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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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근세남과 현대녀의 콜라보레이션 발칙동화

 

 

 

<푸른 수염>은 특정 작가의 창작품이 아니다. 당시 구전돼오고 있던 민담에 당대의 사회상을 반영하여 정리한 것이고, 특정 국가에서 태동했다기보다 유럽 전체가 공유하고 있던 이야기였다. 대표적인 정리자로 프랑스의 샤를 페로와 독일의 그림 형제를 들 수 있다. 그러나 <푸른 수염>을 그림 형제의 동화보다 샤를 페로의 동화로 더 익숙하게 알고 있다. 400개 이상의 민담을 수집하고 정리하였으나 <푸른 수염>을 포함과 제외를 반복했던(최종 판본엔 결국 제외) 그림 형제와 달리, 단 여덟 편의 민담 만을 선별해 자신의 동화로 만들었던 샤를 페로였기 때문이다.

    

 

2012년 출간된 아멜리 노통브의 <푸른 수염> 역시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을 의식한 소설로 보인다. 그의 조국 프랑스에서 스페인 남자와 벨기에 여자가 벌이는 21세기판 <푸른 수염>이라니, 기본 설정부터 노통브스럽다. 17세기의 <푸른 수염> 여주인공이 철없고 순박한 어린 시골 처녀고 노골적인 구애와 재력에 혹해 성으로 들어갔다면, 21세기 <푸른 수염>의 여주인공 사튀르닌은 역시 젊지만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에 하우스 푸어라서 연쇄 살인자일 가능성이 농후한 푸른 수염의 성을 제발로 들어간다. 여자 세입자만 받는 집, 그리고 8명의 세입자 전부 실종된 집임에도 파리에서 방값 걱정만 안할 수 있으면 상관 없다. 생명보다 돈인 현대 자본주의의 풍경이다.

  

 

사실 책 제목이 <푸른 수염>이여서 그렇지 노통브의 푸른 수염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밀카르의 수염은 파라지 않다. 그저 잘생긴 40대 중반의 미남자인데, 안쓰럽게도 젊은 나이에 스스로 자기만의 성에 갖힌 인물이다. 금의 나라 스페인 남자답게 세상에서 금과 금의 색인 노랑을 가장 사랑하고, 명문 귀족의 풍요로운 삶을 맘껏 즐기며 아무것도 안 하기로 세월을 버티고 있다. 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다는 소문은 있는데 그의 사진을 본 사람이 없다. 그가 히키코모리가 된 이유는 첫째는 16세기보다 더 멋진 문화가 없건만 세상은 16세기에 관심도 없고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순수한 사랑을 원하지만 남다른 배경과 외모 때문에 미친 듯이 꼬이는 여자들이 끔찍하게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엘레미리오는 독특한 자신의 연애법을 고안한다. 매우 싼 가격에 방을 세놓고 여자 세입자만 받은 다음 지원자들을 인터뷰해 가장 마음에 드는 여자을 선택하고 그녀와 동거부터 하는 것이다. 그는 모든 여자가 자신에게 반한다고 굳게 믿는 이다. 가톨릭의 교리에는 어긋나지만 금을 주면 기꺼이 출장 고해성사를 하며 그의 죄를 사해주는 신부와 면죄부 밀매를 해오고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은 없다. 그렇게 8명의 세입자가 그의 성에 들어왔고, 그는 그녀들을 진심을 다해 사랑했다. 짧게는 3주부터 길게는 반년까지였다. 그럼 그 후 그녀들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일단 엘레미리오와 계약하긴 했지만 사튀르닌은 당황스럽다. 어떻게 한 번보고 대놓고 사랑한다며 같이 살자고 하는 건지, 자기를 곧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무엇인지 말이다. 심지어 사튀르닌이 자신의 마지막 사랑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사튀르닌도 엘레미리오 못지 않게 대책 없고 독특한 여자다. 열아홉살 많은 이상한 오빠한테 한 치도지지 않고 남다른 먹성과 붙임성으로 밥맛이 좋다며 맛나게 샴페인과 식사를 즐긴다. 특히 계란 노른자 크림을 아주 맛나게 먹는 샤튀르닌을 보고 더욱 그녀에게 홀딱 반한 엘레미리오는 20년 동안 끊었던 샴페인을 다시 만들고 그녀를 위해 최고급 벨벳으로 황금빛 롱치마를 손수 만들어 선물한다. 엘레미리오는 하루라도 빨리 그녀와 결혼하고 싶다.

