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해방 - 개정완역판
피터 싱어 지음, 김성한 옮김 / 연암서가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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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nimal Liberation(1975;미국)

연암서가의 2012년판 개정완역본은 2009년에 출간된 <동물해방> 4판의 번역이다.

 

 

 

[동물해방] 생동하는 혁명서 : 모든 동물의 해방과 안녕을 기다리며

 

 

 

 

 

 

동물 해방 운동은 현대의 여러 사회 운동들 중에서 강단 철학권 내에서의 토론과 연결되어 성립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인간 아닌 동물들의 지위를 고찰하면서 철학계에서는 자체적인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났다. 즉 철학은 동물의 지위 문제를 검토함으로써 기존의 도그마를 편안히 따르길 포기하고, 고대 소크라테스의 역할로 되돌아가게 되었던 것이다.

- p.409

 

"여성도 권리가 있고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면 짐승에게도 그래야 한다." <동물해방>은 1792년에 있었던 이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시작한다. 이는 짐승을 위하는 게 아니라 인간(남성) 우위 관점에서 여성과 짐승을 동일한 지위로 놓고 비하·차별하는 발언이었다. 18세기 말 시작한 여성 해방론은 19세기 중반 흑인 차별 문제가 더해지며 발전한다. 그러나 대중 일반에 이러한 운동이 인지되고 실질적 성과가 나오는 것은 20세기에 이르러서이다. 여성의 권리나 흑인의 권리에 대한 법은 동물의 권리에 대한 법보다 훨씬 나중에 나온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화’에 대한 고민과 차별에 대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같은 동물이면서 다른 동물보다 우위에 있는 ‘만물의 영장’이란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피터 싱어의 말처럼 "대부분의 인간들은 종차별주의자(p.39)"이다.

 

 

종차별주의는 능력적 우월성을 기준으로 종 간 우위와 열위를 나눌 수 있으며 마땅히 우월한 종은 다른 종과 차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가장 우월한 종은 당연히 인간이며, 그래서 인간중심적 패러다임을 정당화한다. 종차별주의는 인간과 짐승을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우월 정도에 따라 차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발전하고, 우월의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지능·장애·성별·인종 등 또 다른 차별을 낳는다. 피터 싱어는 이러한 종차별주의에 반대하며 “동물 해방은 곧 인간해방(p.23)”이란 입장에서 논지를 전개한다. 1975년 <동물해방>이 등장하기 전까지 ‘동물해방’이란 개념은 없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오늘날 동물해방운동이 시작되었다. 재밌는 것은 흔히 동물운동가들이 보이는 연민이나 애정의 정서가 피터 싱어에겐 전혀 없다는 것이다. 철저히 철학적이다.

 

 

평등은 도덕적 개념이지 사실에 관한 단언이 아니다. (...) 인간 평등의 원리는 인간이 실질적으로 평등하다(이는 근거가 없다)는 사실에 대한 기술이 아니다. 이러한 원리는 우리가 인간을 어떻게 처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이다. 도덕 철학의 한 학파인 개혁적 공리주의의 창시자인 제러미 벤담은 "모든 사람은 각각 한 명을 간주되어야 하고, 아무도 그 이상으로 간주될 수 없다"는 정식을 이용하여 도덕적 평등의 핵심적 토대를 자신의 윤리학 체계 속에 편입시켰다. 달리 말하자면 어떤 행위로 인해 영향을 받는 모든 개별 존재들의 이익은 다른 존재들의 이익과 다를 바 없이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또한 동일한 비중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 p.33

 

“문제는 그들이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또한 그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가도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이다.” 벤담은 동물의 처지를 흑인 노예의 처지와 비교하면서, 그리고 “빼앗겨서는 안 되었지만 폭정의 손에 빼앗긴 권리를 여타의 동물들이 다시 획득할” 날을 기대하면서 ‘인간의 지배’를 합당한 정치라기보다는 폭정이라고 비판한 최초의 사상가였다. pp.346~347

많은 철학자들과 저술가들이 이익 동등을 기본적인 도덕원리로 내세웠으나 벤담 등 일부만이 그것이 우리 자신 외의 다른 종에게도 적용된다고 고려하였다(p.36). 피터싱어의 철학은 벤담의 공리주의에 큰 영향을 받았다. 동물해방론 역시 벤담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벤담은 이익을 갖고 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존재의 요건으로 쾌고능력을 꼽았다. 쾌고능력은 행동, 신경계의 특징, 진화적 유용성 세 가지 측면에서 입증할 수 있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쾌고능력이 있다(1장, 6장). 그래서 쾌고능력이 없는 식물은 해방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유전자 조작이나 과다 농약화학비료 사용 등은 식물 학대나 착취가 아니며, 식물은 어떤 죄의식도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다. 피터 싱어는 ‘종차별의 반대’가 ‘모든 생명이 동등한 가치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하나 분명히 할 것은 ‘동물해방’이란 개념의 중의적 의미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간의 종차별주의의 희생양인 ‘동물(Animal)’은 ‘인간을 제외한 동물’이다. 그러나 동물(Animal)이 아닌 짐승(Beast) 등의 대체어를 쓸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은 것은, 결국 인간도 동물이며 그래서 동물해방과 인간해방을 떼려야 뗄 수 없음을 동시에 강조하기 위함이다. 인간의 종차별주의가 동물에 가하는 대표적 착취영역으로 피터 싱어는 각종 동물실험과 공장식 축산을 든다(2장, 3장). 참고는 가능하더라도 이종의 반응을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굳이 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생명에 치명적인 것을 알 수 있으면서도 필요 이상의 동물실험을 너무나 무감각하게 행하고 있다. 모든 도살행위가 기본적으로 반인도적이지만,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에 입각해 운영되는 공장식 축산과 육류 생산과 소비를 끝없이 증가시키는 거대 식품산업은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환경에 있어서도 큰 문제이다.

