에피소드 40 


 

 

책을 읽기 전에 저자 소개를 꼼꼼히 읽는 편이다. 특히 비문학을 접근할 때 해당 학문과 관련 없는 전공자가 쓴 책인 경우 더욱 유심히 읽는 편이다. <조선사 진검승부>의 저자는 문화부 기자이다. 학사 전공은 영문학이고 철학을 박사과정 수료하였다. 포털 사이트에서 저자 이름을 검색해보면 20여권이 넘는 저서가 검색되는데 역사, 철학, 사회비평, 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썼지만 역사책을 가장 많이 썼다. 저자 소개와 저서 목록을 통해 보여지고 그려지는 모습(이미지)는 보수언론지 기자, 자칭 보수주의자, 우남 찬양자, 조선 혐오자, 리더십 연구자이다.  


물론 이렇게 찾아본 것은 몰랐던 저자이고 처음 읽는 저자의 책이기에 기본적으로 갖는 궁금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선사 진검승부>의 표지와 서문, 그리고 출판사 제공 책소개글을 보며 도대체 이 책이 무슨 얘기를 하고자 하며 저자가 어떤 생각과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는지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망국의 원흉이 된 조선에 대한 혐오에서 시작된 역사탐색', '조선왕조실록을 읽는 새로운 독법', '논란의 핵심에서 역사의 진실을 찾는다', '상식을 뒤집는 조선사', '조선 시대에 대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오만을 털어내는 과정' 같은 표현이 불과 책 몇장 분량 안에서 나오는 주요 문구이다. 


저자 이한우는 오랫 동안 서평 등 각종 출판 관련 기사를 쓰기도 했지만 리더십에 대해 치열한 탐구를 해왔다. 역사는 그의 리더십 연구를 위해 이용한 주요 소재였고, 그래서 쓴 리더십 서적 중에 역사 서적이 많다. 그 대표작이 '조선 군주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조선의 주요 왕 여섯명의 리더십을 분석한 이한우의 군주열전」 시리즈이다. <주간 조선>에 1년간 연재했던 원고를 단행본으로 정리해 2009년 출간한 <조선사 진검승부>는 「이한우의 군주열전」 시리즈 이후 내고 있는 조선사 일반 교양서 중 한 권이다. 저자는 통사의 틀을 벗어나 사람이 있는 살아숨쉬는 역사서를 지향하며 다섯 가지 주제로 40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뽑아 이 책을 썼다. 모두 조선왕조실록에 기반한 내용이다. 
 

조선왕조실록은 비록 졸속 번역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1994년 최초로 완역되었다. 그리고 2005년 말부터 공개 시작, 2007년 전문 전산화를 완료하여 현재 누구나 인터넷에서 쉽게 원문과 번역문을 열람·발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일반인이 실록을 직접 읽기에는 역시 어렵고,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소개하는 교양서들의 인기는 여전하다. <조선사 진검승부>의 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에피소드를 구성하여 서술하고 있다. '사건을 꿰뚫는 촌철살인'이란 이름으로 사자성어로 각 에피소드를 요약하며 글을 시작하고 여러 개 에피소드로 묶인 한 장이 끝날 때마다 '조선사 교양'이라는 코너를 둬 독자들에게 더 많은 지식을 쌓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신문에 연재하던 글이라서일까, 공격적인 제목과 문구와 달리 본문은 사진 자료도 많고 매우 편안한 문체로 서술되어 있다. 군데군데 짚이는 구석들이 있지만 민감하게 읽지 않으면 거의 느껴지지 않을만큼, 저자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역사관을 책 속에 투영하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그 점이 이 책을 한끗차로 호불호를 갈리게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책을 조선사를 소재로 한 쉽고 가벼운 대중 교양서로 좋게 볼 수도 있지만 욕심만 앞선(도대체 무엇을 진검승부하려 했던 걸까) 그저 그런 교양서로 볼 수도 있다.   

 

열심히 공부했구나 하는 느낌은 받지만 전반적으로 실록 해설이 얕고 그런 약점을 보완할만한 저자의 통찰력을 볼 수 있는 부분도 별로 없다. '새로운 독법' 등등을 운운하기엔 기존의 역사교양서와 차별화되는 혁신적인 내용이나 주장을 찾기 힘들다. 충분히 읽을 만하고, 재미있는 책이긴 하다. 사자성어로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도 인상적이고 저자의 박식함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평소 역사책 읽기를 즐기는 독자에겐 이런 책도 있구나하고 유쾌하게 읽고 지나가는 책으로 좋겠고,  옛날 이야기 듣는 것 같은 가벼운 역사 교양서적을 찾는 독자에게도 좋을 것 같지만, 조선왕조실록 관련한 책은 한권 정도 읽고 끝내겠다란 생각으로 책을 찾는 독자에겐 부족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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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 - 종교, 믿음을 팔고 권력을 사다
김상구 지음 / 해피스토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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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
성역의 한국 종교에 날리는 용감하고 통쾌한 고언




