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철학자 - 떠돌이 철학자의 삶에 관한 에피소드
에릭 호퍼 지음, 방대수 옮김 / 이다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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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철학자] 진리는 수다스럽지 않다. 삶을 닮은 자서전

철학의 주제는 언제나 인간이어야 한다

프롤레타리아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의 유일한 유작이자 자서전

길에서 사유를 세운 그의 삶처럼 담백한 27개의 파편들

 

 

 

짧은 역사를 지닌 신생국가의 숙명임을 알면서도 인문학적 전통에 있어 유럽에 대한 콤플렉스와 미국적인 것에 대한 갈망은 그치지 않았다. 역자는 오늘날 미국의 주류철학이 이미 인간을 주제로 하지 않고, 테크닉에 치중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프롤레타리아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는 그런 미국의 역사사회문화적 특수성이 낳은 독특한 존재이다. 독일계 이민가정 출생, 정규 교육을 한 번도 받지 못하였다. 레스토랑 보조웨이터, 사금채취공 등 먹고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던 떠돌이 일용노동자를 전전하다가 임시수용소 신세를 진 적도 있었고 25년 동안 부두노동자로 일하였다. 11권의 저서 중 유일한 유작이자 자서전인 <길 위의 철학자>, 80여 년의 길고 남다른 삶이었음에도 그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는 결코 길지 않다. 27꼭지의 이야기는 한 편 한 편이 그가 사유를 정리할 때 선호했던 서식인 ‘아포리즘’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압축적이다.

 

에릭 호퍼의 삶을 이루는 몇 가지 결정점이 있다. 먼저, 50세를 넘기지 못하고 단명하는 집안 내력은 그가 평생을 ‘삶을 여행객처럼 살아’오게 한 심리적 근간이 되었다(p.21). 절망에 휩싸였던 20대 말의 자살 기도는 자살을 감행하지 않았지만 노동자는 죽고 방랑자가 태어나는 날이 되었다(p.60). 엘센트로의 임시수용소 생활은 모든 사고를 물들이고 50년 동안 쓴 모든 글의 씨앗을 키우는 계기가 되어 그를 떠돌이 노동자에서 사상가의 길로 들어서게 한다(p.75). 마지막으로 글쓰기를 읽히고 여러 권의 책을 출판한 부두노동자 생활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결실이 많은 시기였다고 회고한다(p.177). 그의 한 아포리즘 “신천지를 개척하고, 새로운 것을 기도하고,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는 것은 패배자인 경우가 많다.(p.8)”는 그의 삶 전체를 대변하는 한 문장이다.

 

교육의 주요 역할은 배우려는 의욕과 능력을 몸에 심어 주는 데 있다. ‘배운 인간’이 아닌 계속 배워 나가는 인간을 배출해야 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란, 조부모도, 부모도, 아이도 모두 배우는 사회이다. - p.29

 

자기기만이 없다면 희망은 존재할 수 없지만, 용기는 이성적이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 희망은 소멸할 수 있지만 용기는 호흡이 길다. 희망이 분출할 때는 어려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만, 그것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전쟁을 이기고, 대륙을 제압하고, 나라를 세우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전쟁을 이기고, 대륙을 제압하고, 나라를 세우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희망 없는 사회에서 용기가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줄 때 인간은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 - p.65

 

친숙성은 생의 날카로운 날을 무디게 한다. 아마 예술가의 본모습은 이 세상에서의 영원한 이방인이거나 다른 별에서 온 방문객일 것이다. - p.174

 

그의 철학은 언제나 ‘인간’이 있지만 무조건적인 낙관과 애정으로 충만한 휴머니스트는 아니다. 육체노동의 최전선에서 거칠게 산 영향일 수 있는데, 단호하게 모든 이들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은 있을 수 없으니 일이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며(인터뷰/p.189), 행복이란 거의 없어 전 생애 동안 행복했던 순간들을 다 합치면 채 하루가 되지 않는다(p.180)고 말한다. 누구보다 전문가의 솜씨로 스스로 아메리카를 건설한 부랑자들처럼(p.71), 노력만 하면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일이 없다고 믿는 부두노동자처럼(p.178) 길에서 단련한 세월이 강한 몸과 정신을 만들었다. 무척 할말이 많을 듯 싶은데 삶의 마지막에 선 노 철학자는 더욱 말수를 아낀다. 진리는 수다스럽지 않음을 반증하는 듯한,  그의 삶을 닮은 자서전이다. 

