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진검승부 - 조선왕조실록에 감춰진 500년의 진실
이한우 지음 / 해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조선사 진검승부]
사자성어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속 에피소드 40 


 

 

책을 읽기 전에 저자 소개를 꼼꼼히 읽는 편이다. 특히 비문학을 접근할 때 해당 학문과 관련 없는 전공자가 쓴 책인 경우 더욱 유심히 읽는 편이다. <조선사 진검승부>의 저자는 문화부 기자이다. 학사 전공은 영문학이고 철학을 박사과정 수료하였다. 포털 사이트에서 저자 이름을 검색해보면 20여권이 넘는 저서가 검색되는데 역사, 철학, 사회비평, 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썼지만 역사책을 가장 많이 썼다. 저자 소개와 저서 목록을 통해 보여지고 그려지는 모습(이미지)는 보수언론지 기자, 자칭 보수주의자, 우남 찬양자, 조선 혐오자, 리더십 연구자이다.  


물론 이렇게 찾아본 것은 몰랐던 저자이고 처음 읽는 저자의 책이기에 기본적으로 갖는 궁금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선사 진검승부>의 표지와 서문, 그리고 출판사 제공 책소개글을 보며 도대체 이 책이 무슨 얘기를 하고자 하며 저자가 어떤 생각과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는지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망국의 원흉이 된 조선에 대한 혐오에서 시작된 역사탐색', '조선왕조실록을 읽는 새로운 독법', '논란의 핵심에서 역사의 진실을 찾는다', '상식을 뒤집는 조선사', '조선 시대에 대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오만을 털어내는 과정' 같은 표현이 불과 책 몇장 분량 안에서 나오는 주요 문구이다. 


저자 이한우는 오랫 동안 서평 등 각종 출판 관련 기사를 쓰기도 했지만 리더십에 대해 치열한 탐구를 해왔다. 역사는 그의 리더십 연구를 위해 이용한 주요 소재였고, 그래서 쓴 리더십 서적 중에 역사 서적이 많다. 그 대표작이 '조선 군주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조선의 주요 왕 여섯명의 리더십을 분석한 이한우의 군주열전」 시리즈이다. <주간 조선>에 1년간 연재했던 원고를 단행본으로 정리해 2009년 출간한 <조선사 진검승부>는 「이한우의 군주열전」 시리즈 이후 내고 있는 조선사 일반 교양서 중 한 권이다. 저자는 통사의 틀을 벗어나 사람이 있는 살아숨쉬는 역사서를 지향하며 다섯 가지 주제로 40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뽑아 이 책을 썼다. 모두 조선왕조실록에 기반한 내용이다. 
 

조선왕조실록은 비록 졸속 번역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1994년 최초로 완역되었다. 그리고 2005년 말부터 공개 시작, 2007년 전문 전산화를 완료하여 현재 누구나 인터넷에서 쉽게 원문과 번역문을 열람·발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일반인이 실록을 직접 읽기에는 역시 어렵고,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소개하는 교양서들의 인기는 여전하다. <조선사 진검승부>의 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에피소드를 구성하여 서술하고 있다. '사건을 꿰뚫는 촌철살인'이란 이름으로 사자성어로 각 에피소드를 요약하며 글을 시작하고 여러 개 에피소드로 묶인 한 장이 끝날 때마다 '조선사 교양'이라는 코너를 둬 독자들에게 더 많은 지식을 쌓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신문에 연재하던 글이라서일까, 공격적인 제목과 문구와 달리 본문은 사진 자료도 많고 매우 편안한 문체로 서술되어 있다. 군데군데 짚이는 구석들이 있지만 민감하게 읽지 않으면 거의 느껴지지 않을만큼, 저자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역사관을 책 속에 투영하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그 점이 이 책을 한끗차로 호불호를 갈리게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책을 조선사를 소재로 한 쉽고 가벼운 대중 교양서로 좋게 볼 수도 있지만 욕심만 앞선(도대체 무엇을 진검승부하려 했던 걸까) 그저 그런 교양서로 볼 수도 있다.   

 

열심히 공부했구나 하는 느낌은 받지만 전반적으로 실록 해설이 얕고 그런 약점을 보완할만한 저자의 통찰력을 볼 수 있는 부분도 별로 없다. '새로운 독법' 등등을 운운하기엔 기존의 역사교양서와 차별화되는 혁신적인 내용이나 주장을 찾기 힘들다. 충분히 읽을 만하고, 재미있는 책이긴 하다. 사자성어로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도 인상적이고 저자의 박식함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평소 역사책 읽기를 즐기는 독자에겐 이런 책도 있구나하고 유쾌하게 읽고 지나가는 책으로 좋겠고,  옛날 이야기 듣는 것 같은 가벼운 역사 교양서적을 찾는 독자에게도 좋을 것 같지만, 조선왕조실록 관련한 책은 한권 정도 읽고 끝내겠다란 생각으로 책을 찾는 독자에겐 부족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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