    

 

문제는 사튀르닌 또한 먹다가 싸우다가 정들었는지 엘레미리오가 진심으로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욕망이 생긴 것이다. 절대 열어서는 안 되는 방과 8명의 실종된 여자들에 대한 궁금증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커진 것도 이때부터다. 그리고 그것을 알기 위해 우리의 사튀르닌은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새벽 2시에 헐벗은 채로 칼을 쥐고 엘레미리오의 침실에 찾아가 협박을 한다. 엘레미리오도 자기 인생에 이렇게 괴상한 여자는 없었기에 더욱 그녀에게 눈먼 사랑의 노예가 되어 친절하게 비밀을 알려준다. 7+2의 운명에 선 사튀르닌, 이름이 사튀르닌이라서 슬픈 날에 사건을 터뜨린다.

 

 

어린이 문학이란 개념이 따로 없던 시절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쓴 샤를 페로는 오늘날 프랑스 어린이 문학의 아버지로 평가된다. 그는 <푸른 수염>의 교훈은 호기심은 후회라는 대가를 치르며, 여성들에게 쓸데없는 호기심은 아주 경박한 쾌락이다.”라고 못박았는데 그러면서 이제는 (푸른 수염) 같은 남편이 없다.”는 말을 덧붙인다. 흔히 <푸른 수염>을 잔혹동화로 평가하는 이유는 멈추지 않는 피여성 신체 전시라는 소재로 여성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샤를 페로가 덧붙인 말을 보면 새로운 여성상에 대한 공포, 여성에 의한 거세 혹은 살해 공포도 함께 내포한 동화가 <푸른 수염>임을 알 수 있다. , 푸른 수염의 잔인함은 과잉 자기보호 때문으로 해석해볼 수도 있다.

    

 

한편 <푸른 수염>은 아멜리 노통브가 데뷔 20주년에 쓴 스무번째 장편 소설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벨기에 출신인 그녀가 1992년 스물 다섯에 등단한 것처럼, 20년 후에 쓴 <푸른 수염>의 사르튀닌 역시 스물 다섯의 벨기에 여자라는 설정도 꽤나 눈길이 간다.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 세계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 두 가지를 꼽자면 미녀와 야수의 테마반전 결말인데, 이번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동화를 재해석하면서도 여과 없이 그녀의 표식을 남겼다. 엘레미리오와 사튀르닌의 결합이자 샤를 페로와 아멜리 노통브의 결합이기도 한 이번 <푸른 수염>, 근세남과 현대녀의 발칙동화이다.

    

 

이번 <푸른 수염>에서 샤를 페로의 작은 황금 열쇠는 엘레미리오의 황금에 대한 광적 집착을 통해 과장되고, 샤를 페로의 결말은 여성의 시선에서의 대답의 형태로 재구성된다. 그리고 이러한 세기를 넘나드는 콜라보레이션 속에 동화의 재구성과 재해석이 가리키는 마지막 지점은 사랑의 본질이다. 사튀르닌과 엘레미리오가 서로에게 보여준 행동은 기괴하지만 자신만의 사랑 표현법이다. 비극은 서로 이해하고 물러서지 않고 각자의 방식을 밀어붙였기 때문에 일어났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랑이 어느 옛날 동화를 떠올리게 하고 그 결말이 좋지 않음을 안다. 특유의 감성과 표현으로 과장한 상징일 뿐, 인간의 사랑이 그런 것 같다. 무엇이 좋고 나쁜 것인지 알고 있음에도, ‘나의욕망이 먼저다. 노통브가 <푸른 수염>을 통해 꼬집고 싶었던 것도 가장 이타적인 행위라고 믿는 사랑의 이기성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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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만들다 -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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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만들다] 특별하게 발생했으나 사라지게 둘 수 없는 글들

 