 

 

에릭 호퍼는 ‘머리를 아래로, 엉덩이를 위로 하는, 동시에 두 방향으로 사유를 끌어당기는 영혼의 스트레칭법’으로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켰다. 그리고 비록 학교를 다니지 못했지만, 시력을 잃었던 기간을 제외하곤 어릴 적부터 책을 놓지 않은 것도 비범한 노동자(철학자)로 산 비결이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촌철살인, 일상과 긴밀한 쉽고 단순한 철학이기에 대중들이 다른 현대철학자에 비해 더 친숙함을 느낀다. 이번에 이다미디어에서 출간된 <길 위의 철학자>는 국내 미번역작인 아포리즘집 <영혼의 연금술>과 <인간의 조건> 출간에 맞춰 낸 개정판이다. 부록 등 구성은 비슷하나 옮긴이의 말을 새로 썼다. 자서전 본문 외 에릭 호퍼의 생존 사진과 대표 아포리즘들, 인터뷰 기사 등을 실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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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남자들의 이야기 댄디즘 - 최초의 멋쟁이 조지 브러멀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
쥘 바르베 도르비이 지음, 고봉만 옮김, 이주은 그림 해설 / 이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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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남자들의 이야기 댄디즘] 댄디의 기원에 대한 색다른 원전읽기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에서 출발하는 댄디의 본질 탐구

‘댄디’가 뭔지 모르면서 남발하는 우리 사회에 바치는 삼색 강의

‘권태로운 지성, 무례함과 냉담함, 시대에 대한 무관심’, 진짜 ‘댄디’를 말한다

 

 

 

이 책은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이라는 원전을 읽기에 앞서 불문학자와 미술학자가 글과 그림으로 댄디에 대한 해설을 더하여 새로운 원전읽기의 방식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프랑스 댄디를 연구한 불문학자 고봉만이 원전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와 틀을 마련해주고, 19세기 벨 에포크 전문가인 미술사학자 이주은이 당대의 그림들을 통해 댄디를 우리 눈앞에 데려온다. 이들의 명쾌하고 아름다운 해설이 붙은 이 원전 텍스트는, 당대의 댄디 뿐 아니라 지금의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댄디들, 바로 당신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 되어줄 것이다. - 서문 中

 

패션디자이너 최범석이 이런 말을 했었다. "트렌디한 패션에 민감하고 충동구매가 가능하며 스타일리시한 남성소비자는 전체 10-20%에 불과하다". 실제로 남성패션소비에서 헤게모니는 여성소비자다. 화장하는 남자, 스키니진 아이돌 등 이슈는 계속 만들어지지만 이런 현상이 쉽게 남성문화 내의 메인스트림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보수적 성향이 강하고 변화의 정도가 더디다. 복식사를 공부하다보면 남성의 패션이 여성보다 훨씬 과장되고 화려했던 적도 있고, 댄디즘 대두 이전 이후에 남성 패션트렌드가 부각되는 시대들이 계속 등장하는데 말이다. 아무튼 트렌디하고 잘 꾸미는 남성들에게 우리는 흔히 ‘댄디하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정확히 ‘댄디’와 ‘댄디즘’이 무엇인지 알고 쓰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워낙 ‘댄디’란 단어를 패션지에서 즐겨 쓰기 때문에 ‘댄디’하면 패션에 국한해 생각하기 쉬운데 <멋쟁이 남자들의 이야기 댄디즘>의 문제의식은 좀 더 광범위하다. ‘댄디즘’이 1990년대 이후 우리 문학과 사회 전반을 설명하는 개념 중 하나인데 이는 ‘댄디즘’ 개념에 대한 몰이해의 소산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지금에라도 ‘댄디’의 기원을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댄디의 원조인 조지 브러멀을 주인공으로 댄디즘과 당시 사회를 분석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개념을 세운다. 그런데 책 구성의 모양새가 독특하다. 1차적인 이 책의 정체성은 쥘 바르베 도르비이의 연구서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의 번역서라는 것이다. 그런데 책 제목이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이 아닌 것은 책의 내용이 그게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1:1:2.5 정도의 비중으로 미술사학자 이주은의 당대의 미술작품을 통해 본 댄디즘 분석(제1부. 10가지 키워드로 보는 댄디의 초상),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의 역자이자 국내 최초 프랑스 댄디 연구자 고봉만의 댄디즘 분석(제2부. 무례한 댄디의 내면에 대하여)이 <(제3부.)댄디즘과 조지 브러멀> 앞에 실려 있다. 출판사의 표현처럼 새로운 방식의 원전 읽기라고 볼 수도 있고, 댄디즘을 주제로 한 세 저자(김주은, 고봉만, 쥘 바르베 도르비이)의 삼색강의라고도 볼 수 있다. 댄디즘은 조지 브러멀을 필두로 19세기 영국 상류 귀족계급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타인과 구별되는 독특하면서도 사치스러운 복식과 생활방식이 시초고 프랑스로 넘어가 사상화된다.

