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네 사랑이 잠시 길을 잃었을 뿐이야
김효준 지음 / 생활성서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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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네 사랑이 잠시 길을 잃었을 뿐이야]​기쁨이지 않은 사랑은 없습니다

 

 

책 초반부, 사랑은 적당할 수 없다는 표현에 아찔하며 남은 책장을 넘긴다. 저자는 신부, 독신과 정결을 맹세하고 하느님의 사람으로 사는 사람이다. 그런 이가 사랑학개론이란 제목으로 월간지 <생활성서>에 연재했고, 17편의 에세이를 책 한권으로 묶어 출간하였다. 김효준 신부의 <괜찮아, 네 사랑이 잠시 길을 잃었을 뿐이야>를 읽으며, 은연중에 교만인지 모르고 당연하게 품어온 생각을 반성하였다. 적어도 사랑에 있어선 평신도의 경험과 사유가 좀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읽는 내내 어머어머, 이 신부님 뭐야 어쩜 이래를 연발하며 속으로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댔다. 가장 가까운 자매님, 어머니께 쪼르륵 쫓아가 책을 인용하며 독후감을 말하였다. 마지막 남자와 연애 38년차에 접어든 어머니의 반응은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신부인데사랑에 대해 이렇게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신부라서이렇게 쓸 수 있는 거야.”

 

 

 

지난 주일과 월요일 복음은 마침 사랑에 관해서였다. 주일엔 <괜찮아, 네 사랑이 잠시 길을 잃었을 뿐이야>를 읽으며 뒤통수가 얼얼했던 사랑의 계명 말씀과 마주했고, 그 다음 날엔 보답 받을 수 없는 사랑의 행복함을 말하는 루카 14장 말씀과 마주했다.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한다,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한다. 예수님께서는 이 사랑의 계명을 지키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제물보다 하느님 나라에 가까워진다고 하셨다. 그만큼 잘 사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미가 아닐까. < 괜찮아, 네 사랑이 잠시 길을 잃었을 뿐이야>의 부제 역시 사랑이 어려운 당신을 위한 따뜻한 응원이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사랑을 많이 받으면 잘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는 왜 사랑이 어려울까. 어머니의 대답을 들으며,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스쳤다. 너무 사랑을 강조하기에 본질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봉사’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사랑에 지치거나, 하느님의 사랑과 사람의 사랑을 나눠 생각하지는 않은지.

 

   

성당에서 봉사를 하면서 열정이 많은 봉사자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부끄럽고 힘들다. 교회는 사회와 다르다고들 하지만, 사회에서도 교회에서도 어떤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열정’은 무언가를 이끌어내는 수단일수는 있어도 그 자체가 가치 있는 본질이고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기왕 남에게 그런 사람으로 평가된다면, 열정이 아닌 사랑이 넘치는 봉사자로 보이고 싶었다. 엄청 잘 읽히고 많이 공감해서, 내내 감탄하면서 읽었던 <괜찮아, 네 사랑이 잠시 길을 잃었을 뿐이야>. 금방 다 읽었지만, 깊고 오랜 묵상으로 이끄는 책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앙생활을 하면 할수록 사랑이 어렵고 무겁게 느껴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교회의 사랑과 세속의 사랑을 나눠 생각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권하고 싶다. 특히 연애와 대인관계에 대해 한창 고민 많고, 영성 책을 읽고 싶지만 통 시간적 여유가 없는 청소년, 청년 평신도들이 읽기 좋은 책이다. 참고로 상당히 많이 웃기다, 이 책.

 

어제도 계획한 일을 다 해내지 못한 채, 기절하듯 잠들었다. 언제부터인가 맡은 일정을 다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러고 사나, 무엇 때문에 사나 싶었는데 결국 사랑해서인 것 같다. 가족을, 회사를, 친구를, 일을, 꿈을…‘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사랑해서. 점점 늘어나는 역할과 책임이 버겁지만 걱정할까봐 내색 못한다. 견디다 보면 또 괜찮고, 사랑해서 기꺼이 겪는 일상이다.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의 길을 알면, 당신처럼 사랑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사랑 안에서, 사랑으로 충만한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멈추지 않고 계속 사랑하게 하소서. 아멘†” 3학기째,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사랑을 멈추지 말게 이끌어달라는 기도를 가장 즐겨 한다. 많이, 잘 사랑할 수 있는 것은 큰 은총이고, 서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은 큰 축복이다. 행복하고 기쁘게, 많이 사랑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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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크러시 1 - 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 걸크러시 1
페넬로프 바지외 지음, 정혜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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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크러시1] 자기 삶을 개척하다 역사를 개척한 여자들