 

작금의 현실에 반대하기 위해 모든 동물 실험이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직접적이면서 긴급한 목적에 필요하지 않은 실험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여타 연구 분야에서는 가능한 언제이건 동물 실험을 대체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p.87

 

독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한 종에서 확인되는 사실로부터 다른 종에 대한 사실을 추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모험이라고 생각해 왔다. - p.114

 

축산 잡지는 동물의 고통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물론 동물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관행을 피하라는 기사가 간혹 실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권고하는 이유는 동물들이 고통을 겪을 경우 체중 증가율이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농장주들에게 가축을 도축장으로 끌고 갈 때 가급적 살살 다루라는 충고를 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상처가 난 고기의 가격이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p.177

횡포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그러한 횡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p.317). <동물해방>에서도 종차별주의의 역사를 서술하는 데 많은 부분은 할애한다(5장). 구약성경-고대 그리스-아우구스투스-토마스 아퀴나스-르네상스(인간중심주의)-계몽주의시대-현대로 이어지는 , 2000년 이상 지속되어 온 동물에 대한 서구의 사유는 인간이 동물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 데카르트는 동물들이 자동기계라고 주장한 최초의 사람이었다(p.41). 이러한 서구의 사유가 오늘날 대부분의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사유 방식이 되었음(p.318)을 피터 싱어는 대단히 유감스럽게 여긴다. 적어도 동물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는 동양이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나마 서양에서 긍정적인 사상가로는 가톨릭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간 외 생물들의 복리에 관심을 가졌던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가 있다. 그러나 모든 생물에 대한 사랑과 연민에 기반을 두고 동식물과 생물·무생물을 구별하지 않는 그의 사상은 논리적 모순에 빠진다는 점에서 피터 싱어는 비판한다.

 

 

피터 싱어는 “사유 없는 실천은 맹목하고 실천 없는 사유는 공허하다.”는 칸트의 말을 삶으로 몸소 보여주는 철학자이다. 흔히 실천윤리학으로 표현하는 피터 싱어 철학의 준칙은 ‘사상과 행위가 불일치하는 논리적 모순에 빠진 삶을 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동물해방론은 채식주의로 귀결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인간 아닌 동물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식사 시간에 이루어진다(p.173). 어릴 때부터 육식을 하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두 가지 상반된 태도를 동시에 갖게 되는데 대부분 그 모순에 대해 갈등하지 않는다. 적어도 잡식동물의 딜레마(동물이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이 먹는)를 인지할 수 있다면 논리적이고 도덕적인 삶을 위해 쾌고능력이 없는 식물만을 먹는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피터 싱어가 주장한다. 대량축산이 야기하는 환경오염 문제와 단백질 등 영양분 생산효율성을 고려했을 때도 채식주의가 바람직하며, 한걸음 더 나아가 비건만을 인정한다. 피터 싱어는 100% 식물성 음식 섭취로도 충분히 모든 필요 영양소를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동물을 죽이는 것은 그 자체가 마음이 괴로워지는 행위다. 만약 우리 손으로 먹을 동물을 직접 죽여야 한다면 우리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 p.264

 

우리는 “동물을 먹는 것을 옳다고 말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가”라고 물어서는 안 되고, “이 고기를 먹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고 자문해 보아야 한다. -p.279

 

인간이 먹는 1파운드의 동물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해 송아지가 먹는 단백질은 무려 21파운드이다. 1에이커의 땅에서 콩을 재배하면 300에서 500파운드의 단백질을 얻지만 가축을 키우면 40에서 55파운드의 단백질만 얻는다. (p.287)

 

가축에서 온 고기를 식물성 음식으로 대체한다.

구할 수만 있다면 공장식 농장에서 온 계란을 방사한 닭의 계란으로 대체한다.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계란을 먹지 말라.

우유와 치즈를 두유, 두부 또는 다른 식물성 식품으로 대체하라.

하지만 유제품이 들어 있는 모든 음식을 피하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상세히 알아보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 p.305

 채식주의자가 소수이고 채식주의와 그 장점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전에 그 단점과 고민부터 부각하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잘 못 느끼지만, 사실 채식주의는 대단히 급진적인 사상이다. 채식주의가 적게는 다섯에서 많게는 열 개 이상까지 종류가 나뉘고, 가끔씩 채식주의자와 그 자녀의 영양실조나 사망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피터 싱어 역시 모든 사람들이 식습관에서 종차별주의적 요소를 일시에 제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인정한다. 대신 문제의식을 갖고 그가 제시하는 지침들을 하나씩 실천해보려고 노력하고 그 생각을 남들과 공유하려고 한다면 동물해방운동에 동참한 것이라고 본다. 책에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육류의 통소비 같은 것들이 잡식주의를 버리지 못하는 일반 대중들이 고려해볼 수 있는 예이다. 피터 싱어는 그 스스로 대중들을 설득하기 위해 풍부한 사례와 읽을거리를 소개하며 본문을 썼다.