 

미술사학자 이주은은 댄디의 특징으로 엄격함(순백색 셔츠와 한정된 장식품), 관능(몸에 딱 붙는 옷), 자연스러움(연출하지 않는 연출), 경계인(귀족과 부르주아 사이의 반항아), 신비주의(베일에 싸인 인물), 무관심(교양 없는 세상 견디기), 고립(의식 있는 인간의 선택), 자유(낭만주의적인 영혼), 인공미(실재보다 허구), 옴 파탈(양성성과 악취미) 10가지를 든다. 리스트, 몽테스키우, 보들레르, 바이런, 모네, 오스카와일드 등이 대표적인 댄디이다. 당대의 댄디들의 패션과 행태, 시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명화들이 이주은의 깔끔하고 명쾌한 설명과 함께 실려 있다. 고봉만은 댄디의 세 가지 추구점으로 예측불가능, 아름다움, 독립성을 들며 핵심적 특성은 냉정함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바르베를 댄디즘 이론의 구축자로 들면서 바르베의 댄디즘이 브러멀을 신화화, 추상화하였다고 분석한다. 댄디즘에 대한 해설을 한 거의 모든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바르베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래서 댄디즘의 원조인 브러멀만큼 바르베가 중요하다는 게 고봉만의 생각이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가장 뒤에 실린, 이 책의 출발인 원전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이다. 바르베 자신도 댄디였으며 브러멜 워너비였다. 작가이자 평론가였던 그는 브러멀 사후 5년에 발표한 이 글을 통해 브러멀을 댄디의 화신으로 만들었다. 그가 드는 댄디의 핵심적 특성은 허영심이다. 그리고 영국에서만 진정으로 가능한 문화적 코드로 규정한다. 바르베의 이 같은 분석이 없었으면 브러멀은 단순히 나비넥타이를 창조한 당대 멋쟁이에 불과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출신성분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사교성과 매력으로 왕의 친구이자 왕보다 더 유명한 인사까지 올랐던 걸 보면 난 인물임엔 틀림없지만, 바르베가 없었다면 프랑스에 댄디즘이 뿌리내리지도, 댄디즘이 유행 그 이상이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길지 않은 분량에도 주석이 상당한 것이 인상 깊고, 그에 덧붙인 역자의 주석 내용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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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질문 - What is Your Wish?
오나리 유코 글.그림, 김미대 옮김 / 북극곰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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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질문] 사랑을 믿는 이를 위한 솜사탕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때로는 얼굴이 빨개지도록 쑥스러운 한마디를

때로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한마디를

건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연한 만남에 감사하며

- 작가의 말 中

 

아내: 내가 커다란 나무로 변한 거야.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할 거야?

남편: 음...그렇다면 이 집을 팔고 그 나무 옆에 텐트를 치고 살 거야.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는 옷을 가지마다 걸어줄게. 내가 나무는 좀 타는 편이잖아.