 

 

는 제게 영감을 줍니다. ‘는 아름답습니다, 인간을 낳는 는 위대합니다. 여성과 모성에 대한 예찬을 우리는 역사 내내 숱하게 봐왔다. 하지만 위인의 어머니, 아내, 연인, 뮤즈, 조력자가 아닌 그 스스로가 위인으로 인류 역사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여자는 흔치 않다. ‘잊혀진 역사’, ‘알려지지 않은 역사등의 표현으로 포장되며 발굴되고 조명 받은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여자의 권리는 유색인종과 짐승의 권리보다 더 늦게 논의되었다. 여학교, 여성단체, 여성정책 등 아직도 여성들을 분리하는 집단과 정책을 만드는 방법이 여권 신장에 유용한 수단으로 기능한다.

<걸크러시1>을 애써 심드렁해하며 기대 안 하고 반, 그럼에도 혹시나 일말의 기대를 걸며 호기심 반으로 읽기 시작하였다. 번역출간한 문학동네는 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이란 부제를 붙였다. 어떤 여자들과 그들의 삶이 담겨 있을까가 먼저 궁금하였다. 19세기 프랑스의 수염 난 술집 사장님으로 시작한다(클레망틴 들레). , 배우, 운동선수, 작가 등 시대와 국적을 넘나들며 30명의 여자를 각 15명씩 책 두 권으로 소개하였다. 인물마다 분량도 3~8쪽까지 제각각이다. 책을 읽으며 내면의 이상한 마음과 마주쳤다. ‘고작 이 정도로? 이런 면이 있어도?’하며 작가의 엄선에 놀라고 염려하며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걸크러시girl crush’, 외래한 인터넷 신조어로 여성을 (성적이지 않은 면으로) 끄는 여성 정도의 의미이다. 원제를 보니, 번역 제목이나 부제를 두고 편집자와 역자가 고심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제는 ‘Les Culottées’ 여성용 속바지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페넬로프 바지외는 이 제목에 ‘Des Femmes Qui ne Font Que ce Qu'elles Veulent그들이 원하는 대로만 행동하는 여자들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인간으로서의 오롯한 해방의 의미에서 팬티 벗고 소리 질러정도의 표현이었을까. ‘Sans-culotte상 퀼로트가 잠시 떠오르기도 하였다. ‘퀼로트(귀족들의 하의)를 입지 않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프랑스 혁명의 추진력이 된 사회 계층이다.

 

<걸크러시1>을 읽으면서, 이 책에 독서 욕구를 느낀 이유를 상기해보았다. 역시 여성으로 30여년을 산 인간으로서, 자기 의지로 자기다운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개척한 것이 곧 역사를 개척해, 오늘이 있게 한 여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 하니 궁금해 견딜 수 없었다. 동양의 분단국가 국적의 여성으로 살면서, 여권 신장과 양성 평등을 논하는 것은 언제나 제한적이고 조심스럽다. 그저 훌륭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하며, 단속하며 살고 있다. 성 차이를 인정하되, 비슷한 조건의 남성보다 좀 더 능력적으로도 인성적으로도 낫자고, 그리고 그보다 더 침묵하며 징징대지 말자고.

 

그래서 수도 없는 사람을 죽이고 부도덕한 면이 있어도, 다른 수록 위인들과 비교해 시시한 면이 있어도 똑같이 대단한 여자들이라고 소개하고 추어올리는 작가를 보며, 꽤나 해방감을 느꼈다. ‘이 정도의 남자 위인들을 생각해봐, 충분히 훌륭한 여성들인데 뭘 숨겨, 넌 뭘 기대한 거야.’하고 작가가 말을 건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프랑스 웹툰은 어떤 건지 엿볼 수 있어서 좋았고, 동 시대 또래의 작품이라 더 열심히 읽었다. 마리포사 자매나 토베 얀손처럼 존재는 잘 알지만 인생은 전혀 몰랐던 경우 읽으며 놀라고 흥미로웠다. 아그노디스 편을 읽으며 왜 한번도 고대 그리스의 여자 의사라는 존재를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반성하였다.