 

<동물해방>이 흥미로운 것은 동물해방운동의 효시인 동시에 끝없이 생동하는 혁명서라는 점이다. 책 스스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1975년 첫 출간 이후 1990년, 2002년 그리고 이번 2009년판까지 3번 개정하였고, 그가 살아 있는 한 또 다른 개정판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그는 지난 30여 년간 주기적인 개정을 통해 이전 판들 동물 해방 문제에 있어 학계 및 관련 산업의 변화와 연구 성과들을 추가해왔다. 2009년판이 이전 개정판과 다른 점은 그에서 더 나아가 주장도 한 가지 수정했다는 것이다. ‘인간이 고기를 먹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더 많은 가축이 태어날 수 있는 것이 축복’이라는 주장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하는 입장에서 고민하는 입장으로 생각을 바꿨다. 어떤 결론을 내릴지, 또 어떤 새로운 사유들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한편 그의 저서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발전하는 그의 사유의 총체를 반영하는데 <동물해방>의 문제의식의 경우 <죽음의 밥상>이나 <사회생물학과 윤리>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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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19세기 - 푸슈킨에서 체호프까지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이현우 지음, 조성민 그림 / 현암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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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러시아 문학강의 19세기]

푸슈킨에서 체호프까지

로쟈가 안내하는 러시아 문학의 찬란한 태동기

 

 

 

1000년이 다 되도록 문학이 제대로 없던 나라가 있었다. 심지어 모국어조차 제대로 발달되지 못했다. 19세기 근대를 열 당시 이 나라의 문맹률은 95%에 달했고, 지배계급의 제1언어는 프랑스어였고 독일어나 영어를 제2언어로 사용하였다. 그런 나라에서 1820년대 기라성 같은 세 작가가 나타나 문학의 토양을 닦았고, 그 다음 세대의 작가 두 명은 세계 최고의 소설가들이었다. 그리고 문학이 사회를 견인하고 당대 철학과 사상을 담당한다. 이 나라는 러시아다. 러시아 문학은 방대한 양과 본명·애칭·부칭·약칭 정신 차릴 수 없이 복잡한 인물 이름의 세계 때문에 처음 놀라고, 이 독특한 문학사 때문에 또 한 번 놀란다. 짧은 역사와 더 짧은 문학사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처음 서구 문학이 유입될 때 압도적으로 많이 읽힌 것이 러시아 문학이었다고 한다. 대표적 사례로 1920년대에 가장 많이 읽힌 3대 작가가 이광수, 톨스토이, 투르게네프였던 것을 들 수 있다. 다만 소련 공산화로 인해 단절기가 길어서 낯설어졌던 것일 뿐이다. 로쟈는 이를 역사적·정서적 유사성 때문으로 분석한다.

 

 

로쟈(이현우)는 북로거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독서광이자 유명한 인터넷 서평꾼이다. 막상 그의 전공은 러시아 문학으로 대학 출강도 하고 일반교양 특강도 많이 했는데 전공 책을 낸 게 거의 없어 항상 궁금하고 기다려왔었다. 드디어 올해 19세기와 20세기 두 권으로 나눈 러시아 문학 강의서가 나왔다(후자는 근간). 다룬 작품들과 설명 내용은 다른 많은 강의에서 이미 했던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책 구성은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진행했던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따왔다. 19세기와 20세기로 나눈 후 각 8강씩 강의하는데, 각 세기별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고 대표작가 일곱 명을 소개하고 그들의 대표작을 해설하였다. 사진과 그림을 포함하여 권당 300쪽 내외로 편집하였으나 책을 읽으면 1000분 넘어가는 8강 강의를 굳이 들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대화체에 강의와 거의 똑같은 내용으로 서술하였다.

 

같은 포맷의 강의가 2009년과 2010년 아트앤스터디에서 <로쟈의 러시아 문학기행>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적도 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시리즈가 다루는 두 세기 16명의 작가와 대표작과 관련해선 강의록이 완성형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고, 부정적으로 보면 수업 연구가 거의 없는 강사로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출간 후 있었던 관련 현장 강의를 들어보면 강의록과 강의가 책의 내용과 다른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거의 같다. 해당 작가와 작품을 전혀 모르는 독자도 이해할 수준의 일반인 대상 교양 강의가 다룰 수 있는 범위의 한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19세기>가 다루는 작가는 19세기 초 러시아 근대 문학을 태동시킨 세 작가 푸슈킨, 레르몬토프, 고골과 19세기 중후반 러시아 사실주의를 이끈 대표적 세 작가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를 다루고 마지막으로 19세기와 20세기의 경계에서 19세기 문학을 마감하는 체호프를 언급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시리즈는 소설 중심의 러시아 문학사책이다.