 

남편: 당신은 내가 갑자기 아기로 변하면 어떻게 할 건데?

아내: 그럼 아기를 위해 새 아빠가 필요하지 않을까?

남편: 뭐? 나는 엄마만 있어도 훌륭하게 자라나는 아기거든!

 

 

엄밀히 말하면 신간이 아니다. 발표된 지 15년이 지난 동화이고, 국내 번역도 이번이 세 번째이다(단, 앞선 두 출간은 같은 출판사이다. 99개의풍선=프로메테우스). 페이지 수도 거의 없고, 삽화도 글도 단순하다. 그럼에도 꾸준히 작가와 작품의 팬이 있고, 그래서 절판되어도 금세 다른 출판사에서 재출간하는 데엔 분명 이유가 있다.

 

흔히 남자의 대답은 논리와 해결이고 여자의 대답은 공감과 위로라 말한다. 쓰는 언어가 달라 듣고픈 말도 다르고, 그래서 극복할 수 없는 소통불능이 있고 대개 헤어짐으로 사랑이 종말한단다. 그런 관점에서 오나리 유코의 <행복한 질문>은 전적으로 여성향의 동화이다. 아내가 곰, 벌레, 고양이가 되어도 아무렇지 않게 대하겠다는 남편은 쓰잘머리 없는 시시콜콜하고 엉뚱한 질문에 성실하게 꼬박꼬박 답한다. 삽화 속 아내의 얼굴조차 볼이 발그레해질만한 겸연쩍은 멘트로, 연인도 아니고 부부 사이에 말이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여자만 누릴 수 있는 상황이고 여자의 판타지만을 충족시키는 동화일까.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네가 될 수 없기에. 그러나 그와 동시에 우리가 사랑하며 깨닫는 것은 같은 인간이라는 인류애적 감정이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마음 뒤로 측은함과 애틋함이 싹튼다. 해결도 위로도 모두에게 필요하다. 그래서 만나고, 사랑하고, 살고, 이성애와 동성애의 모양새(본질)가 같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고, 같이 먹고 놀고 싶고, 만지고 싶고, 상대의 감정을 확인하고 싶다. 함께 있어서 충만하고 행복할 때도 있지만, 함께 있어도 외롭고 불안할 때도 있다. 오나리 유코의 <행복한 질문>을 읽으며 확신이 선 생각은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랑해서 표현하는 것이지만 표현할수록 마법처럼 마음이 커진다. 짝에게 더 다가가고 짝을 더 알려면, 나를 드러내고 많이 대화해야 한다.

 

 

오나리 유코는 <행복한 질문>에는 ‘당신의 소망은 무엇인가요?’와 ‘소소한 물음에 대답하기’라는 부제가 붙였다. 주인공은 유쾌하고 귀여운 개 부부이다. 눈 마주치기를 멈추지 않고, 음식을 나눠 먹고, 똑같이 행동하고, 한 침대를 쓰며 시간과 꿈을 공유한다. 헤어진 연인이라도, 권태에 빠진 부부라도 사랑했다면 겪었던 순간들, 예외는 없다. 사랑의 결실을 맺은 부부, 한창 열애 중인 연인, 사랑을 기다리는 싱글-사랑을 믿는 모든 이를 위한 솜사탕 동화, 포근하고 달콤하다. 모든 사랑의 인연은 우연이고 기적이다. 서로 사랑하면서 함께 성장한다. 그래서 결말이 어떻든 고맙지 않은 사랑은 없다. <행복한 질문>은 사랑의 이 소소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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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니체 - 고병권과 함께 니체의 <서광>을 읽다
고병권 지음, 노순택 사진 / 천년의상상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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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니체] 심연에서 만나는 빛

니체 철학의 핵심어는 서광이다?

고병권의 <서광(아침놀)> 읽기, 언더그라운더 니체를 만나다

 

 

 

언더그라운드, 모든 근거가 몰락하는 곳, 근거들의 근거 없음이 드러나는 곳, 그러나 어떤 근거도 그 위에서 세워질 수 없는 곳

- 작가 서문

 

아직 빛을 바라지 않은 수많은 서광이 있다.