꾸준히 관심 대상이나 이상하게 연이 안 닿는 작가들이 꼭 있다. 긴긴 몸부림 끝에 드디어 에코의 책을 처음 잡게 되었다. 에세이집이라니 부담도 훨씬 덜했다. ‘특별한기회에 썼다는 글들이라 하였고 열네 편의 글이 실려 있었다. 7개 국어를 하며, 작가이자 철학자·기호학자·역사학자·미학자·사상가이니 학회다 강연이나 그를 부르는 곳은 너무나 많다. <적을 만들다>에 실린 글들은 그런 발표나 강연을 위해 쓴 원고들을 출간용으로 재편집한 글들로, 일부는 이미 다른 잡지나 책에 실린 경우도 있다. 분량은 제각각이나 300쪽 조금 넘는 책을 나눠 차지하는 그래봤자 짧은 글들이고, 주제는 제각각이나 서로 겹치지 않는다. 주제와 난이도와 상관없이 가독성이 좋은 편이고, 각각의 주제와 내용이 반짝반짝 독특한 것들이 많았다. 잠을 잘 기운도 없이 지쳤던 깊은 밤에 전채요리를 즐기듯 기운과 기분을 돋울 요량으로 한 꼭지만 읽고 덮으려 했다가 단숨에 읽어버리고 말았을 만큼 재밌던 책이었다.  

<적을 만들다>에 실린 글들은 꽤 오래되었다. 원서의 출간연도도 2011년이고, 2000년대에 이루어졌던 에세이들이다. 그럼에도 지금 읽어도 개성 넘치고, 읽는 이에게 풍부한 영감을 선사하는 글이었다. 그것이 에코의 저력이고 매력이다. 아주 진지하게 실재하지 않는 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하는 가짜 서평이라던가([속담 따라 살기]), 위고와 조이스를 들었다 놓았다하는 신랄한 평가들([, 빅토르 위고! 과잉의 시학], [율리시스, 우린 그걸로 됐어요]), 시사적인 이슈에 대한 냉철한 통찰들([천국 밖의 배아들]. [위키리스크에 대한 고찰]) 등 한편 한편이 가볍게 묵직하고 무심하게 주옥같다  

특히 표제작인 [적을 만들다]는 저자 서문에서의 고백처럼 마케팅 차원에서 편집자가 밀어붙인 자극적이고 팔리는 제목이기도 하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혹은 2000년대의 에코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글로 볼 수도 있다. 적은 우리의 정체성과 가치 체계를 형성하는 중요 기제기에 치열하고 쉼 없이 적을 만들어야 한다는 독특한 견해, 그리고 이 주장이 택시 기사의 사소한 말에서 발전했다는 점은 세상을 포착하는 에코의 혜안과 융통성 있는 사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디를 굳이 밑줄을 쳐야할지 모를 만큼 감탄스러운 문장의 향연 속에 수그러들지 않고 끈질기게 계속되고 있기에, 나는 내 글이 망각 속으로 사라지게 둘 수 없었다,”라는 저자 서문 마지막 문장이 유독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특별하게 발생했으나 사라지게 둘 수 없는 글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제 글에 대한 애착과 욕망은 그런 것이다. <적을 만들다>2000년대 에코의 바로미터인 것처럼, 망각되지 않고 샘솟고 또 샘솟는 사상과 문장의 여정을 앞으로도 계속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싶다. 독자에게 관심 작가에 대한 애착과 욕망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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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사이드 MBA
마이클 매지오 & 폴 오이오 & 스콧 셰이퍼 지음, 노승영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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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사이드MBA] 길에서 배운 경영학 - 소상공인을 위한 MBA