종교는 스스로 성역이 되었다. 그 이유가 세속을 넘어선 고차원적인 세계를 지향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신앙적․구조적으로 시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철옹성이 되기 위함이 더 크다. 문제는 종교(조직)도 인간이 모여 형성한 일종의 사회인 바 조직이 비대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역기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하지만 종교라는 이름으로 그 허물에 면죄부를 씌우고 그로 모자라 몇몇 특권을 누리고 정당화한다. 그리하여 오늘날 종교에 붙은 ‘성역’이란 말은 사전적 정의 외에 불편한 금기라는 함의가 있다. 종교는 대표적인, 알든 모르든 함부로 화제로 삼을 수 없는 대상(특히 부정적인 내용과 그에 대한 비판)이다. 그래서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는 출판만으로도 의의가 있는 용감하고 통쾌한 책이다. 알아도 침묵하고 알 것 같으면 애써 외면하고 모르면 영원히 모르기로 다짐하며 꺼렸던 얘기를 저자는 서슴지 않고 말한다.

 

제목부터 발칙하다. 부제는 ‘종교, 믿음을 팔고 권력을 사다’이다. 현재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사무처장인 김상구는 오랫동안 세속화나 산업화 등 종교계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 노력하였다. 이번에 370여 쪽의 단행본으로 출간된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는 저자의 그간 기고 활동과 시민 활동을 통해 주장하고 자료 수집한 것을 정리한 결정체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주 문제 의식은 믿음을 앞세우곤 권력화에 몰두하는 한국 종교계의 모순이다. 그를 설명하기 위해 현대사를 돌아보고, 현재의 세태를 꼬집는다. 단,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이 책은 개신교를 주로 중심으로 내용을 풀어나가며 천주교나 불교 정도를 더 언급할 뿐이라는 한계가 있다. 저자의 겸손한 표현처럼 ‘저자 역량의 문제’일수도 있지만 그만큼 현재 개신교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존재감이 큰 종교이자 한국 종교계 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은 종교 면에서도 남다른 국가이다. 정교분리국가로 국교를 규정하지 않지만 전 국민의 1/4 정도가 불교를 믿고,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사제 서품 증가국이며, 유일하게 신자 수 10만 명이 넘는 교회가 있고 세계 20대 교회 중 반 이상을 이름 올리는 나라이다. 우리나라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진 종교도 있다. 이렇게 종교 인구가 많다보니 사회 기득권을 종교인이 잡을 확률도 높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 개신교는 확률을 넘어서 매우 영리하고 전략적으로 대처함으로써 확실히 기득권을 잡고 공고화하여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과 역사를 함께 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불거진 ‘한국 개신교 위기론’은 백여 년 가까이 쌓여 온 폐단이 곪고 곪다 종기 하나 터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친일반미-친미반공, 역사 왜곡, 사학법 개정 실패 등의 중심엔 항상 한국 보수 개신교가 있었다.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에 실린 내용들은 결코 음모론이나 과장이 아니다. 여러 기록을 대조하고 풍부한 증거를 뒷받침하고 있는 ‘사실’이다.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에서 다른 종교의 문제점으로(개신교도 포함해) 직접 언급하는 것은 종교 보편적인 문제 중 하나인 성차별 정도이다. 그런 문제들을 몇 가지 더 언급해 내용의 균형을 좀 더 꾀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저자가 한국 개신교의 문제점으로 나열한 문제점 중 몇 가지는 충분히 종교 일반의 문제점으로 확대해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더러는 이 책을 읽고 속 시원하고 궁금증도 풀리겠지만 매우 불편하고 고깝게 받아들일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감상이 어떻든 이 책에서 제기하는 문제들은 반드시 성역을 깨고 마주해야하며 이 책의 논의와 언급 정도는 매우 완곡하고 약하다는 것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저자는 건강한 종교, 깨끗한 종교를 위한 기본적인 대책으로 종교 법인화를 든다. 좀 더 투명하고 좀 더 법의 영역으로 들이는 것이 한국 종교계 병폐 해결의 출발이라는 주장이다. 저자의 고언이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지 않길,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가 더 강도 높고 깊은 논의의 책들이 출간되는 데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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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슈퍼스타 - 대중을 사로잡은 역사 속 비주류의 목소리 사람으로 읽는 한국사 7
사람으로 읽는 한국사 기획위원회 엮음 / 동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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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슈퍼스타] 기대가 크면 2% 부족한 반짝임이지만 매력적인 주제

 

 