 

서양 백인 중심적인 글로벌 스탠다드(?) 세계관에서 접하기 힘든 소수민족 왕과 전사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걸크러시1>에서 가장 멋지다고 눈길이 많이 갔던 인물은 무측천이었다. 왕족도 아니었고, 오로지 운과 실력으로만 왕조시대 황제 자리까지 올라갔고 오늘날까지 평가가 갈리는 과오 분명한 여자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남자 왕도 많지 않았던가, 흔한 왕의 면모지 않나 싶다. 고른 지역과 직업 선택도 그렇고 남장여자, 장애인여자, 레즈비언, 트렌스젠더까지 고려하는 작가의 넓고 섬세한 대상 선정이 참 멋지다남은 절반의 주인공들은 누구일까. 서둘러 2권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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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 디즈니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 원작 에프 클래식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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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어른이 되어 보면 더욱 뭉클한 고전동화

 

 

 

1992년부터 2002년까지, 한국의 많은 어린이들은 KBS2<디즈니 만화동산>을 시청하는 것으로 일요일을 시작하였다. 나와 동생 역시 열혈 시청자였는데, 한 캐릭터에 대해서 취향이 엇갈렸다. ‘곰돌이 푸’, 아기 때부터 곰돌이 푸를 보며 자란 동생은 내일 모레 서른이 다 되는 지금도 너덜너덜해진 푸 인형을 버리지 못할 정도로 좋아한다. 방영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던 나는 푸가 멍청하고, 그저 아저씨 표준 얼굴처럼 보였다. 애니메이션에도 크게 재미를 못 느꼈다. 신기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그 캐릭터들에 호감이 가고 원작이 궁금해졌다. 원화가 비싸게 경매되기로 유명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번에 에프에서 나온 <곰돌이 푸>를 읽고 당황하였다. ‘그림이 없어!’

 

 

그렇다. 곰돌이 푸 초판 삽화가의 이름을 알고 있었음에도, 곰돌이 푸의 모델이 된 위니 곰을 다룬 그림책을 읽었음에도 별 생각이 없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달라도 당연히 한 세트처럼 같이 있을 줄 알았다. 덕분에 궁금해져 책을 읽고, ‘곰돌이 푸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다. 지난 달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Christopher Robin, 2018)>가 개봉하였다. 영화 개봉에 맞춰 곰돌이 푸를 인용해 재편집한 책 등 관련 책이 쏟아져 나왔다. A.A.밀른이 쓴 원작 완역본이 이미 여럿 나와 있는데도 에프에서 새로운 번역본을 내놓은 것도 이 배경 때문인 듯 싶다. 에프는 푸른책들의 문학 임프린트다.

 

 

초판 삽화가인 E.H.세퍼드는 A.A.밀른의 친구이다. ‘곰돌이 푸A.A.밀른이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에게 자기 전 들려줄 이야기로 지은 이야기다. 그래서 하나의 완결된 책이 아니라 에피소드 모음집으로 되어 있다. <곰돌이 푸>곰돌이 푸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다. 1922년에 출간된 첫 곰돌이 푸<Winnie-the-pooh> 번역을 했다. 한 책이 더 있는데 합본 번역본을 다른 출판사에서, E.H.세퍼드의 삽화도 넣어 출간하였다. 이번 에프의 <곰돌이 푸> 번역본은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Winnie-the-pooh> 번역본을 냈던 진하림이 다시 번역해 출간하였다. 에프는 이 책을 키덜트를 위한 클래식 시리즈의 일환으로 펴냈다. 그림 없이 이야기()에만 오롯이 집중하고 싶은 독자, 휴대하며 읽기 편한 가볍고 얇은 번역본을 원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Winnie-the-pooh’는 푸의 풀네임.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이 좋아하던 동물원 곰 위니와 고니 를 합쳐 만든 캐릭터고 이름이다. 위니처럼 애착하는 곰 인형이 있었고 피글렛, 티거, 이요르, 토끼, 캥거, 루 등 <곰돌이 푸>의 다른 캐릭터들도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 방에 있던 봉제인형들을 모델로 한다. 아버지가, 자신의 인형들을 주인공들을 주인공으로, 자기 가족이 즐겨가는 숲에서 그들이 살고 있다며 들려준 이야기, 자신이 주인공인 이야기. 내가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이면 너무 감동하고 흥미진진해하며 아버지가 이야기 들려주는 밤만 기다렸을 것 같다. 100에이커 되는 그 숲엔 로빈과 동물 친구들 말고도 헤팔룸푸(코끼리)와 우즐(족제비)라는 괴물도 존재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들이 숲으로 모였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버지 A.A.밀른의 상상력과 입담(글솜씨)로 아들 로빈은 자기 전 밤마다 인형들과 숲으로 모험을 떠난다. 에프 번역본은 편집이 삽화 하나 없고 글로 빽빽한데, 생각보다 책장도 잘 넘어가고 10개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읽으면서 뭉클했다. 삽화가 전혀 없어도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읽으면서, 꼭 보고 있는 것처럼 장면이 잘 그려진다. 단순히 감동적인 줄거리고, 멋진 표현이라기보다는 독자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담뿍 담겨 있달까. 모든 이야기와 모든 대사가 책 속의 인물들 자체보다, 지금 그 책을 읽고 있는 독자를 향해 있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내가 로빈이 아니어도 로빈 혹은 친구로 이 책 안에 동참하고 있는 기분이다.