 

 

푸슈킨 전에 러시아 문학이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도 영향 받은 카람진 같은 선배 작가가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 근대 문학 시대가 열리는 동시에 러시아에 문학다운 문학이 비로소 시작하는 것은 푸슈킨부터다. 러시아 최초의 전업 작가라는 점부터가 근대적이다. 푸슈킨은 ‘푸슈킨 공동체’로 표현할 수 있는 근현대 러시아 문화의 정체성 그 자체이다. 전 국민이 그의 작품을 읽고, 작가들은 자신을 정의할 때 어떻게든 푸슈킨과 엮으려 한다. 레르몬토프는 러시아 문학사상 처음으로 근대적 주인공을 만들었고, 우크라이나 촌놈 고골은 러시아인이라서 가능한 기상천외한 발상과 장기를 보인다. 시로 쓴 소설 <예브게닌 오네긴>, 오늘날에 봐도 현대적이고 매력적인 페초린이 있는 <우리 시대의 영웅>, <페테르부르크 이야기>를 통해 본 고골의 9급공무원·음식·속물에 대한 집착적 애정, 책 초반부터 매력적인 작가들과 작품들의 향연이다.

 

투르게네프의 <첫사랑>과 <아버지와 아들>은 그의 대표작인 동시에 자전적인 소설이란 점에서 인상 깊고 평생 반사회참여적 태도로 일관했음에도 후자 같은 작품을 썼다는 게 놀랍다. 더 놀라운 것은 러시아 문학 최고 인텔리임과 동시에 가장 희한한 사생활을 가진 ‘이상한 투르게네프’였다는 점이다. 러시아 문학의 양대 산맥이자 세계 최고의 두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와 관련된 장은 단연 이 책의 하이라이트이다. 두 장을 넘나들면서 성격, 삶의 모습, 사상 모두 정반대의 작가와 작품을 비교하고 있노라면 재밌으면서 어떻게 이런 인물 둘이 혜성처럼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 등장했는지 기가 막힌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미완성 작이자 도스토예프스키의 마지막 작품으로서 최대 작이란 점도, 수많은 소설을 썼음에도 사실상 문학적 미학성을 인정할만한 톨스토이 작품은 <안나 카레니나>와 <전쟁과 평화>밖에 없다는(굳이 더 따지면 초기작 포함) 사실도 흥미롭다. 동시대인임에도 체호프와 고리키의 문학은 세기적 간극이 있고 황혼의 달관을 담은 유머를 추구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상식과 교양은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19세기>도 어떤 독자에겐 어떤 영감과 흥미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가벼운 책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러시아 문학을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도 모르겠거나, 관심은 있어 매번 읽어봐야지 하면서 포기했던 초보 러시아문학 독자에겐 이만한 든든하고 훌륭한 이정표 역할을 하는 안내서도 없다. 그만큼 로쟈의 문장은 쉽다. 어려운 주제를 어렵게 쓰는 것은 결코 잘 쓰는 것이 아니다. 누가 읽어도 러시아 문학의 큰 얼개를 파악하고 어떤 작품들을 읽을지 갈피를 잡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시중에 지금까지 일반인을 대상으로(특히 우리 한국 독자에게 맞춘) 러시아 문학 입문서가 없었다는 점에서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19세기>는 잘 쓴 책이다. 벼락 맞듯 어느 날 갑자기 찬란하게 태동했던 19세기의 러시아 문학은 20세기, 문학의 무덤인 사회주의를 만나 급격히 침몰한다. 더러는 숨고, 더러는 있어도 없는 자식 취급 받고, 더러는 타협하고, 더러는 가출하면서 반짝이는 존재감을 과시하는 작품들이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20세기>에서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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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의 역사
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 지음, 하정희 옮김 / 예지(Wisdom)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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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의 역사] 실체 없는 타자 증오의 근원을 찾아서

인간이 인간을 차별하는 모순의 민낯을 마주보기 위한 역사적 탐구이자

그 반인도적 범죄의 상속자이자 행위자인 서양의 통렬한 자기반성적 기록

인종차별주의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 마음 안의 그 괴물을 반드시 지워야 한다

 

 

 

 

인종차별주의자, 그들은 타인을 미워한다. 그 타인들의 행위(또는 한 개인으로서 그들이 과거에 했던 행위)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존재 그 자체 (또는 인종차별주의자 자신이 인위적으로 규정한 한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점) 때문에 그런다. (...) 인종차별이란 타자로서의 타자에 대한 증오다. 흑인으로서의 흑인, 경찰관으로서의 경찰관, 동성애자에 대한 증오 말이다. - p.15

 

이 책을 쓴 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철학자이다. 출판사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생전 그는 시대의 쟁점이라는 관점으로 철학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읽어내고 지배와 탄압의 메커니즘을 밝히는데 철학의 역할이 있음을 강조하였다. 인종차별주의와 관련된 연구와 저술도 많이 하였는데, 2000년 작 <인종차별의 역사>는 그의 그 오랜 사유를 정리하며 자국의 동시대인과 후손들에게 호소하는 책이다. 그렇다, 프랑스 철학자가 쓴 이 역사책은 철저히 프랑스(굳이 확대하면 프랑스어권) 독자를 대상으로 한정한다. 특히 13장과 14장은 현재 프랑스 사회의 과제로서 성격이 강하다. 첫 번째 이유는 인종차별의 역사와 인종차별이 행해진 사회가 너무 광범위해 취사선택이 불가피하였고, 두 번째 이유는 자국 프랑스가 이 주제에 대해 결코 자유롭지 않음을 강조하며 반성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결정적 계기는 쇼아(‘인류의 마지막 대재앙’이란 뜻의 히브리어 표현으로 기독교적 의미를 담은 ‘홀로코스트’에 저항하는 대체어)이다. 쇼아는 나치독일을 기폭제로 서구에 뿌리박힌 반유대주의의 광증이 폭발했던 유럽 모두의 범죄였다. 1만 5천명이 넘는 외국계 유대인을 한 체육관에 몰아넣고 굶겨 죽인 밸디브 사건 같은 경우도 프랑스인들이 자발적으로 행하고 침묵한 일이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프랑스 방송인 로르 아를러는 쇼아를 ‘시효로 소멸되지 않는 반인도적 범죄’라고 정의하며 미래의 개념을 우울하게, 진보와 조화로운 세상을 해치는 용서할 수 없는 악이라 단언하였다. 인종차별도 마찬가지다. 인종차별이란 이름으로 인류 역사 내내 수많은 범죄와 전쟁과 학살이 일어났다.