- <리그베다> (<서광(아침놀)>의 제사)

 

나는 아무도 할 수 없고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시도했다. 나는 깊은 곳으로 내려갔고, 바닥에 구멍을 뚫었으며, 우리 철학자들이 수천 년 동안 신봉해온 낡은 신념을 조사하고 파고들기 시작했다. 철학자들은 이 신념이 가장 확실한 지반인 것처럼 그 위에 철학을 세우곤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위에 세워진 모든 건축물은 거듭 붕괴되었다. 나는 도덕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 니체 <서광(아침놀)> 서문

 

 

 <서광(아침놀)>은 니체 철학의 전환기의 저작이자 고통으로 배태된 아이다. 교수직을 그만 두고 파괴와 결별의 사유에 몰두하는 시기, 후에 죽을 뻔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발작과 구토, 편두통이 반복하는 최악의 건강 상태에서 썼다. 5년이 지나서야 서문을 붙였다. 그러나 니체는 “무서운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은 자신의 상태에서 섬뜩할 정도로 냉정하게 세계를 볼 수 있다.”고 고통을 긍정했으며 이 시기의 끔찍하고 치열한 고뇌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역작을 낳는 토대가 된다. 심연으로 치닫는 니체의 지하 탐사, 지금 우리에게도 의미가 될까.

 <서광(아침놀)>은 니체 철학의 전환기의 저작이자 고통으로 배태된 아이다. 교수직을 그만 두고 파괴와 결별의 사유에 몰두하는 시기, 후에 죽을 뻔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발작과 구토, 편두통이 반복하는 최악의 건강 상태에서 썼다. 5년이 지나서야 서문을 붙였다. 그러나 니체는 “무서운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은 자신의 상태에서 섬뜩할 정도로 냉정하게 세계를 볼 수 있다.”고 고통을 긍정했으며 이 시기의 끔찍하고 치열한 고뇌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역작을 낳는 토대가 된다. 심연으로 치닫는 니체의 지하 탐사, 지금 우리에게도 의미가 될까.

<서광(아침놀)>은 니체 철학의 전환기의 저작이자 고통으로 배태된 아이다. 교수직을 그만 두고 파괴와 결별의 사유에 몰두하는 시기, 후에 죽을 뻔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발작과 구토, 편두통이 반복하는 최악의 건강 상태에서 썼다. 5년이 지나서야 서문을 붙였다. 그러나 니체는 “무서운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은 자신의 상태에서 섬뜩할 정도로 냉정하게 세계를 볼 수 있다.”고 고통을 긍정했으며 이 시기의 끔찍하고 치열한 고뇌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역작을 낳는 토대가 된다. 심연으로 치닫는 니체의 지하 탐사, 지금 우리에게도 의미가 될까.

 <서광(아침놀)>은 니체 철학의 전환기의 저작이자 고통으로 배태된 아이다. 교수직을 그만 두고 파괴와 결별의 사유에 몰두하는 시기, 후에 죽을 뻔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발작과 구토, 편두통이 반복하는 최악의 건강 상태에서 썼다. 5년이 지나서야 서문을 붙였다. 그러나 니체는 “무서운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은 자신의 상태에서 섬뜩할 정도로 냉정하게 세계를 볼 수 있다.”고 고통을 긍정했으며 이 시기의 끔찍하고 치열한 고뇌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역작을 낳는 토대가 된다. 심연으로 치닫는 니체의 지하 탐사, 지금 우리에게도 의미가 될까.

 

 <서광(아침놀)>은 니체 철학의 전환기의 저작이자 고통으로 배태된 아이다. 교수직을 그만 두고 파괴와 결별의 사유에 몰두하는 시기, 후에 죽을 뻔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발작과 구토, 편두통이 반복하는 최악의 건강 상태에서 썼다. 5년이 지나서야 서문을 붙였다. 그러나 니체는 “무서운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은 자신의 상태에서 섬뜩할 정도로 냉정하게 세계를 볼 수 있다.”고 고통을 긍정했으며 이 시기의 끔찍하고 치열한 고뇌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역작을 낳는 토대가 된다. 심연으로 치닫는 니체의 지하 탐사, 지금 우리에게도 의미가 될까.

