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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청춘 ㅣ 청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평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청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청춘 단편 12편
오랜만에,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밤들을 한 동안 보냈다. 몇 해 전부터 청춘이 점점 내게서 멀어지고 스스로를 청년이라 부르기 겸연쩍다가, 엄마가 되고 확신이 들었다. 더 이상 이 두 단어가 나의 것이 아니라고. 청춘이 지났음을 확신하는 때에, 아기를 겨우 재우고 매일 밤, 청춘을 말하는 외국문학을 한 장 두 장 읽고 내 지난 청춘을 반추하는 일탈은 너무나 짜릿하였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청춘은 일본문학과 조금 닮았구나 하고 느꼈다. 시간을 뛰어넘어 일본문학, 특히 현대 일본문학 특유의 정서가 있는데 그래서 일본문학을 즐겨 읽었던 때가 사춘기부터 30대 초반까지였고 그 이후부터는 잘 손이 가지 않았다. 아 이래서 좋아하던 때가 있었지, 책을 읽으며 과거의 기분이 새록새록 살아났다.
“나약한 마음이 창피해서 우울해져 버렸다.” 수록작 중 『톱니바퀴』에 나오는 문장이자 이 책의 부제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청춘>은 원래 있는 책이 아니고 교보문고의 출판브랜드 북다에서 ‘청춘’이란 주제로 엄선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 선집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두 작가의 ‘청춘’을 말하는 단편 선집을 냈고 세트로 구매 시 ‘그들(두 작가) 틈에 내 청춘의 한 페이지를 적어두라며’ ‘청춘 노트’가 동봉되어 있다. 일부 표현을 현대식으로 변형하고 옛날식 단위도 가급적 현대식으로 환산해 표기하였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청춘>은 1917년부터 1927년 사이에 발표한 단편 12편이 수록되어 있다.
일본 현대문학을 읽는다면 지나칠 수 없는 ‘아쿠타가와상’의 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들. 어린 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들을 보며 타고난 이야기꾼이구나 탄복하였더랬다. 그런데 그도 다자이 오사무처럼 30대에 자살로 요절한 작가였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옛날에 그의 소설들을 읽을 땐 그걸 크게 의식하지 못하였는데 그가 죽은 나이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어 그의 소설들을 다시 보니 글에 특유의 예민함과 불안함, 나약함들이 가득 보인다. 꼭 ‘청춘’이 주제여서가 아니더라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글을 ‘찍먹’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분량과 무게감의 선집이다. 그래도 나는 이 두 작가의 소설 사이에 나만의 청춘을 기록할 자신은 아직 없다. 디자인이 매우 예뻐 장서욕을 자극하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