 

 

많이 언급되는 명대사가 원작에도 있나 찾아보려 읽기 시작하였다. 막상 책을 읽으며 눈과 마음이 더 머문 것은 사소한 장면들이었다. 한결같이 멍청하기 이를 때 없는데 그걸 본인이 좀 알고, ‘쓸모가 없는 곰이 되는 걸 걱정하는 위니 더 푸. 그런 푸에게 넘치는 애정을 담뿍 담아 바보 곰이라 부르는 로빈. 북극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발견하고 싶어 무작정 팜험을 떠나는 친구들. 각자 나름대로 모자라지만, 이런 저런 사건과 모험을 함께 겪으며 서로 채워 주는 친구들. 똑똑하고 뛰어나지 못해 내뱉는 말들이지만, 참 철학적이고 공감가는 대사, 본받고 싶은 삶의 자세. 별 기대 없이 읽다가 뭔지 모를 그리움과 따뜻함이 마음에 가득해졌다. 이런 독후감은 어른 독자들이 훨씬 더 잘 느낄 듯 싶다. 초판 삽화도, 나머지 푸 책도 얼른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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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내미는 사랑
이제민 지음 / 생활성서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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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내미는 사랑] 잘 사랑하고 계십니까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1코린 13,7)’ 2018년은 한국 천주교회가 정한 평신도 희년이다. 그리고 서울대교구의 2018년 사목 주제는 사랑이다. 그래서 가톨릭 청년과 평신도 사도직사랑을 주제로 대화하는 일이 많고, 이런저런 관련 책을 읽으며 독후감을 나눔하는 일이 많다. 매일 8, 미사 말씀 묵상과 기도로 하루를 열기에 즐겨 이용하는 생활성서사 페이스북. 묵상 강론으로 이름을 알았던 신부님께서 이번 평신도 희년을 맞아 책을 내셨다는 소식을 듣고 읽어 보았다. 까리따스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출판사 생활성서사에서 나온 이 책은 바오로딸출판사의 <우리 모두를 사제로 삼으셨으니>와 함께 이번 평신도 희년 필독서로 지정되었다.




제목은 <손 내미는 사랑>, 부제는 사제지만 사제인 줄 모르는 당신에게이다. 현재 마산교구 소속으로 명례 성지 담당 사제로 지내고 있는 이제민 신부. 일흔을 맞은 노신부가 마산교구 사제단을 위한 피정에서 나눴던 강론들을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까지 아우르며 사제직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강론집(묵상집) 형태의 에세이다. ‘사제직은 평신도 사도직의 역할 중 하나이다.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복음화에 힘쓰는 그리스도인들이다. 성직자는 신품성사를 받고 정결과 순명을 맹세한 사람들이다. 수도자는 신품성사를 받지 않았지만 정결, 순명과 함께 가난을 맹세한 사람들이다. 그리스도인은 모두 평신도이며 따라서 성직자, 수도자도 하느님 아래 평등한 평신도이다. \



