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소녀 반다 - 거울아 거울아, 내 모습을 어디로 가져갔니? 글로연 그림책 6
시우바나 지 메네제스 글.그림, 김정아 옮김 / 글로연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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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소녀 반다]

그림책이 문학상을 받은 까닭은 : 모두를 홀리는 괴상한 그림책

 

반다는 뱀파이어지만 피를 싫어합니다. 채식주의라 피부는 초록색입니다. 뱀파이어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지 않습니다. 반다는 자신의 모습을 알 수 없어 속상합니다. 그래서 반다는 슬픕니다. 자신의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뱀파이어가 가진 불멸의 생명 따윈 기꺼이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 반다의 곁에 늑대소년 토니가 찾아옵니다. 토니의 눈엔 반다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토니는 반다와 정반대로 거울에 흉한 자기 모습이 비치는 게 고민이라, 반다의 슬픔을 잘은 알 수 없지만, 반다를 사랑하는 마음은 분명합니다. 토니의 고백에, 토니가 묘사하는 자신의 모습에, 반다는 더 듣고 싶어 귀를 쫑긋대며 앞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봅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 눈동자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함께 하고 사랑하는 한, 반디와 토니는 행복할 것입니다.

동물이나 영아들에게 거울 실험을 많이 한다. 거울의 반사 속성을 이해해서, 자신을 비롯해 거울 속에 비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아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지능이나 발달 가늠척도이다. 뱀파이어기 때문에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지 않는 것을 비관하는 소녀를 소재로 한 <뱀파이어 소녀 반다>도 그런 의미에서 일차적으로 영유아 대상 성장발달그림책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반다가 최소 유치원생 이상 나이라는 점, 꽤나 로맨틱하다는 점 때문에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연령이 공감하고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뱀파이어 소녀 반다>는 주독서층을 한정하기엔 아까운, 여러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그래서일까, 실제 이 책은 2008, 그림책 관련 상이 아닌 포르투갈어권 문학 최고상인 자부치상을 수상하였다.

 

뱀파이어 소녀에, 늑대인간 남자친구까지 등장해서인지 <뱀파이어 소녀 반다>의 삽화는 꽤나 그로테스크하고 어둡다. 그런데 그 이야기만큼은 따스하고 달콤해서, 삽화도 수긍이 가고 귀엽게 느껴진다. 뱀파이어인데 채식주의라 얼굴까지 초록색이 된다니, 제법 유머도 있다. 처음 이 책을 보며 눈에 들어 온 것은 시작 부분 반다가 거미줄 한 가운데서 몽크의 <절규>를 보는 한 표정과 몸짓으로 허우적거리는 장면과, 반다가 관 속에 웅크려 잠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왠지 모르게 외롭고 수렁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전자는 그렇다치더라도 자고 있는 반다는 몹시 평온해 보이는데 말이다. 반다에게 자신의 모습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삶이 아무 의미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만큼 심각한 문제이다. 그런데 드디어 방법이 생긴다.

 

토니처럼 흉한 자신의 모습이 싫어 거울보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뱀파이어 소녀 반다>는 거울 속에 자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이나 사랑스러운 존재이며 행복할 권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뱀파이어 소녀 반다>는 한창 거울이 신기하고 자기 인지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겐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없어 괴로웠던 반다와 자신을 비교하며 생각할 시간을, 반다와 토니 또래의 아이들에겐 기발한 상상력의 짧은 이야기를 느낄 시간을, 삶에 지치고 마음이 점점 메말라가는 어른들에겐 귀여운 사랑이야기에 웃음 지을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나에서 너를 거쳐 우리와 사랑으로 확대되는 그림책, <뱀파이어 소녀 반다>는 누구나 흠뻑 빠질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이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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