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청춘 청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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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x청춘] 다자이 오사무의 청춘 단편 1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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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부터 수년 동안 요절한 천재가 되고 싶다는 엉뚱한 꿈을 진지하고 집요하게 품었다. 그래서 한 동안 요절한 작가의 책을 탐독하였다. 그 중 상당수는 자살한 작가들이었는데 자살한 작가들의 책을 계속 읽으면 읽을수록 삶에 대한 집착과 의지가 강해졌고 그렇게 되자 자연스레 자살한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인간실격』의 이 문장은 지금도 강렬하게 머릿속을 맴돌지만, 『인간실격』과 『사양』은 좋아하지만 다자이 오사무 작가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집안 배경이라든가 기행에 가까운 비범한 삶에 많은 자살 시도 등. 그런데 참 이상하다. 꽤 오랫동안 일본 문학을 읽지 않다가 ‘청춘’을 말하는 이 선집 세트를 보았을 때 다자이 오사무의 청춘 소설이 궁금해서 짚어들었다. 


 

 


교보문고의 출판브랜드 북다에서 ‘청춘’이란 주제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12편과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12편을 엄선한 선집 세트를 만들었다. <다자이 오사무x청춘>은 1934년부터 1943년 발표한 단편 12편이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 수록작인 『생각하는 갈대』는 소설이 아닌 아포리즘 모음이다. 출판사 책 소개 글에 『인간실격』을 뺀 점을 강조한 게 인상 깊었는데 『달려라 메로스』 같은 유명작도 포함되어 있다.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너무 무거운 거야.” 수록작 중 동반자살을 주제로 한 『우바스테』에 나오는 문장이자 이 책의 부제이다. 생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존모하고 아쿠타카와상을 받는 걸 간절히 소망했지만 수상하지 못했던 다자이 오사무. 마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톱니바퀴』 문장에 화답하는 듯한 문장이 있어 흥미로웠다.


 


각자 청춘의 상과 청춘을 대하는 감정이 다르다. 나는 그때의 체력은 탐나긴 하지만 청춘이 그립고 다시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난하고 피로한 시절이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청춘>과 <다자이 오사무x청춘>은 표지는 싱그럽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은 청춘을 마주하는 책이었다. 모두 일본 현대문학의 주요 작가이긴 한데 청춘이 다 가기 전 스스로 청춘을 접은 작가들의 청춘 소설 선집이라니 읽으면서 기분이 이상하긴 하다. 온 감정이 요동치고 불완전한 청춘의 편린들을 담뿍 느끼고 싶다면 추천하는 선집 세트이다. 컬러로 복원한 20세기의 망자 사진들을 21세기에 보며 그들의 글을 읽고 있노라니 기분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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