최근에 관심이 가는 교양 국사 시리즈물이 생겼다 ‘사람으로 읽는 한국사’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 시리즈는 주제사와 인물사의 혼합 관점으로 진행하는 역사교양서이다. 어떤 한 주제를 정해 그에 어울리는 역사적 인물을 선정하고, 그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를 중심으로 한 시대 이야기를 함으로써 다른 역사교양서와 색다른 느낌을 주고 역사적 사실은 정확하게 전달하되 스토리텔링을 살리는 것을 표방한다. 각 권의 제목(주제)과 다루는 인물들이 흥미로워 마음에 둔 상태에서 이 시리즈에서 가장 최신간 책을 가장 먼저 읽었다. 참고로 '사람으로 읽는 한국사' 시리즈는 2007년부터 출간되기 시작하였다.

 

<언더그라운드 슈퍼스타>란 제목만 듣고 대중음악책일 줄 아는 독자가 있지 않을까싶다. "대중을 사로잡은 역사 속 비주류의 목소리"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비주류·독자성·비타협의 의미에서 언더그라운드, 대중성의 의미에서 슈퍼스타란 단어를 선택해 서로 연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을 가진 인물로 저자들은 이재유, 최제우, 박문수, 망이·망소이, 원효를 꼽았다. 그리고 이 다섯 인물들을 다섯명의 국사학자들이 각자 한 인물씩 맡아 책임 서술하였다. 


230여쪽으로 그다지 두껍지 않고, 사진이나 표를 십분 활용한 친절한 해설에 참고문헌도 잘 정리되어 있어서 잘 읽히는 책이다. 수준도 청소년과 성인 독자 모두 잡을 수 있게 눈높이를 맞췄다. 정성스런 기획과 편집에, 역사교양서 시리즈물로 봤을 때 참 매력적이다. 그러나 각 권을 따로 놓고, 너무 큰 기대를 갖고 깊이 파고든다면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어느 정도 국사 소양이 있는 독자에겐 크게 새롭거나 색다르게 다가오기 힘든 책이다. 또한 굳이 제목(주제)와 책내용(인물)을 연결하려 애쓰면 어렵진 않지만, 저자들이 서문에 밝힌 만큼의 의도가 실제 본문에서 크게 살려지진 않는다.

기대가 크면 전반적으로 2% 부족한 반짝임이지만 매력적인 주제이다. 참 괜찮은 주제라서 더 기대하고 아쉬움이 컸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나치게 기대하고 읽지만 않으면 이 책은 다가오는 휴가철 등 여행가며 휴대하며 읽기도 좋고, 학교공부에 지친 중고생들이 여가에 심심풀이로 읽기도 좋고, 성인들이 졸업한지 오래돼 잊어버린 국사지식들을 상기해보기도 좋은 등 유익한 책이다. 굉장히 대중친화적인 기획이라는 점을 염두하고 자신에게 맞을 책일지 아닌 책일지 가늠하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한때 많이 유행했던 선정적이고 가십류 내용의 매우 가볍고 철저히 오락용의 역사교양서는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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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보경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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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나를 깨운 그의 편지들

   



언제 마지막으로 편지를 썼는지 모르겠다. 한때는 우체국을 집앞 구멍가게 들르듯 다니고 편지지값 지출이 상당했다. 그 땐 무슨 할말이 그렇게 많았고, 무슨 글을 그렇게 써주고 싶었을까. 편지 쓰는 걸 너무 좋아해서 내 편지를 쓰다못해 남의 편지도 참 많이 대신 써주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편지를 자주 쓰지 않게 된 이유는 이메일이나 휴대폰 문자 탓이라기 보다는 남에겐 차마 나눌 수 없는 절망이 많아지면서였다. 가장 먼저 부모님께 쓰는 편지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죄송합니다, 면목 없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상황은 이전보다 안 좋아졌습니다 따위의 문장을 쓰는 것에 신물이 났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도 치미는 미안함에 괴로웠다. 내 가족에게도 터놓지 못하는 것들을 하물며 다른 이들에겐 어떻게 꺼낼 수 있을까. 그렇게 내 삶에서 점점 편지가 멀어져 갔다. 