 

우리가 인종차별(주의), 인종주의로 번역하고 있는 'Racisme(racism)'은 특정사회집단에 대한 적의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단어이다. 즉, 단순 유색인종 차별 뿐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나누고 특정 인간과 집단을 차별하고 증오하는 모든 행위가 '인종차별'이다. 이러한 타자 증오를 정당화하기 위해 인류는 역사 내내 차별받는 인간들에게 태생적인 결함을 찾고 믿었다. 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는 <인종차별의 역사>를 통해 그 실체 없는 신화와 신앙을 산산조각 낸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인종'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인종차별'은 무지(대개 악의와 동반하는)의 소산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모든 인간은 유전적·생물학적으로 너무 많이 동일해 객관적으로 분류할 만큼의 차이가 너무나 부족하고, 결국 인종차별은 선택가능한 정치적인 행위에 불과하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인종차별이 완전히 사라지기 위해선 인종차별의 역사를 돌아보며 무지와 싸워야 한다고, 그래서 중립적이지 않은 인종차별은 그 역사 역시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관점에서 서술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가장 먼저 부수는 관념은 '인종차별은 항상 존재해왔다(인종차별은 불가피하고 불멸의 개념이라는 믿음)'는 신화이다. 처음으로 인종차별의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그리스인(로마인)과 이방인을 구분하는 고대 말 그리스-로마 문명부터이며 반유대주의가 형성되는 헬레니즘 문명 때를 본격적인 기원으로 봐야 한다. <인종차별의 역사>는 세 장에 걸쳐 일반적인 관점에서 본 이방인에 대한 태도(1장)가 히브리인을 차별하는 반유대주의의 태동(2장)과 여자와 노예의 하등인간 취급(3장)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기술하며 인종차별의 원형을 밝히고 있다.

 

불행하게도 당대 소피스트들의 인종차별적 담론들에 반박하였으나 '그리스 남자'의 패러다임 안에서 자신의 완벽한 논리를 완성할 수밖에 없었던 아리스토텔레스가 서양철학의 근간이 되는 바람에 그 후 서양에서 이루어진 모든 인종차별 역시 그의 사상에서 근거하게 되었다. 중세를 다룬 두 장은 기독교가 서양문명의 헤게모니를 쥐면서 더욱 발전시킨 반유대주의(4장)와 11세기부터 16세기까지 나병에 대한 그릇된 공포와 무지가 만든 남프랑스의 '카고 차별'의 사례(5장)을 다룬다. 근세의 인종차별의 범인 역시 기독교다. 두 장에 걸쳐 자본주의와 십자가의 이름으로 찬란히 빛났던 대항해 시대의 비극, 아메리칸 인디언의 파멸(6장)과 아프리카 흑인의 노예화(7장)을 다룬다.

 

합리주의와 계몽주의로 대표되는 근대는 인류지성의 폭발적 성장만큼 인종차별 역시 체계적으로 이론화하여 발전시킨다. 인종차별에 과학이 동원되는 것도 이때부터이다. 그 과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이비이고 신화에 불과했는지 두 장(8장, 9장)에 걸쳐 서술된다. 저자는 18세기에 과학적 방식이라는 이름으로 인종차별적 담화들의 편입이 시도되었고 19세기에 그 학설들의 통합이 이루어진 결과가 20세기를 '대학살의 시대'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아르메니아 학살(10장)을 시작으로 양 세계대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인종차별 의식과 이론(11장), 유대인과 집시 학살(12장)이 일어난다. 그에 대한 반성은 채 오래지 않아 망각과 조작으로 변질되고(13장) 다문화시대의 외국인 차별(14장)이나 남아공·캄보디아·동티모르·르완다 등 세계전역에서 일어나는 그칠 줄 모르는 인종차별 관련 참극을 고발(15장)하며 마친다.

 

주체만 다를 뿐 인종차별의 양태는 동서양 모두에서 있어왔다. 그래서 프랑스 철학자가 프랑스의 오늘을 걱정하며 쓴 이 책이, 굳이 확대해서 본다 해도 서구 문명 속에서의 인종차별에 한정된 이 책이 동양의 우리도 읽을 의미가 있다. 인종차별의 무지가 무서운 것은 그것이 순수한 무지가 아니라 나쁜 것임을 알면서도 타자를 증오하고픈 욕망이 압도해 저지르는 다분히 의도적인 무지라는 것이며, 더욱 끔찍한 것은 전혀 근거 없고 비상식적임에도 상당한 역사문화적 전통이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인종차별의 무실체성에 허무함을 깨닫는 동시에 이런 역사와 사실을 안다고 인종차별이 과연 사라질 수 있을까 무기력함에 빠진다. 저자는 해결책으로 정치의 책임을 든다. 어떤 시도를 하든 쉽지 않겠지만, 이 불의와 싸우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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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영의 답 - 베스트 경영이론 활용 89가지
제임스 맥그래스 & 밥 베이츠 지음, 이창섭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모든 경영의 답] 바로 쓰는 경영학원론 워크북