경영학과가 있는 많은 학교들이 MBA를 설치한다. 일반대학원은 없고 MBA만 있는 학교도 많다. 그만큼 경영학이 실용학문이라는 반증이기도 하고, MBA가 수요도 많고 돈도 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마이클 매지오, 폴 오이어, 스콧 세이퍼는 MBA에서 비즈니스 전략을 가르치는 미시경제학자들이다. 현재 근무 학교는 다르지만 박사 학위를 받고 처음 임용했던 학교가 같은 세 교수는 계속 돈독한 우정을 유지한다. 어느 날 학회 후 비행기를 타기 전에 시간이 남아서 식사를 하고 소화 시킬 겸 한 신발가게에 들렸다가, 끈질기게 상품을 권하는 점원을 보며 전공병이 도진 세 사람은 질문공세를 퍼붓고 학회보다 두 배는 유익하고 소규모 업체의 경영 현실을 엿보는 신나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문제의식을 갖는다. 경영학 학부와 대학원에서 다루는 기업 사례는 주로 대기업들이다. 그리고 그런 회사 취업을, 그런 회사에서의 경력관리를 목표로 수업을 듣는다. 특히 MBA는 더 그렇다. 하지만 세상엔 소기업, 기업 규모도 안 되는 일반 가게들이 훨씬 많다. 길에서 배운 경영학, 소상공인을 위한 MBA란 목표로 직접 발품 팔며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직접 사례를 수집하고 책 하나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탄생한 책이 <로드사이드 MBA>다. 마침 셋은 이혼을 했거나 이혼 위기여서 자유로웠고, 책을 집필할 목적이라고 하자 생각보다 많은 소기업·가게들이 방문 및 인터뷰에 응하였다.

세 경제학자는 2010년부터 4년에 걸쳐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다. 무조건 셋이 움직이기보다는 각자 일정에 맞춰 따로 또 같이 움직였기에 방문 여정은 뒤죽박죽이다. 셋 중 한 사람은 50개 주 완주도 성공한다. 그 중 추려서 23개 주 45개 소기업·가게의 사례를 담은 책이 <로드사이드 MBA>다. 올해 6월 출간되어 <이코노미스트> 선정 2014년 상반기 최고의 경영서로 꼽히기도 한 책인데, 청림출판이 워낙 남다른 속도와 양으로 경제경영서를 내긴 하지만 이 정도로 빨리 번역할 줄은 몰랐다. 한 그루의 나무가 모여 푸른 숲을 이루듯 수많은 책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청림출판의 철학처럼 <로드사이드 MBA>는 재미와 유익 모두 잡은 양서이다.

 

 

매지오 법칙: 모든 전략 문제의 해답은 ‘그때그때 다르다’ - p.11/p.305

결론1. 관건은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결론2. 문제의 해답이 ‘그때그때 다르다’가 아니라면 그것은 전략 문제가 아니다.

결론3. 전략 문제에 해결이란 없다.

 

<로드사이드 MBA>의 모든 사례는 저자 중 한 명인 마이클 매지오가 주창한 ‘매지오’ 이라는 한 틀로 묶인다. 사업 규모, 진입장벽, 제품 차별화 전략, 가격 책정, 브랜드 관리, 효율적 협상, 채용, 직원 동기 부여, 권한 위임, 덩치들과 맞서기, 총 10장으로 구성된 <로드사이드 MBA>는 각 장이 시작될 때마다 어떤 주의 어떤 기업을 돌아다녔는지 기록하고, 다시 한 소기업·가게마다 한 챕터씩 해서 방문한 소기업·가게와 거기서 배운 가장 핵심적인 교훈을 소제목으로 붙였다.

 

 

대부분의 경제학 교수들은 경영학 교수보다 더 학구적인 편인데 경제학과가 아닌 MBA에 몸담고 있어서인지 무척 사고도 유연하고 유쾌한 저자들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분량 상 2편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50개 주 이미 완주한 이도 있고 나머지 두 저자도 완주 목표를 세웠는데 이 책에선 일단 절반밖에 드러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경영학과 관련 전공에선 보통 조직 규모가 영세하며 운영의 모든 영역에서 열등하고 불리하다고 가르치곤 한다. 이 책을 쓴 저자들의 제자들에겐 여기의 사례가 그냥 수업 때 가볍게 듣고 지나가는, 자신의 진로와 별 상관없는 세계의 이야기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보통 사람들의 MBA다. 저자들이 학교를 나와 길을 나선 것도 그 때문이리라.

