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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샤쓰 ㅣ 눈이 깊은 아이 문학을 보다 1
방정환 글, 이일선 그림 / 눈이깊은아이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만년샤쓰] 창남이가
만년샤쓰를 입은 사연은
어려운
시대, 유쾌하게 함께 이겨내는 창남이
시대를
초월하는 교훈, 본받을 그의 매력과 미덕
누구든지
샤쓰가 없으면 추운 것은 둘째요, 첫째
부끄러워서 결석이 되더라도 학교에 오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같이 제일 추운 날 한창남 군은 샤쓰 없이 맨몸, 으으음
즉 그 만년샤쓰로 학교에 왔단 말이다.
-본문
中
고등보통학교
1년급
을조 한창남(현재
중1;일제
강점기에는 오늘날 중고등학교를 통합한 개념인 5년제
고등보통학교 체계였다), 비행사
안창남과 이름이 비슷해 비행가란 별명을 가진 창남이는 시원스럽고 유쾌한 성격에 인기가 많다. 선생님께도
넉살 좋게 농담을 건네며 항상 학급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창남이는, 철봉을
좀 못하는 것 말고는 연설도 잘하고 토론도 잘하는 등 다재다능하다.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창남이는 사실 넉넉한 형편이 아니다. 이십
리도 넘는 길을 걸어 학교를 오고, 옷이고
모자도 다 헤어졌다. 하지만
한 번도 얼굴 찌푸리거나 불평하는 법이 없다.
그도
모자라, 굽이
완전히 분리되어 악어처럼 입 벌리는 신발을 신고 오질 않나, 맨몸에
교복 저고리만 입고 오질 않나(이
사건으로 창남이의 별명은 비행가에서 만년샤쓰로 바뀐다), 교복
바지 대신 구멍 뚫린 조선 겹바지에 맨발로 온다. 궁금하다
못한 선생님이 묻는다. “어째
그리 없어지느냐? 날마다
한 가지씩 없어진단 말이냐?” 그
뒤로 뭉클한 창남이의 선행 사연이 이어진다. 온
마을에 불이 나서 모두 불탄 집도 있는데 우리 집은 반밖에 안 탔으니 어머니와 나 당장에 입을 옷 한 벌씩만 남기고 이웃에 나눠졌다는
이야기, 창남이는
그도 모자라 교복바지도 남 주고 벌벌 떠는 어머니에게 사실은 두벌이 있다 거짓말하고는 셔츠에 버선까지 벗어줬단다.
동화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가슴
한편을 툭치는 결말처리가 마음에 들었다. <만년샤쓰>는
방정환이 몽견초란 필명으로 1927년
<어린이> 3월호에
발표한 동화이다. 거의
90년
전 이야기니 할아버지도 넘어 최소 증조할아버지뻘은 되는 창남이인데 지금 우리 아이들도 배울 점이 많고 친구하고 싶은 아이다. 1927년이면
일제 강점기에서 가장 풍요로운 시기였지만 그래봤자 수탈받는 식민지 국민이었고 고달픈 시대였다. 그런
시대를 창남이처럼 밝고 건강하게 이웃과 연대하며, 자신을
잃지 않으며 이겨내는 사람들이 있다. 책마루가
임프린트 눈이깊은아이의 첫 그림책으로 <만년샤쓰>를
선택한 것도 이러한 시대를 초월하는 교훈성 때문이리라. 최대한
원문을 살리되 오늘에 맞게 다듬은 문장과 이일선의 익살스런 삽화가 어우러져 즐겁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