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의 햇빛 일기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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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의 햇빛 일기] 햇살 한 줌 같은 시 선물의 향연(기도시집)

아주 좋은 때에 읽게 되어 다행이었던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3주 전부터 산후우울증이 왔기 때문이다. 호르몬 변화 때문이고 십중팔구 피하지 못하지만 곧 지나간다고, 임신 때부터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힘든 병이다. 이해인 수녀님께서 올해 신작 시집을 내셨는데 8년 만에 내신 거란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다니, 그렇게 오래 투병하셔도 완치되지 않는 병이 야속하고, 투병 속에서도 계속 이런 맑은 성정으로 수녀님 닮은 글을 계속 써오시는 게 감사하고 존경스럽다.

<이해인의 햇빛 일기>는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2부는 새로운 시고, 3,4부는 기존 작품에서 발췌하여 엮었다. ‘작은 위로가 필요한 아픈 이들을 위하여’란 부제가 달려 있다. 시인은 암 환자가 된 2008년부터 자연스럽게 아픔이나 고통, 이별을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런 시들이 수없이 실려 있는데, 그럼에도 삶은 아름답다는 긍정과 생의 의지가 느껴져 한 시 한 시 읽을 때마다 큰 힘을 얻었다.

이해인 수녀의 많은 글들이 종교가 없거나 달라도 읽는 데 문제가 없는데 이 책은 ‘기도시집’을 표방하고 있다. 종교색이 아주 강하지는 않지만 수록시들이 주제에 충실하다보니, 천주교가 아닌 독자들에게는 흥미가 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못처럼 햇살 한 줌 같은 시 선물들의 향연이었다. 막막하고 힘겨운 하루를 기어이 버티게 해주는 따스한 빛 한 줌 같은 시. 별거 아니고, 모두를 비추는 것인데 내 삶에 힘이 되고 의미가 되는 햇빛 같은 시. 죽기 전에 나도 그런 기도를, 시를 지을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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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공룡 이야기 나의 첫 번째 과학 이야기
에린 워터스 지음, 아날리사 두란테 외 그림, 박은진 옮김 / 미래주니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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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공룡 이야기] 아이 첫 공룡 책으로 선물하기 좋은 공룡그림책

 

 


 

얼마 전 넷플릭스에 들어갔다가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이 들어온 것을 보고 홀린 듯이 클릭하였다. 어린이였던 1996년엔 그렇게 멋지고 대단했던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리마스터링을 했어도 그 때의 전율과 감동은 밀려 들지 않았다. 이상하다. 어릴 적엔 공룡이 왜 그렇게 좋았을까. 유치원 입학하자마자 처음 한 일이 유치원에 있는 모든 공룡 책을 섭렵한 후 공룡이름을 줄줄 외우는 것이었다. 공룡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시기가 내가 다섯 살 때와 아이가 다섯 살 때라던 인터넷 유머 사진이 문득 떠올랐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아이에게 처음 이 책을 선물하였다. 미래지식의 어린이 책 브랜드 미래주니어에서 나온 <나의 첫 번째 공룡 이야기>.

 


전직 초등학교 교사였던 교육과정 디자이너 에린 워터스가 쓰고 쌍둥이 자연주의 미술가인 아닐리사 두란테마리나 두란테가 그림을 그렸다. 원서도 한국어 번역본도 2023년 출간한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배우고 알던 상당 부분의 과학 용어와 지식이 바뀌었고, 공룡에 대한 부분도 예외가 아니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자녀가 이 책을 보기에는 어리지만 미리 공부하려 현재 최신 그림책을 찾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실사를 보는 듯한 세밀화가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 들었다. 처음엔 공룡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육식초식바다하늘로 공룡을 분류한다. 그 다음엔 코엘로피시스, 헤레라사우르스, 티라노사우르스 등 주요 공룡을 그림과 간단한 설명으로 빠르게 설명한다.