 

철학은 멀리 있는 학문이 아니다. 무엇을 배우고 생각하든, 철학이 엉켜 있다. 니체는 적어도 인문사회전공자는 피할 수 없는 기본 철학자이다. 수많은 학자()들과 비평가들이 니체에 매료되고 그를 인용하고 그의 관점에서 글을 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니체의 철학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너무 어렵다. 심지어 그런 이들을 대상으로 쉽게 쓴 니체 관련 서적조차 오독으로 점철된 경우가 허다하다. 니체가 내게 너무 멀지만 꼭 알고픈 당신인 독자에게 그의 저작들을 바르게읽을 힘을 기르게 해줄 니체 내비게이터는 긴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수유너머R의 고병권(필명:고추장)은 주목할 만한 저자이다. 사회학자지만 석사논문을 니체를 주제로 썼던 그는 두 권의 책 <니체 천개의 눈 천개의 길(2001/소명출판)><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03/그린비)> 각종 강의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니체 전도사로 활동해왔다. 무려 11년 만에 선보이는 그의 세 번째 니체 책, 이번 주제는 <서광(아침놀)>이다. 수유너머R에서 진행한 <서광(아침놀)> 강독 원고를 정리해 출간하였다.

 

 

<서광(1983/청하)><아침놀(2009/책세상>이란 제목으로 번역된 <Morgenröthe모르겐로떼(1881)>는 니체 저서 중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덜 알려진 책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이 니체 철학의 핵심과 정체성을 대표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도덕의 계보><선악의 저편> 등과 같은 대표작을 젖혀두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다음으로 <서광(아침놀)>을 해설하였다. <Morgenröthe>의 해석을 <서광(曙光)>으로 고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서광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에야 날개를 편다(헤겔 <법철학> 서문 )”로 대표되는 헤겔의 철학하는 시간과 정반대인 니체의 철학하는 시간이다. 헤겔과 달리 니체가 생각한 철학은 일을 시작하는 새벽의 사유이며 저녁은 피로가 몰려오는 마무리 시간에 불과하다. 밤을 지나 새벽으로, 어둠을 몰아내는 찬란한 아침을 여는 빛, ‘아침놀이나 여명보다는 서광이다.

 

 

니체의 <서광(아침놀)>은 다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권당 백여 개의 아포리즘이 있는데 묶인 기준을 알 수 없다. 니체의 철학은 가치 일반에 대한 비판적 활동(p.17)이다. 우리가 보는 기호와 현상은 이미 해석된 것이다. 저자는 이런 니체의 관점에서 <서광(아침놀)>의 전 아포리즘을 해체하고 재구성하고 해석한다. 그리하여 니체의 방법론, 심리학, 사회학과 정치학 , 예술론, 철학 다섯 주제로 <서광(아침놀)>을 해설하였다. 그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는 언더그라운드이다. <서광(아침놀)>의 서문에서 니체는 뚫고 들어가고 밑을 파고들며 뒤집어엎는, 지하에서 작업하고 있는, 지하의 인간(unterirdischen)’ 개념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이 할 도덕에 대한 투쟁법임을 밝힌다. 심연을 파고들어야 만나는 빛, 모든 편견이 사라질 때 보이는 진리, <언더그라운드 니체>는 니체의 언더그라운더식 사유로 <서광(아침놀)>과 니체를 읽고자 한다.

 

 

니체의 철학은 철학의 외부를 통해 철학을 이해하는 우회의 철학이다. 니체의 문장은 문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들고, 그의 사유는 심리학자, 자연학자, 생리학자(의사), 계보학자의 외양을 지나 문헌학자의 면모로 귀결된다. 그래서 <서광(아침놀)> 500여개의 아포리즘을 살피는 것은 즐겁다. 그 황홀한 시간에 빠져드는 데, 고병권은 풍부한 인용과 주석으로 가득한 해설을 통해 친절한 도우미 역할을 한다. 니체의 방법론을 다룬 2장 수치스러운 기원은 니체의 도덕에 대한 계보학적 접근과 기독교 비판을 소개하며 그의 해설의 기술을 보여준다. 심리학을 다룬 3장 우리 자신에 대한 오독은 인간의 도덕적 행위에 대한 니체의 심리적 가설을 담았다. 근대 정치와 사회, 문화에 대한 니체의 비판을 담은 4장 탈주함으로써 도래하는 것에선 그리스인과 비교하며 근대와 독일에 대한 니체의 신랄한 비판을 엿볼 수 있다.