필자는 한국에서 시작한 가톨릭 청년 평신도 사도직 양성 프로그램인 가톨릭 청년성서모임에서 말씀의 봉사자를 하고 있다. 냉담 경험이 있지만 대대로 신자 집안에서 태어난 모태신앙자임에도, 평신도 사도직 개념을 공부하며 2차 바티칸 공의회 문서 등 관련 자료를 찾아 읽으면서 굉장히 생경하고 어려웠다. 그래서 계속 그룹 나눔을 하며 다른 교우와 생각을 나누고, 스스로의 생각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손 내미는 사랑>은 무척 반갑고 고마운 책이었다. 우리 종교는 신자들에게 어린 아이처럼 순전한 믿음을 강조한다. 치열하게 교리를 공부하고 나눔하는 것은 적성과 여건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손 내미는 사랑>은 따로 공부하고 정확한 용어를 알지 못해도 태어난 모든 인류는 구원의 대상이고, 모든 그리스도인은 사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쉬운 문장과 큰 글씨는 나이가 많건 적건, 학력이 높건 낮건 누구나 편하게 읽으며 이해할 수 있다. 전체 글이 체계적이고 통일성 있게 구성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다채롭고 자유분방한 글들의 엮임이 전혀 거슬리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읽게 된다. 읽는 내내 손 내미는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하라는 복음의 사랑’, ‘하느님 닮은 사랑을 요약하는 탁월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늘 사랑의 계명을 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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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래빗 전집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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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래빗 전집] 예쁘지만 아쉬운 소장용 전집
 

 

 

<피터 래빗 (Peter Rabbit, 2018)> 영화 개봉에 맞춰 민음사에서 <피터 래빗 전집>이 나온다고 했을 때 굉장히 기대하였다. 이미 다른 출판사 두 곳에서 전집 번역본이 나왔지만 표지 디자인도 예쁜데다가, 대형 출판사에서 나온다고 해서 무척 기대하였다. 그런데 압도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었다. 영유아용 그림책이라 영어 수준이 그렇게 어렵지 않고, 현직 출판기획자이기도 한 전문번역가가 번역했는데 번역이 아쉽다. 민음사가 고집하는 직역체인 걸 감안해도, 이런 전집은 영유아보다 어른들의 소장용 책으로 소비될 가능성이 큰 것을 감안해도, 문장이 딱딱하고 잘 읽히지 않는 편이다. 사소한 오역들도 좀 있다.

 

 

미주로 처리하며 많은 주석을 달았고 작가 소개 글을 적어놓았다. 쪽수도 지금까지 나온 <피터 래빗 전집> 중 가장 두껍고 비싼데, 편집이 비슷하고 오히려 각 책별 창작 배경 같은, 원서에 있던 부록은 빠져 있다. 원서가 맞는지 유무도 불분명하다. 목차는 초판부터 지금까지 베아트릭스 포터 시리즈를 출간·유통 중인 <Beatrix Potter The Complete Tales>와 같으나 서지사항에 원서 표기가 없다. 단행본은 저작권 유효기간이 소멸하였지만, 이렇게 재편집되어 합본이 나온 건 10여년 되었으니 저작권이 걸려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나보다. 아무튼 민음사본도 편집을 따라하고 있는 <Beatrix Potter The Complete Tales>23권짜리 단행본 분권 전집과 달리 실제 작품 집필 순서대로 재배열하고 미출간한 4편의 그림책을 더 담아둔 책이다. 한 페이지에 단행본 여러 페이지를 여러 장식 싣는 형태로 합본한 단권 전집이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그림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원서 독서시 해석 참고용으로 쓰거나, 단행본 전집 구매는 부담스러운 독자들이 저렴하게 전집을 보는 용으로 쓰거나, 미발표 그림책을 확인하는 용도로 읽기 좋은 책이다. 유감스럽게도 민음사 번역본만이 소장용 전집으로 딱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비교해보고 가장 취향에 맞는 한국어판을 구매하면 될 듯싶다. 책은 한 번도 안 봤어도 팬시용품으로 너무 친숙한 피터 래빗. 베아트릭스 포터는 아동학과 아동서라는 개념이 미약했던 시기에 순전히 자연과 아이들이 좋다는 이유로 평생 고향 마을에서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그린 작가다. 피터 래빗은 베아트릭스 포터가 만든 동물 캐릭터 중 하나. 그래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그림책 고전이다. 굉장히 짓궂고 비교육적인 동화도 많아 읽고 의외인 독자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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