 


아주 아주 먼 옛날에 살았던, 지금은 없는 동물이다 보니 수많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공룡이라고 마냥 크지만은 않다는 것, 100미터가 넘는 거대한 공룡도 있지만 가장 작은 공룡은 닭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이 책은 알려준다. 길이 단위를 잘 모르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닭이나 버스 같은 아이들이 잘 아는 존재에 빗댄다. 그림책이다 보니 수록 공룡도 25종이고 설명이 많지 않지만, 공룡에 대해 입문하는 내 아이 첫 공룡 책으로 충분히 탁월하다. 이 정도가 지치지 않으면서 호기심을 유지하는 최적의 분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 장에 이 특별한 책의 주인공은 ______’이라고 이름 쓸 수 있는 칸이 있어 선물하기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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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뎐 상·하 세트 - 전2권 구미호뎐
한우리 지음 / 너와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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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서평에서 이어집니다

 

 

구미호뎐 대본집 하- 한우리

 

 

9. 어둑시니

10. 데자뷔

11. 꽈리

12. 꼬리잡기 놀이

13. 또 하나의 이무기

14. DEAD END(막다른 길)

15. ‘그대라는 운명

16. 다시 쓰는 구미호전

 

<구미호뎐>은 드라마도, 대본도 흥미로웠다. 소재와 설정상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방영 당시 시청률도 괜찮았고 나도 보기 나쁘지 않았다. 작가의 두 번째 장편드라마인데 자료 조사도 대본 집필도 열심히 한 티가 역력한 대본이었다. 구미호 외에도 삼도천 문지기 탈의파, 현의웅이라든가 우렁각시, 어둑시니, 이무기 등 우리네 구전 전승 이야기들을 절묘하게 엮어져 있다. 그들이 현대에서 현대적인 모습으로 인간과 섞여 살아간다는 설정도 흥미로웠고 작가가 풀어낸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었다.

 

산신이 된 구미호 이연은 인간 여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의 몸에 이무기의 일부가 들어가고 세상이 혼란해지자 어쩔 수 없이 제 손으로 죽이게 된다. 그 벌로 산신 지위를 박탈 당하고 저승의 삼도천(내세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탈의파와 현의웅의 심복으로 끝을 기약할 수 없는 저승공무원 생활을 한다. 그리고 그 저승공무원 생활을 한 지 600여 년이 지났을 때, 사랑했던 여자와 꼭 닯은 지아라는 방송국PD를 만나게 되고, 그가 얼굴만 닮은 게 아니라 연인의 환생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지아 역시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되고 이연을 계속 만나면서 사랑에 빠지는데, 600 여년 전 그들을 갈라놓았던 이무기 또한 현재 살고 있고 그들을 찾고 있었다.

 

애초에 비인간과 인간의 사랑이 해피엔딩일 확률은 거의 없다. 탈의파는 이연과 지아는 결코 이어질 수 없다며 그들의 연애를 방해한다. 그리고 이무기와의 싸움에 이연의 이복동생 이랑과 이무기의 심복인 방송국 사장이 엮이면서 더욱 그 싸움이 어려워진다. 대본집은 드라마와 씬 배치가 조금 달라 비교하는 재미가 있고, 영상을 볼 때 놓쳤던 대사들을 지문과 함께 글로 읽으며 더 깊이 드라마를 즐기게 도와줘서 좋았다. 예전에도 드라마 대본집을 산 적은 있는데, 그 동안은 어떤 드라마를 결말까지 다 보고 감명 깊었을 때 팬심으로 소장하려고 샀다. 앞으로는 이번 <구미호뎐>처럼 관심 있는 드라마가 있으면 대본집부터 사서 드라마 시청과 대본집 독서를 동시에 해보는 것도 해봐야겠다. 만족스러운 대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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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뎐 상·하 세트 - 전2권 구미호뎐
한우리 지음 / 너와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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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뎐 대본집 상上 - 한우리

1화. 여우고개에서 생긴 일

2화. 나는 너를 기다렸다

3화. 용왕님의 비밀

4화. 상문살

5화. 나도, 너를 기다렸어

6화. 사주팔자

7화. 윤회의 덫

8화. 환생

‘그 많던 우리네 토착신과 토종 귀신들은 어디로 갔을까’ 한우리 작가는 여기서 드라마 <구미호뎐> 대본이 출발하였다고 하였다. 어릴 적 우리나라의 설화나 전설, 전래동화 읽기를 참 좋아했더랬다. 그래서 <전설의 고향>이나 <은비까비> 같은 영상물들을 좋아하고 찾아 보았다. 구미호에 대해서는 십수년 전, 오랜만에 기깔난 대본이 나왔다고 호들갑 떨며 한참 빠져 있던 드라마가 있었는데 일부 표절 판정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애정이 식었던 적이 있다. 그 드라마를 마지막으로 이런 소재의 드라마나 영화를 발견한 게 없다가 드라마 <구미호뎐>을 알게 되었다.