누군가가 인생의 책을 묻는다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 책이 내게도 두세 권 있다. 그 중 한권이 중학생 때 감명 깊게 읽었던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였다. 너무나 인상 깊게 봐서 꽤 오랫동안 그 책의 세세한 문장이나 그림을 외웠다. 그러나 그의 열렬한 팬이라기엔 나는 비겁했다. 항상 이런 감성과 사유를 가지고 이처럼 맑은 글을 쓸 수 있을까 부러워하면서, 그의 다른 작품과 삶에 대해선 많이 알고 있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겁이 났던 것 같다. 내게 <어린 왕자>의 의미는 잃고 싶지 않은 최후의 순수 내지 유년시절의 아련함이 담긴 인생의 동화였다. 그래서 <어린 왕자>의 강렬한 충격과 감동만이 이 작가에 대한 내 오롯한 환상의 완전체로 마음에 새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이하 생편지)>를 집어든 것은 작가 소개의 내용과 몇몇 비행사를 소재로 한(자신이 투영된) 소설들을 읽으며 짐작해볼 뿐이었던 불량 독자로서의 반성이자 뒤늦게나마 작가와 똑바로 마주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 책의 독서에 앞서 생텍쥐페리의 인생(작품들의 창작배경과도 연결하여)에 대해 따로 찾아보았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치열하고 힘겹게 살았고 삶과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였다. 가까스로 죽음에서 벗어난 치명적인 부상 전적은 왜 이리 많으며, 용감한 군인이자 하늘 바보였다. 그래서일까, <생편지>를 엮은 그의 어머니 마리가 서문에 인용한 ‘우리가 아는 생텍쥐페리는 평화라곤 알지 못했다’라는 문장이 더욱 절절하고 울컥하였다. 


<생편지>는 갈리마드 출판사에서 1955년과 1969년에 생텍쥐페리의 어머니 마리 드 생텍쥐페리가 출판한 서간문 모음집을 몇 편의 편지를 추가하는 등 보완하여 새로이 발간한 책이다. 생텍쥐페리가 10살이었던 1910년부터 죽기 직전의 1944년 7월까지(마지막 편지는 그래서 유고편지이다) 어머니께 쓴 100여 통의 편지와 가족들에게 쓴 몇 통의 편지들을 담았다. 마리의 서문이 끝나면 몇십 쪽에 할애해 생텍쥐페리의 대략적인 삶을 편지 인용과 함께 빠르게 보여준다. 그리고 나서 350여 쪽에 달하는 편지의 원문들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준다. 단, 사적인 부분으로 삭제해도 괜찮은 부분들은 비공개하였다. <생편지>엔 생택쥐베리의 사적이고 진솔한 모습들로 가득하다. 철자가 엉망이던 꼬마시절을 지나 기숙사 학교에서 한창 대입 준비 중인 수험생에서 전쟁이 끝나길 바라며 가족을 걱정하는 조종사, 그렇게 작가이기 이전에 한 남자이자 누군가의 아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성장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마망(maman;프랑스어로 엄마라는 뜻)하고 늘 어머니를 그리고 필담을 늘어놓는 생텍쥐페리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처음엔 생텍쥐페리의 얼굴을 떠올리면 사랑하는 엄마, 사랑스러운 엄마, 효성스러운 아들, 마음으로 키스와 포옹을 담는다는 말 같은 표현을 서슴지 않는 모습이 너무나 낯설고 조금은 낯간지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계속 읽고 있으니 종이 밖을 뚫고 나오는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로맨틱한 프랑스인이고 편지가 주요 통신수단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보다 생텍쥐페리가 편지에 매달렸던 것은 어린 시절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았고 결혼생활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 더 컸던 것 같다. 


<생편지>는 메모노트와 수첩을 제외하고 그의 저서 중 유일하게 국역되지 않았던 책이다. 이번에 드디어 갈리마드 출판사와 생텍쥐페리 재단과 모든 절차를 완료한 끝에 나온 이 책은 시공사와 번역자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원서는 기본적으로 생텍쥐페리 편지의 실물이나 그림들을 일부 싣고 주석을 달았다. 이번에 출판된 시공사 번역본은 원주 뿐 아니라 추가적인 주석을 더 달았으며, 편지에 나오는 장소들을 번역자가 직접 찾으며 찍은 사진들이 여러 장 실었다. 다만 편지에 대한 주석을 한 편지가 끝날 때마다 미주로 정리해서 달아 놓아서 일일이 책장을 넘기며 확인해서 읽어야 되는 것은 조금 번거로웠지만 작가에 대한 애정이 높아서일까 평소와 달리 덜 툴툴댔고 더 꼼꼼히 보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생텍쥐페리의 지극히 사적이고 인간적인 면면이 궁금해 <생편지>를 읽기 시작했지만 이 책이 내게 끼친 가장 큰 영향은 가족의 소중함과 그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는 것이다. 나는 자존심 사수와 내식대로의 배려라는 이유로 나와 관련된 부정적인 이야기나 남이 잘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누구에게도 거의 터놓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생텍쥐페리는 전혀 개의치 않고 별별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는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받은 자극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부모님과의 통화해서 짧고 기계적으로 안녕하다 말하곤 부모님의 얘기만 듣는다. 변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다시 예전처럼 헤헤 편지 쓰고 싶어졌다. 

 

 원문 http://der_insel.blog.me/12013285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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