베스트 경영이론 활용 89가지

실무에서 바로 쓸 수 없는 경영서는 필요 없다

경영학 기본기를 빠르게 잡고 싶은 이를 위한 똑똑한 교양서

매년 엄청난 양의 경영서가 쏟아져 나온다. 그만큼 긴요하다는 반증이다. 대졸 이상 학력의 사무직군 회사원들에게 경영학 지식은 필수다. 다른 학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지만 신이론이 계속 나오고 영역이 방대해서 그런 걸까, 의외로 시중 경영서의 면모를 보고 있노라면 경영학원론 정도 수준으로 경영학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괜찮은 기초교양서가 거의 없다(있어도 너무 오래 되어 더 이상 읽을 가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이달 번역·출간된 2013년 작 <모든 경영의 답>은 독서로 경영학 입문하려는 비전공자나 빠르게 경영학 지식을 정리하려는 직장인들이라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신간이다.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베스트 경영이론 활용 89가지’라는 부제를 보면 책 두께를 감안했을 때 수박 겉핥기식 나열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머리말을 읽는 순간부터 이런 불안은 눈 녹듯 사라진다. 집필 목적과 타깃 독자가 뚜렷하며, 한 치의 사족 없이 대단히 전략적으로 책을 썼다. 저자들은 경영 이론과 실무의 간극을 최소화시키고, 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핵심 경영(관리) 이론 89가지를 추려 책 한 권에 담았다. 그것도 한 이론에 대해 파악하고 이를 실무에 접목시키는 방법을 단 ‘5분’ 안에 익히도록 말이다. 저자들은 단언한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실무에서 바로 쓸 수 없는 경영이론은 상호 모순이다. 실무에서 가치가 입증된 이론만 빠르게 알아야 한다. 우리가 그럴 수 있도록 돕겠다.’

 

타깃 독자도 첫 장부터 분명히 명시해 두었다. ‘MBA를 취득할 기회가 없었고, 시간도 부족하지만, 유용한 경영관리 이론과 그 활용법을 배우고 싶어 하는 현업 경영자와 경영자 지망생’과 ‘경영과학을 전공했고 경영관리 이론에 정통하지만 그 이론을 실무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대상이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모든 경영의 답>은 1장부터 9장은 경영학의 주요 각론들(경영관리 이론, 리더십 이론, 동기부여 이론, 팀 이론, 조직문화 이론, 변화관리 이런. 전략경영 이론, 품질경영 이론, 권위권한영향력 이론)을 마지막 10장은 어느 영역에서나 끼워 쓸 수 있는 성격의 기타 이론들을 담았다. 89개의 이 주요 경영이론들은 20%는 업무 현장에 관한 것이고 80%는 경영자로서 업무능력 향상에 필요한 것들이다.

이 책의 ‘스마트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 이론을 배울 때마다 어떤 이론과 함께 익히면 좋은지, 각 각론별로 가장 탁월한 이론과 89개 이론 중 왕중왕 이론이 무엇인지도 친절하게 명시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효율성 추구를 극대화한 책인 만큼, 각 이론을 더 이해하기 위해 어떤 책을 더 참고하면 좋은지, 기술한 문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설명하는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경영관리이론의 왕을 피터 드러커로 꼽으며, 드러커는 기업의 목적과 경영자의 역할을 서른 단어 이하로 요약했다고 서술했는데 그 서른 단어가 뭔지는 본문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이만큼 충실하고 명쾌한 경영학 기초교양서가 없기에 (자신이 저자가 명시한 타깃 독자라고 생각한다면 읽기를) 적극 추천한다.

<모든 경영의 답>을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석 달 정도 기간을 두고 하루에 한 이론씩 완벽하게 마스터해보는 것도 좋고, 목차를 보며 그때그때 필요한 이론부분만 골라 읽는 것도 좋고, 단숨에 책 전체를 읽으며 경영학의 얼개를 잡는 것도 좋다. 다만 어떤 방법으로 이 책을 읽든 반드시 실제 직장생활에서 활용할 때 가장 독서효과가 높고 그것이 저자의 주장이라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누구나 연공서열이 쌓이면 관리자에 이를 수 있지만 경영자가 되는 것은, 더 나아가 훌륭한 경영자가 되는 것은 극소수이다. 그래서 바쁜 시간 틈틈이 경영학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은 당장의 업무를 위해서이긴 하지만 성공적인 미래 커리어를 위한 투자이다. 생각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을 잡아라. 그리고 반드시 실행하라.

