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 디즈니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 원작 에프 클래식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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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어른이 되어 보면 더욱 뭉클한 고전동화

 

 

 

1992년부터 2002년까지, 한국의 많은 어린이들은 KBS2<디즈니 만화동산>을 시청하는 것으로 일요일을 시작하였다. 나와 동생 역시 열혈 시청자였는데, 한 캐릭터에 대해서 취향이 엇갈렸다. ‘곰돌이 푸’, 아기 때부터 곰돌이 푸를 보며 자란 동생은 내일 모레 서른이 다 되는 지금도 너덜너덜해진 푸 인형을 버리지 못할 정도로 좋아한다. 방영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던 나는 푸가 멍청하고, 그저 아저씨 표준 얼굴처럼 보였다. 애니메이션에도 크게 재미를 못 느꼈다. 신기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그 캐릭터들에 호감이 가고 원작이 궁금해졌다. 원화가 비싸게 경매되기로 유명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번에 에프에서 나온 <곰돌이 푸>를 읽고 당황하였다. ‘그림이 없어!’

 

 

그렇다. 곰돌이 푸 초판 삽화가의 이름을 알고 있었음에도, 곰돌이 푸의 모델이 된 위니 곰을 다룬 그림책을 읽었음에도 별 생각이 없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달라도 당연히 한 세트처럼 같이 있을 줄 알았다. 덕분에 궁금해져 책을 읽고, ‘곰돌이 푸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다. 지난 달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Christopher Robin, 2018)>가 개봉하였다. 영화 개봉에 맞춰 곰돌이 푸를 인용해 재편집한 책 등 관련 책이 쏟아져 나왔다. A.A.밀른이 쓴 원작 완역본이 이미 여럿 나와 있는데도 에프에서 새로운 번역본을 내놓은 것도 이 배경 때문인 듯 싶다. 에프는 푸른책들의 문학 임프린트다.

 

 

초판 삽화가인 E.H.세퍼드는 A.A.밀른의 친구이다. ‘곰돌이 푸A.A.밀른이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에게 자기 전 들려줄 이야기로 지은 이야기다. 그래서 하나의 완결된 책이 아니라 에피소드 모음집으로 되어 있다. <곰돌이 푸>곰돌이 푸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다. 1922년에 출간된 첫 곰돌이 푸<Winnie-the-pooh> 번역을 했다. 한 책이 더 있는데 합본 번역본을 다른 출판사에서, E.H.세퍼드의 삽화도 넣어 출간하였다. 이번 에프의 <곰돌이 푸> 번역본은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Winnie-the-pooh> 번역본을 냈던 진하림이 다시 번역해 출간하였다. 에프는 이 책을 키덜트를 위한 클래식 시리즈의 일환으로 펴냈다. 그림 없이 이야기()에만 오롯이 집중하고 싶은 독자, 휴대하며 읽기 편한 가볍고 얇은 번역본을 원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Winnie-the-pooh’는 푸의 풀네임.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이 좋아하던 동물원 곰 위니와 고니 를 합쳐 만든 캐릭터고 이름이다. 위니처럼 애착하는 곰 인형이 있었고 피글렛, 티거, 이요르, 토끼, 캥거, 루 등 <곰돌이 푸>의 다른 캐릭터들도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 방에 있던 봉제인형들을 모델로 한다. 아버지가, 자신의 인형들을 주인공들을 주인공으로, 자기 가족이 즐겨가는 숲에서 그들이 살고 있다며 들려준 이야기, 자신이 주인공인 이야기. 내가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이면 너무 감동하고 흥미진진해하며 아버지가 이야기 들려주는 밤만 기다렸을 것 같다. 100에이커 되는 그 숲엔 로빈과 동물 친구들 말고도 헤팔룸푸(코끼리)와 우즐(족제비)라는 괴물도 존재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들이 숲으로 모였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버지 A.A.밀른의 상상력과 입담(글솜씨)로 아들 로빈은 자기 전 밤마다 인형들과 숲으로 모험을 떠난다. 에프 번역본은 편집이 삽화 하나 없고 글로 빽빽한데, 생각보다 책장도 잘 넘어가고 10개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읽으면서 뭉클했다. 삽화가 전혀 없어도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읽으면서, 꼭 보고 있는 것처럼 장면이 잘 그려진다. 단순히 감동적인 줄거리고, 멋진 표현이라기보다는 독자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담뿍 담겨 있달까. 모든 이야기와 모든 대사가 책 속의 인물들 자체보다, 지금 그 책을 읽고 있는 독자를 향해 있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내가 로빈이 아니어도 로빈 혹은 친구로 이 책 안에 동참하고 있는 기분이다.

 

 

많이 언급되는 명대사가 원작에도 있나 찾아보려 읽기 시작하였다. 막상 책을 읽으며 눈과 마음이 더 머문 것은 사소한 장면들이었다. 한결같이 멍청하기 이를 때 없는데 그걸 본인이 좀 알고, ‘쓸모가 없는 곰이 되는 걸 걱정하는 위니 더 푸. 그런 푸에게 넘치는 애정을 담뿍 담아 바보 곰이라 부르는 로빈. 북극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발견하고 싶어 무작정 팜험을 떠나는 친구들. 각자 나름대로 모자라지만, 이런 저런 사건과 모험을 함께 겪으며 서로 채워 주는 친구들. 똑똑하고 뛰어나지 못해 내뱉는 말들이지만, 참 철학적이고 공감가는 대사, 본받고 싶은 삶의 자세. 별 기대 없이 읽다가 뭔지 모를 그리움과 따뜻함이 마음에 가득해졌다. 이런 독후감은 어른 독자들이 훨씬 더 잘 느낄 듯 싶다. 초판 삽화도, 나머지 푸 책도 얼른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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