 

 

 

 

5장 배우의 철학은 저자가 편의상 예술론이란 주제로 명명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특정 주제로 묶기 힘든 <서광(아침놀)>의 나머지 아포리즘들을 다루는 장에 가까운데 저자는 니체가 쓴 배우’, ‘연극과 같은 단어에서 실마리를 얻어 니체가 기술했던 우리 삶의 연극적 특징들, 즉 타인을 대하는 자아(에고)의 문제로 이야기를 엮어보았다. 니체와 철학을 다룬 1장 지하에서 작업하고 있는 사람6장 정신의 비행사는 샴쌍둥이와 같은 장으로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한 니체의 언더그라운드, 지하의 인간(unterirdischen)’의미가 마지막에 등장한다. <언더그라운드 니체>의 모티브는 등급이란 제목이 붙은 446절 아포리즘이다. 니체는 사상가들을 피상적인 사상가(표면), 심오한 사상가(심층), 철저한 사상가(근거, 바닥), 머리에 진흙을 처박는 지하의 사상가(지하)로 위계 지었는데(p.210) 마지막 지하의 사상가사랑스러운 지하인들로 표현하며 강조하였다. (사유가) 바닥을 뚫고 들어갈 때 비로소 근거들의 무근거성에 도달하며 깊이 자체를 전복하며 자유로워진다.

 

 

220여 쪽의 <언더그라운드 니체>는 독특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해설자인 동시에 독자이다. 니체와 <서광(아침놀)>을 단정하기보다 읽어나가는 과정의 모양새로 서술했다. 니체의 지하의 인간을 깨닫기 위해 지하의 인간의 방식으로 뚫고 들어가고 파내며 밑을 파고들며 뒤집어엎는 방식으로 <서광(아침놀)>을 읽어냈다. 또한 니체의 아포리즘을 해체·해석·재구성해 내놓은 저자의 결과물 역시 일종의 아포리즘인 것처럼 비교적 짧은 분량에 굵직굵직한 주제로 전개했다. 몇 년 째 언더그라운드란 단어가 저자의 사유를 지배해서일까, <언더그라운드 니체>는 단순한 <서광(아침놀)> 해설서가 아닌 이 책에 대한 오마주 자체로 보일 만큼 서로 닮았다. <언더그라운드 니체>는 결코 쉽고 명쾌하지 않다. 저자가 본문에서 인용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의 한 문장이 이 책을 읽는 열쇠이자 주의사항일 듯하다. “가장 나쁜 독자들은 약탈하는 군인과 같이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는 꺼내고, 나머지는 더럽히고 엉클어버리며 전체를 비방한다.” 독자 역시 뚫고 들어가며 읽어야 할 이유이다.

* 이 책의 또다른 재미 : 일곱장의 사진과 한 니체와 여섯 고병권

<언더그라운드 니체>에는 7장의 사진이 실려 있다. 출판사에서 저자의 글과 언더그라운드 개념에 잘 어울리는 한국의 사진 작품을 찾은 끝에 우리 시대 낮은 곳들을 포착한 노순택 사진작가의 일곱 사진이 실렸다. 서문과 여섯개의 본문 앞마다 실려 일곱 장이다. 사진과 병기된 글은 니체의 <서광(아침놀> 서문 인용 하나와 저자가 <서광(아침놀>에 영감을 받고 쓴 아포리즘 여섯이다.

* 1쇄 교열 상태 per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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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25일 강의 모두 신청합니다. 로쟈님의 <19세기 러시아 문학강의> 현재 읽고 있고 근간할 20세기책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다른 곳에서 하는 로쟈님 러시아문학강의 놓쳐 무척 아쉬어했는데 현암사에서 직접 기획한 강의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러시아문학 입문에 큰 도움 얻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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