* 초판 한정인지 무조건 증정인지는 모르겠다. 현재 <로드사이드 MBA>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경제학 명강의>라는 소책자와 함께 래핑 포장되어 판매하고 있다. 세 저자 중 한 명인 폴 마이어가 쓴 <짝찾기 경제학(2014년 4월 번역 출간)>에서 발췌한 것이다. 데이트 시장에 컴백한 돌싱남 폴 마이어가 자신을 실험체 삼아 쓴 데이트의 경제학이다. 이런 것 좋아하는 분들은 응용미시경제학 많이 사랑해주시길, 재밌는 것 많이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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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식사법 - 순서만 바꾸면 저절로 건강해지는 식습관 개선 프로젝트
박민수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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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식사법] 기적보다는 원론, '거꾸로 다이어트'를 이길까?

 

 

처음 신간 소식을 듣고 저자의 얼굴을 확인했을 때 긴가민가하였다. '거꾸로 식사 다이어트'와 숱한 방송 노출을 알고 있었지만, 그 방법을 고안한 의사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는데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건지 기억하고 있는 얼굴이 영 아니었던 것이다. 책을 배송 받아 읽고 서평을 준비하면서 의문을 완전히 풀 수 있었다. 현재 국내에서 '거꾸로 식사 다이어트'는 두 종류다. 하나는 이 책을 쓴 박민수 박사의 '(2:1) 거꾸로 식사법'이고 다른 하나는 이금정 박사의 '거꾸로 다이어트'. 두 분 모두 지상파, 종편, 케이블할 것 없이 숱한 방송에 출연하신 분들이고 자신이 고안한 다이어트 방법으로 본인 스스로 10kg 이상 감량에 성공하였다. <거꾸로 식사법> 서평에 앞서 둘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2:1 거꾸로 식사법 

 거꾸로 다이어트

 고안자

 박민수(한국)

 의학박사/비만 전문

 이금정(한국)

 의학박사/산부인과에서 비만 전문으로 전향

 관련 저서

 거꾸로 식사법 

 거꾸로 다이어트

 다이어트법 요약

 비탄수화물:탄수화물 2:1 섭취

 저탄수화물 요법

 후식→반찬→국→밥 순 섭취

 저탄수화물 요법

 자가 성과

 과체중 극복(12kg 감량)

 고도비만 극복(25kg 감량) 

 

전자는 영양소별 비율을 거꾸로 하는 것이고 후자는 먹는 순서를 거꾸로 하는 것인데 본질은 식사 시 탄수화물의 섭취량을 줄이는 저탄수화물 요법이다. 워낙 건강·체육·다이어트 산업이 발달하다보니 화려한 이력의 전문가라도 덮어놓고 믿으면 안 되는 요즘이다. 의사들의 경우도 자기 병원 매출에 눈이 멀거나, 제약회사 등과 모종의 거래관계에 있다거나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또 방송출연을 많이 하는 의사들 중에 본업인 의료행위는 뒷전이고, 병원 자체는 생각보다 별로인 경우도 있어 <거꾸로 식사법>의 본문을 읽으면서 확인한 것은 좋은 책이냐 아니냐의 여부였다.

 

결론부터 말해서 박민수 박사나 이금정 박사 모두 착한다이어트요법 고안자들이다. 왜냐하면 이 방법은 특별한 지출이 요구되지도 않고, 그저 인류역사 만고불변의 원론적인 체중감량 및 건강관리 비결을 지키기 쉽게 만들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식사법>180여 쪽밖에 되지 않는 얇은 책임에도 막상 거꾸로 식사법에 대한 얘기는 많지 않다. 그만큼 거꾸로 식사법이 별 설명이 필요 없는 단순한 방법이라는 반증이다. 한편으로는 평소에 오만 다이어트나 건강 지식을 숙지하고 있는 사람에겐 <거꾸로 식사법>이 평이하고 지루한 책으로 느껴진다. <거꾸로 식사법>은 기적이 아니라 원론이다.

- 탄수화물: 비탄수화물 1:2, 여기서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은 6:2:2의 비율로 맞추고 나머지는 섬유질로 채운다.

- 권장 일일 섬유질 섭취량은 30g

   (채소를 30g 먹으라는 것이 아니라 섬유질이 30g되게, 찾아보면 채소나 과일 배 터지게 먹어도 채울까 말까한 양)

- 물은 하루에 2L이상 마시고, 일일 설탕섭취량은 10g 소금섭취량은 일일 5g 이하로 하도록 노력

포만감과 혈당엔 GI가 낮은 식품이 좋다.