 

 

 

본문에서 다루는 89개의 이론을 서로 연결되는 것들을 표시해 보았다. 대부분의 이론이 한 이론 당 연관 이론이 두세 개쯤인데, 전체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이론이 연결되어 있다. 저자의 치열한 고민과 치밀한 의도의 결과겠지만, 비전공자도 쉽게 경영사상사의 흐름과 경영학의 큰 그림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니 참고해보길 바란다. ↓↓↓ 

1장. 경영관리 이론

1. 페이욜의 ‘경영관리의 14가지 원칙1: 구조와 통제
2. 페이욜의 ‘경영관리의 14가지 원칙2’: 직장 내 대인 관계 (3장)
3.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
4. 메이요의 호손 실험
5. 어윅의 경영관리 원칙 10가지
6. 드러커가 말하는 ‘경영관리의 목적’ (8장)
7. 맥그리거의 X-Y 이론 (5장)
8. 피터스와 워터맨의 경영관리 이론 (5장,8장)
9. 코비가 말하는 ‘성공하는 사람의 일곱 가지 습관' (4장)
10. 현장 중심의 경영(MBWA)

 

 

2장. 리더십 이론

11. 특성 이론 (5장)
12. 미시간과 오하이오 연구 ― 리더십 유형 이론
13. 블레이크와 머튼의 관리격자? 이론
14. 어데어의 ‘행동 중심의 리더십’
15. 피들러의 상황 이론
16. 허시와 블랜차드의 상황적 리더십 이론 (3장,4장)
17. 번즈의 거래적 리더십 이론 (3장)
18. 댄서로, 그랜, 헤이가의 리더-부하 교환 이론(LMX) (4장)
19. 하우스의 카리스마 리더십 이론
20. 번즈의 변혁적 리더십(TL) 이론
21. 배스의 변혁적 리더십(TL) 이론
22. 베니스와 나누스의 변혁적 리더십(TL) 이론

3장 동기부여 이론
23. 매슬로의 욕구단계론 (4장)
24. 앨더퍼의 존재, 관계, 성장(ERG) 이론
25. 맥클래런드의 ‘성취와 욕구 충족 이론’
26.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와 위생 이론’
27. 애덤스의 ‘공정성 이론’
28. 브룸의 기대 이론
29. 해크먼과 올드햄의 직무특성이론
30. 에른스트의 OK 목장 이론
31.에릭 번의 교류분석 이론

4장 팀 이론

32. 벨빈의 팀 역할론
33. 매코비의 게임스맨 이론
34. 리커트의 팀 관리 유형 이론
35. 드렉슬러-시벳의 팀 성과 모형
36. 호먼스의 집단 형성 이론 (5장)
37. 터크먼의 집단 발달 단계 모형
38. 윌란의 ‘집단 발달에 대한 통합 모형’
39. 로크의 목표 설정 이론 

5장. 조직문화 이론

40. 핸디의 조직문화 모형 (4장)
41. 딜과 케네디의 ‘모험과 피드백 모형’
42. 모건의 조직 은유론
43. 그레이브스의 문화적 리더십 이론
44. 샤인이 말하는 조직문화의 세 단계
45. 존슨과 스콜스의 문화망 이론 (6장)
46. 호프스테더의 문화 차원 이론
47. 하그리브스의 ‘분열된 문화’ 이론

6장. 변화관리 이론

48. 퀴블러-로스의 변화 주기 이론
49. 슈와트의 계획-실행-점검-조치(PDCA) 모형
50. 레빈의 냉동, 해동 그리고 재냉동 모형 (7장)
51. 레빈의 장(場) 이론
52. 코터의 8단계 이론
53.모스 캔터와 ‘변화의 달인’
54. 버크-리트윈의 ‘변화의 동인(動因) 이론 (3장,5장)
55. 이건의 음지(陰地) 이론​​ (9장)

7장. 전략적 경영 이론

56. 존슨과 스콜스가 말하는 ‘전략적 계획의 7단계’
57. 앤소프의 근대적인 전략적 계획법
58. 피터스와 워터맨의 탈근대적인 전략적 계획법
59. 퀸, 하멜, 프라할라드의 ‘새로운 근대적 계획법’
60.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매트릭스 이론
61. 맥킨지의 7S 모형
62. 존슨, 스콜스 그리고 위팅엄의 이해관계자 지도 이론
63. 포터의 가치사슬 이론
64. 포터의 ‘다섯 가지 경쟁 요인’ 이론
65. SWOT 분석
66. PEST/PESTLE 분석
67. 시나리오 기법​​​

8장. 품질경영 이론

68. 데밍이 말한 치명적 병폐 일곱 가지 (7장)
69. 주란이 말한 ‘품질관리의 3단계’
70.크로스비의 성숙도 이론
71. 피터스, 워터맨 그리고 오스틴의 탁월성 모형
72. 이시카와의 생선 뼈 모형
73. 이마이의 카이젠 5S 집안 살림 이론
74. 벤치마킹 이론 (6장)
75. 탁월성 모형

 

 

 

 

9장. 권위·권한·영향력 이론

76. 베버가 말한 ‘권위의 유형 세 가지’
77. 프렌치와 레이븐의 ‘권력의 원천 이론’
78. 영향력의 원천 이론
79. 마키아벨리의 ‘생존의 법칙’
80. 론슨의 사이코패스 테스트

 

 

 

 

10장. 기타 이론

81. 파레토 법칙

82. 아이젠하워 원칙 (8장)
83. 토마스와 킬만의 ‘갈등 해소 모형’
84. 그라인더와 밴들러의 신경언어프로그래밍(NLP) 여과 이론
85. 골먼의 감성지능 이론
86. 보이드의 OODA 사이클 이론
87. 루프트와 잉검의 ‘조하리의 창’
88. SMART 목표 설정법
89. 맥나마라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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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철학자 - 떠돌이 철학자의 삶에 관한 에피소드
에릭 호퍼 지음, 방대수 옮김 / 이다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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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철학자] 진리는 수다스럽지 않다. 삶을 닮은 자서전

