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기도 바로 알기
게르하르트 로핑크 지음, 김혁태 옮김 / 생활성서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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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기도 바로 알기] 위대하고 무서운 예수의 일곱 문장

 

 

그리스도인들은 미사(예배) 때마다 주님의 기도와 사도신경(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신경)을 바친다. 주님의 기도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친히 가르쳐주신 청원 기도문이다. 사도신경은 교회 안에서 형성하고 확립한, 그리스도교의 교리와 예수그리스도의 삶이 압축되어 있는 신앙고백문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수이며, 신구교가 일치하는 지점이다. 그중 더 중요한, 최고의 기도문을 꼽자면 단연 주님의 기도다. 주님께서 친히 가르치신 이 기도를, 우리는 감사와 찬미로 벅찬 마음으로 읊는다. 다양한 곡조와 장르로 노래 부르기도 하고, 주모경과 묵주기도로 삶에 항상 가까이 둔다. 한국 천주교회에선, 한동안 미사나 행사에서 전 신자가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드리는 유행이 불었고, 위생과 심리적 거부감상 자제를 부탁한다는 주교회의의 권고가 있기도 하였다.

 

그 당시에서 오늘날로의 전환이 너무 성급하거나 사려 깊지 못하다면,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주님의 기도 해석도 결국 자기 생각으로 끝나고 만다. - P.13

 

가톨릭보편적인이란 뜻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정신에 입각해 세상 만민을 포용하는 종교이다(물론 역사적으로 과오도 많이 저질러 아직도 사죄하고 있지만). 그래서 대단히 세속화가 잘 되어 있는 종교며, 중앙집권적이고 보수적이지만 끊임없는 쇄신과 회개를 촉구하는 종교다. 교리도, 성경해석도 시대에 맞춰 바뀌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도 한다. 주님의 기도도 마찬가지다. 원형은 루카 11(6가지 청원)과 마태오 6(7가지 청원)으로 대단히 짧다. 그것이 오랜 세월을 거쳐 현재의 기도문으로 확정되었다. 독일의 성경 주석학자 게르하르트 로핑크 신부는 저서 <주님의 기도 바로 알기>에서 오늘날 주님의 기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소개하며, 그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 세태를 비판한다. ‘Neu Ausgelegt(Redesign)’란 표현을 제목에 붙이며 주님의 기도를 돌아보는 책, 11월 광주가톨릭대총장 김혁태 신부의 번역으로 생활성서사에서 출간하였다.

 

  지금까지 소개한 여러 편의 현재적 해석과 변형들 뒤에는 사실 의도적인 전략이 숨어 있다. 곧 모호하고 포괄적으로 들리는 주님의 기도를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이에게 이 기도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실적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과 그 제자들의 상황에서는 실제로 전혀 모호하거나 포괄적인 기도가 아니었다. 이 기도는 예수님의 걱정과 제자들의 필요를 아주 정확하게 표현한 기도였다. 또한 주님의 기도는 각 청원마다 성경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었다. 주님의 기도를 해석하면서 이 기도에 담긴 당시 상황과 구약 성경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으면, 이 시대 우리 현실에 적용한 해석은 무엇이나 빈말로 끝나고 말 것이다. - pp.19~20

 

여하튼 주님의 기도는 일차적으로 제자들의 기도이다. 예수님을 따라야 하는 제자들이 자신들의 원의와 계획은 잊고, 오직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만을 바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 모든 청원의 마디마디 핵심을 이룬다. 그러니 이런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이에게 이 기도는 자신의 삶을 뒤흔드는 위험한 기도가 된다. - p.38

 

주님의 기도는 청원기도다. 전반부의 세 청원은 하느님에 대한 것을(1)하느님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소서 2)하느님의 나라가 오소서 3)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후반부의 네 청원은 인간에 대한 것을(4)일용할 양식을 주소서 5)죄를 용서하소서 6)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7)악에서 구하소서) 담고 있다. 마태오 복음엔 루카 복음엔 없는 세번째 청원과 일곱째 청원이 덧붙여져 있다. 로핑크 신부는 마태오 복음에 덧붙여진 이 두 청원이, 완전수 7에 맞춰 늘린, 두번째 청원과 여섯 번째 청원의 보완적 성격에 가깝다고 말한다. 책은 주님의 기도의 일곱 청원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집중하며, 이런 청원이 중요했던 예수 생전부터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를 살펴본다. 주님의 기도만 잘 헤아려도,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기도의 의미와 힘을 알면, 이 기도를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가르치신 것이 얼마나 위대하고 무서운 선물이었는지 전율하게 된다. 더욱 하느님을 경외하고 하느님께 감사하게 된다.

 

주님의 기도가 정말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이해한 사람은, 이 기도가 결과적으로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안다. 주님의 기도는 위험한 기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감히 이 기도를 바쳐도 된다. 주님의 기도에는 엄청난 신뢰도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 p.180

 

   많은 말이 필요 없다. 주님의 기도는 짧고 명료하다. 하느님 앞에서는 여러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신다.

  예수님이 가르쳐 주시고 교회가 전해 준 대로 주님의 기도를 날마다 바쳐야 한다. 천천히, 깊이 새기며, 경외하는 마음으로! 값진 보물마냥 주님의 기도를 잘 간직해야 한다. 주님의 기도는 우리를 그리스도교적 삶의 핵심으로 안내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이 정말 어떤 분이신지도 보여 준다. 이 기도야말로 우리를 예수님의 마음 한가운데로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 p.187

 

가톨릭은 공동체와 일치를 강조한다. 교회나 사회가 위기를 겪을 때 집단적으로 주요 기도문을 반복하며 이겨내고 믿음을 지켜왔다. 묵주기도가 대표적이다. 앞서도 말했듯, 우리 교인들은 늘 갖가지 방식으로 주님의 기도를 읊는다. 무의식적으로, 기계적으로 임할 때가 비일비재하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어린 아이처럼 순전한 믿음을 강조하셨고, 우리는 모든 것을 초월해 하느님 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어린 양들이다. 오히려 신학적 지식도 전혀 없고, <주님의 기도 바로 알기>를 읽어본 적도 없지만, 주님의 기도만을 반복하고 집중하는 이의 믿음이 하느님 나라에 더 가까이 있을 수 있다. 로핑크 신부의 요지도 결국 그것이다. 남의 해석도 자신의 욕망도 덧붙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주님의 기도를 바라보는 것. 그래서 책이 길지도 않다. 눈 있고 귀 있는 자는 바르게 보고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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