- 15분 이상 식사하도록 노력한다. 뇌가 포만감을 느끼는 데 걸리는 최소 시간이다.

- 식사는 약간 배고픈 상태에서 멈추고(배부른 정도를 100으로 기준했을 때 60~80% )

  몸은 표준 체중보다 약간 말랐을 때 가장 활력이 있다. 장수도 마찬가지.

- 체중감량은 운동보다 식이가 관건.

 

비극적인 이야기지만 비만은 암과 같다. 안 걸리는 게 최선이고 완치판정을 받아도 평생 재발과 싸워야 한다. 예전엔 요요를 다이어트자의 의지력 문제나 너무 빨리 뺀 부작용으로 보고, 다이어트자를 다그치고 한 달 4kg 정도 페이스로 천천히 빼는 다이어트를 권장하였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요요가 오지 않는 사람은 5%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다이어트 후 관리를 더 강조하고 있고, 아직 다수설은 아니지만 다이어트는 최대 3개월 내 단기간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사도 적지 않다. 체육산업계의 소망과 달리 의학계가 체중 감량이 목적이라면 일상 활동 이상 따로 운동을 꼭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 대세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가 다이어트의 적인 잘못된 식이습관으로 꼽는 것으로 탄수화물 중독과 미각중독(특정한 맛 혹은 음식을 강박적·중독적으로 계속 찾는 것)이 있다. 이것은 다이어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후유증으로 더 시달리는 증상이기도 한다. 저자는 가장 쉽고 정석적인 방법으로 일반인이 평생 비만이 되지 않고 살고 비만(과체중 포함)인 사람이 체중감량 이후에도 인위적인 노력으로 요요를 저지하는 것을 알려준다. 책의 표지문구처럼 쫄쫄 굶지 않아도 쭉쭉 살이 빠지는(혹은 찌지 않는) 확실한 방법이다. 그 동안 자신의 몸을 스스로 망가뜨려온 것 같아 제 몸에 미안한 당신이면, 특히 좋은 식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당신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별로 돈도 시간도 들이지 않고 천금 같은 건강의 진리를 배워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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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인문학 2 - 섬뜩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언캐니의 세계 이미지 인문학 2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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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인문학2] 섬뜩한 아름다움에 몰두하는 포스트디지털리언

 

<이미지 인문학1>을 읽으며 2권이 몹시 궁금하였다. 1권의 본문을 읽고 예고된 2권의 목차를 보며 1권은 총론적 성격이 강하며 저자가 포착하는 ‘이미지 인문학’의 본질은 2권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1권을 통해 미학에 대한 기초 소양 유무와 관계없이 포스트디지털시대의 예술을 읽는 최소한의 눈과 힘을 기를 수 있다. 그를 바탕으로 도전한 2권에서 독자들은 본격적으로 현시대를 이끄는 포스트디지털 이미지와 맞닥뜨린다. ‘섬뜩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언캐니의 세계’라는 부제처럼 <이미지 인문학2>의 키워드는 ‘푼크툼’과 ‘언캐니’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함으로써 사진의 존재론에 본질적 변화가 생겼다. 그 변화는 ‘지표성의 상실’로 요약된다. 롤랑 바르트는 <밝은 방>에서 사진의 본질을 지표성에서 찾았다. 사진의 지시대상은 “대물렌즈 앞에 놓이는 필연적으로 실재적인 사물”이며, “그것이 없이는 사진도 없으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는 이 사진의 존재론을 위협한다. 장 보드리야르의 말대로 “사진은 사라짐의 순간을 보존하나 합성 이미지에서 실재는 이미 사라져”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위기에 처한 것은 바르트가 사진의 본질로 제시한 ‘푼크툼’의 개념이다. <카메라 루시다>에서 바르트가 내린 푼크툼의 정의를 다시 인용해보자. “이 자국, 이 상처들은 점이다. 스투디움을 방해하러 오는 이 두 번 째 요소를 나는 푼크툼이라 부르겠다. 왜냐하면 그것은 찌름, 작은 구멍, 작은 반점, 작은 흠, 주사위 던지기이기 때문이다. 사진의 푼크툼은 그 자체가 나를 찌르는 (또한 나를 상처 입히고 괴롭히는) 우연이다.” 푼크툼은 “절대적 특수자”. “최고의 우발성”으로서 발생하는 사건이다. - pp.37~38