<구미호뎐>은 2020년 TVN에서 방영한 16부작 드라마이다. 평소 배우 이동욱이 뱀파이어 역으로 작품 하나 해달라고 열렬히 외치고 소망하던 시청자로서 급 흥미를 품은 드라마이다. 드라마 제목과 소재를 모르고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한 장면을 보았는데, 상상했던 뱀파이어 이동욱의 모습을 딱 하고 있던 게 아닌가. 그러나 방영 당시엔 일복이 터져 자는 시간 이외엔 거의 회사에만 있던 시기여서 언젠가 넷플릭스에 뜨면 봐야지 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그리고 2023년 올해, 이 드라마의 외전 격인 드라마 <구미호뎐1938>이 방영되는 것을 보았고, 전작인 <구미호뎐>이 몹시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던 차에 마침 이 드라마의 대본집도 출간되고 넷플릭스에도 VOD 서비스가 되는 것을 보고 대본집을 읽으며 뒤늦게 드라마를 찾아 보기 시작하였다.

장편 드라마를 대본집을 읽으면서 시청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재밌는 경험이었다. 대본집은 상․하권 2권으로 각 권에 8회차씩 수록되어 있다. 낱권으로 구매할 독자는 별로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낱권으로는 판매하지 않고 비닐래핑하여 세트로 판매하고 있다. 이동욱(이연 役), 조보아(지아 役), 김범(이랑 役)의 친필 사인이 수록되어 있고, 각 회차별로 일러스트 표지와 제목이 달려 있다. 책 초반부에 작가의 말과 등장인물 소개가 있어 대본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대략적인 세계관과 인물 설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권 서평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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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 입속사용 설명서
공정인 지음 / 늘푸른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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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 입속사용 설명서] 임신 전부터 만12세까지 치아건강은 이 책 한 권이면 충분!



첫 임신 7개월차, 오늘도 남편과 도서관에서 태교와 육아 책을 살펴보며 머리를 맞댄다. 태동이 강해지고 점점 커지는 배, 아이와 만날 날이 다가올수록 떨리는데 아직 부모로서 준비 못한 게 너무 많아 조바심 난다. 국민 소아과 책들도 아직 섭렵을 못했으니 치과 책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하던 차에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들었다. 단국대 치과대학 외래교수이자 아홉가지약속치과병원 원장인 공정인이 쓴 <0612 입속사용 설명서>는 딱 내게 필요한 책이었다. 만 6개월에 첫 니가 나고 만 12세에 영구치가 완성된다는 의미에서 책 제목이 이런데 실제로는 임신 전부터 만 12세까지의 구강관리를 모두 다루고 있다.



임산부도 먹을 수 있는 약이 많다고 들었으나 왠지 꺼림칙해 임신하고 나서 아무리 아파도 약을 먹지 않았다. 치과도 스케일링도 못하는 줄 알았다. 이 책을 읽어보니 임신 중기에는 스케일링도 가능하고 임신성 치은염 등 임신으로 발생하는 치아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아기가 태어날 땐 입안이 무균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뽀뽀 등으로 충치 균을 옮기지 않게 양육자의 치아관리가 무척 중요하다고 알고 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이 이유에서도 임신 전과 임신 중기에 치과 진료와 검사를 적극적으로 받아보는 것이 좋단다. 찾아보니 임산부 구강건강 관련 지원을 하는 지자체도 있다.



책에 그림이 무척 많아서 읽고 실습하는 데 무척 도움이 될 듯싶다. 그림 속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남편과 같이 공부하며 계속 실실댔다. 아이들의 개월 수, 연령별로 어떤 검사를 하고 어떤 도구와 어떤 양을 쓰는 지 등이 굉장히 자세하게 나와 있다. 임신부터 아동기까지 치아 건강과 관리에 관한 한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할 것 같다. 아기 구강관리와 관련해서 뭘 하고 뭘 사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고 막막한 차에 읽고 무척 도움을 받았다. 임신 중인 내 구강관리에 대해선 생각도 못했는데 역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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