철학의 주제는 언제나 인간이어야 한다

프롤레타리아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의 유일한 유작이자 자서전

길에서 사유를 세운 그의 삶처럼 담백한 27개의 파편들

 

 

 

짧은 역사를 지닌 신생국가의 숙명임을 알면서도 인문학적 전통에 있어 유럽에 대한 콤플렉스와 미국적인 것에 대한 갈망은 그치지 않았다. 역자는 오늘날 미국의 주류철학이 이미 인간을 주제로 하지 않고, 테크닉에 치중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프롤레타리아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는 그런 미국의 역사사회문화적 특수성이 낳은 독특한 존재이다. 독일계 이민가정 출생, 정규 교육을 한 번도 받지 못하였다. 레스토랑 보조웨이터, 사금채취공 등 먹고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던 떠돌이 일용노동자를 전전하다가 임시수용소 신세를 진 적도 있었고 25년 동안 부두노동자로 일하였다. 11권의 저서 중 유일한 유작이자 자서전인 <길 위의 철학자>, 80여 년의 길고 남다른 삶이었음에도 그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는 결코 길지 않다. 27꼭지의 이야기는 한 편 한 편이 그가 사유를 정리할 때 선호했던 서식인 ‘아포리즘’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압축적이다.

 

에릭 호퍼의 삶을 이루는 몇 가지 결정점이 있다. 먼저, 50세를 넘기지 못하고 단명하는 집안 내력은 그가 평생을 ‘삶을 여행객처럼 살아’오게 한 심리적 근간이 되었다(p.21). 절망에 휩싸였던 20대 말의 자살 기도는 자살을 감행하지 않았지만 노동자는 죽고 방랑자가 태어나는 날이 되었다(p.60). 엘센트로의 임시수용소 생활은 모든 사고를 물들이고 50년 동안 쓴 모든 글의 씨앗을 키우는 계기가 되어 그를 떠돌이 노동자에서 사상가의 길로 들어서게 한다(p.75). 마지막으로 글쓰기를 읽히고 여러 권의 책을 출판한 부두노동자 생활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결실이 많은 시기였다고 회고한다(p.177). 그의 한 아포리즘 “신천지를 개척하고, 새로운 것을 기도하고,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는 것은 패배자인 경우가 많다.(p.8)”는 그의 삶 전체를 대변하는 한 문장이다.

 

교육의 주요 역할은 배우려는 의욕과 능력을 몸에 심어 주는 데 있다. ‘배운 인간’이 아닌 계속 배워 나가는 인간을 배출해야 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란, 조부모도, 부모도, 아이도 모두 배우는 사회이다. - p.29

 

자기기만이 없다면 희망은 존재할 수 없지만, 용기는 이성적이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 희망은 소멸할 수 있지만 용기는 호흡이 길다. 희망이 분출할 때는 어려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만, 그것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전쟁을 이기고, 대륙을 제압하고, 나라를 세우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전쟁을 이기고, 대륙을 제압하고, 나라를 세우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희망 없는 사회에서 용기가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줄 때 인간은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 - p.65

 

친숙성은 생의 날카로운 날을 무디게 한다. 아마 예술가의 본모습은 이 세상에서의 영원한 이방인이거나 다른 별에서 온 방문객일 것이다. - p.174

 

그의 철학은 언제나 ‘인간’이 있지만 무조건적인 낙관과 애정으로 충만한 휴머니스트는 아니다. 육체노동의 최전선에서 거칠게 산 영향일 수 있는데, 단호하게 모든 이들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은 있을 수 없으니 일이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며(인터뷰/p.189), 행복이란 거의 없어 전 생애 동안 행복했던 순간들을 다 합치면 채 하루가 되지 않는다(p.180)고 말한다. 누구보다 전문가의 솜씨로 스스로 아메리카를 건설한 부랑자들처럼(p.71), 노력만 하면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일이 없다고 믿는 부두노동자처럼(p.178) 길에서 단련한 세월이 강한 몸과 정신을 만들었다. 무척 할말이 많을 듯 싶은데 삶의 마지막에 선 노 철학자는 더욱 말수를 아낀다. 진리는 수다스럽지 않음을 반증하는 듯한,  그의 삶을 닮은 자서전이다. 

 

 

에릭 호퍼는 ‘머리를 아래로, 엉덩이를 위로 하는, 동시에 두 방향으로 사유를 끌어당기는 영혼의 스트레칭법’으로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켰다. 그리고 비록 학교를 다니지 못했지만, 시력을 잃었던 기간을 제외하곤 어릴 적부터 책을 놓지 않은 것도 비범한 노동자(철학자)로 산 비결이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촌철살인, 일상과 긴밀한 쉽고 단순한 철학이기에 대중들이 다른 현대철학자에 비해 더 친숙함을 느낀다. 이번에 이다미디어에서 출간된 <길 위의 철학자>는 국내 미번역작인 아포리즘집 <영혼의 연금술>과 <인간의 조건> 출간에 맞춰 낸 개정판이다. 부록 등 구성은 비슷하나 옮긴이의 말을 새로 썼다. 자서전 본문 외 에릭 호퍼의 생존 사진과 대표 아포리즘들, 인터뷰 기사 등을 실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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