 

 

정신분석학에서 ‘언캐니’는 “그동안 억압되어왔던 것이 통합된 정체성이나 미적 규범이나 사회질서 등을 파열시키면서 회귀”하는 것을 볼 때 생기는 심리적 분위기로 정의된다. (...) ‘언캐니’는 독일어 ‘운하임리히’의 역어로, 주지하다시피 심리학자 에른스트 옌치가 도입한 개념이다. 그는 언캐니의 감정을 “살아 있는 듯한 존재가 정말로 살아 있는지, 혹은 그 반대로 생명 없는 대상이 실은 살아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태”로 정의했다. 옌치와 달리 프로이트는 (...) 유아기의 거세 환상은 성장과정에서 억압되고 망각되지만, 삶에서 경험하는 여러 사건을 계기로 끝없이 되돌아온다. 번번이 되돌아오는 이 환상은 원래 낯익은 것이지만 동시에 망각된 것이기에 의식에는 낯설게 느껴진다. 바로 여기서 ‘낯익은 낯섦’이라는 언캐니의 정의가 성립하게 된다. “언캐니는 억압에 의해 낯선 것이 되어버렸으나 원래는 낯익던 현상이 되살아나는 것과 관련된다. 억압되었던 것이 되살아나면서 주체는 불안해진다. 주체가 이해하기 힘든 모호한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언캐니는 이 불안한 모호함 때문에 생기는 직접적 결과다.” - pp.140~141

 

 

진중권은 포스트디지털 시대는 기본적으로 초현실주의의 맥락에서 설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초현실주의를 후기 프로이트 이론 관점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요컨대 디지털 카메라로 구현된 포스트디지털 시대의 이미지들은 사진의 본질인 지표성을 상실함으로서 존재의 해방성이 증폭되고 그로 인해 모호하고 우발적이며 특수한 ‘푼크툼’의 성질을 가진다. 그래서 존재하면서 존재하는 자신을 스스로 해치며 의미든 정체성이든 확장시킨다. 이는 기존의 기술을 계승하면서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구축하면서, 낯익으면서 낯선 ‘언캐니’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들 이미지를 보는 현세대인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감정을 진중권은 ‘세계감정’이란 용어로 표현하는데, ‘푼크툼’과 ‘언캐니’의 속성 때문에 포스트디지털 이미지에 대한 일차적 ‘세계감정’은 거부감과 공포감이다. 그럼에도 이 섬뜩함에 아름다움을 찾으며 빠져드려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푼크툼’와 ‘언캐니’의 개념을 접하며 처음 떠올린 것은 연꽃사진 사건과 쿠사마 야요이였다. 전자는 우리나라에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2003년, 디지털카메라 커뮤니티였던 디시인사이드에서 유행한 연밥사진 합성이었다. 쿠사마 야요이는 강박과 환영이란 주제로 망과 점에 집착한, 원으로 가득한 미술 작품만 발표하는 아티스트이다. 흔한 식물에 지나지 않은 연밥의 알알이 박혀 있는 속성이 다른 이미지와 합성되며 혐오와 희열을 불러일으키며 엽기문화를 열었다. 정신병원에 사는 천재 예술가란 별명을 가진 쿠사마 야요이는 유년시절 트라우마로 인한 지독한 강박증을 앓고 있는 작가인데 자기치유와 강박표출이 얽혀 독특한 미적 세계를 구축하였다. 전자는 해프닝으로 끝났고 후자는 예술이 되었지만 평범한 것을 낯설게 하고 혐오와 쾌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학에서는 언캐니한 감정의 원인으로 다양한 설명이 제시되었다. 인간인 줄 알았던 대상에서 기대하는 행동이 나오지 않을 경우(기대 위반), 그 대상을 생명의 범주에 집어넣을지 말지 혼란스러운 경우(정체성의 역설), 그 대상이 건강한 생체와 달리 어딘지 유전적으로 병약해 보이는 경우(진화 미학), 그 대상이 감염 위험이 있는 병약한 것으로 보일 경우(혐오 이론), 그 대상이 죽음에 대한 본능적 공포를 불러일으켜 내면의 방어기제를 작동시키는 경우(공포 관리) 등. 그런가 하면 조커의 웃는 입과 실제 표정의 괴리나 더빙된 영화의 입 모양과 음성처럼, 인간행동을 구성하는 다차원의 신호들이 미묘한 부조화를 이룰 때 언캐니 효과가 발생한다는 설명도 있다. - p.97

 

 

현대인이 점점 갈수록 무엇이든 좀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것도 ‘푼크툼’과 ‘언캐니’로 설명할 수 있다. 진중권이 2권에서 소개하는 ‘푼크툼’과 ‘언캐니’의 대표적인 작가들로는 강형구, 키스 코팅엄, 매튜 바니, 오론 캐츠 그룹, 패트리샤 파치니니 등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미학을 구축하기 위해 진중권이 2권에서 소개하는 작가들의 이미지는 그림을 사진으로 다시 CGI로 만들거나, 수많은 사진을 합성한 후 다시 컴퓨터그래픽화하거나, 인간과 동물의 합성을 주력으로 하거나 배양육을 미술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관람자로 하여금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이 섬뜩한 충격감을 구현하기 위해 상당히 수고스러운 일이 필요함에도 마다 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작업 방식 자체가 창조적 유희로서 기능한다.

 

 

(로봇 영역에서 논의되는) 일본과 달리 미국에서는 ‘언캐니 밸리’에 관한 논의가 주로 CGI를 둘러싸고 이루어진다. 그것은 로봇과 애니메이션에서 미국과 일본의 취향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동반자 로봇’에 집착하는 일본에서는 로봇에 되도록 인간에 가까운 외양을 부여하려 하나, ‘기능성 로봇’에 주력하는 미국의 로봇 산업은 인간과 똑같은 외관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사정이 뒤집힌다. 일본의 ‘아니메’가 초당 7~8프레임의 움직이는 만화로 남으려 한다면, 미국의 애니메이션은 아날로그 시절부터 실사에 가까운 초당 24프레임의 사실주의를 지향해왔다. 이렇게 만화를 실사에 가깝게 만들다 보니 로봇이 아닌 CG의 영역에서 ‘언캐니 밸리’의 문제를 떠안게 되는 것이다. - p.109

 

 

일본의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는 인간이 인간을 닮을수록 호감과 친밀감을 느끼지만 일정 수준 이상 닮으면 섬뜩함을 느끼며 긍정적인 감정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언캐니 밸리’라는 함수로 명명한다. <이미지 인문학2>의 후반부는 로봇과 CG 등 인간, 실제와 닮은 무언가들의 속성에 깃든 ‘언캐니’함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인공성과 동물성, 생명으로서의 예술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한다. <이미지 인문학2>의 초반부는 1권도 그러했듯 디지털 이미지의 본질부터 정의하기 위해 사진 미학이 리얼리즘에서 포토리얼리즘으로 다시 합성리얼리즘으로 초점이 옮겨감을 포착한다. 그리고 후반부로 자연스럽게 화제를 연결해 합성리얼리즘의 재능과 공포적 속성이 건드리는 철학과 과학을 바라본다. 

 

요컨대 진중권의 ‘이미지 인문학’은 갑자기 튀어나온 생소한 개념이라기보다, 인문학적 관점으로 예술을 분석하는 미학의 속성을 십분 발휘하여 미술을 보다 풍부하게 감상하고 최신 미술의 경향을 정의하는 한 기제라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는 창조강박,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는 시대에 합성에의 탐닉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것이 혐오·공포·위화감 등을 기저에 깐 유희라는 점에서 재미있다. 진중권의 분석에서 결국 우리의 ‘언캐니’한 감정은 존재상실의 위기의식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합성이 거듭되면 원본은 쉽게 망각된다. 혹은 그 본질을 흩트리고 해체한다. 그 대상은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어쩌면 인간이 대체될 수 있고 존재감을 상실하는 ‘사라짐’의 공포와 싸우기 위해, 그래서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이 기기묘묘한 이미지들을 모순적으로 탐닉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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