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6일 - 유괴, 감금, 노예생활 그리고 8년 만에 되찾은 자유
나타샤 캄푸쉬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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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3096일]
어떤 픽션이나 이론서에도 없는,
유괴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백




서평원문: http://der_insel.blog.me/120141956826

그녀를 처음 안 것은 뉴스를 통해서였다. 아마 이 책의 원서 출간 즈음일 것이다. 금발의 젊고 건강해 보이는 한 아가씨가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었다. 8년이 넘게 유괴·감금된 사연의 주인공이란 걸 알고 놀랐고 당당한 모습과 자기의 아픈 경험을 책으로 정리해 낸 용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번역본이 출간되었고,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책을 구매했다가 저자의 나이를 보고 한 번 더 놀란다. 수많은 유괴·감금 사건이 일어나지만 대부분 피해자가 살해되는 결말이었다. 스톡홀름 신드롬이라는 학술용어도 있고 그를 소재로 한 영상이나 소설, 혹은 변태애로물들이 종종 나오기도 했다. 또 스톡홀름 신드롬은 아니어도 유괴를 소재로 한 범죄학 책이나 소설들도 꽤 많다. 그러나 이들은 실화를 소재로 하든 안 하든 제 3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재구성하고 분석·평가하는 것이 지배적이었고, 피해자의 시선으로 하거나 피해자가 직접 목소리를 낸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타샤  캄푸쉬의  <3096일>은 매우 신선하고 소중한 기록이다. 
 

 


왜 하필 내가 범죄의 희생양이 되었을까? 그는 왜 나를 선택했고 가두었을까? 이 질문들이 그때쯤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도 이 질문에 매달리고 있다. 그 범죄의 이유는 답을 찾는 게 절망적일 만큼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 유괴에 어떤 의미라도 있기를, 나에게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 분명한 논리가 있기를 원했다. 우연히 나를 습격한 게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있기를 바랐다. 단지 한 남자의 정신병과 충동 때문에 나의 청소년기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은 지금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p.84

 

<3096일>은 먼저 자신이 유괴되기 전까지의 삶을 회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8년 반의 감금생활 동안 그녀는 자신이 유괴된 날짜와 유괴 당시의 하루와 심리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자신이 유괴된 이유를 알기 위해 고분 분투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유괴 전 그녀의 자아정체성을 형성하고 유괴 후 그녀가 자신을 놓지 않은 힘이 된 가족과 성장배경은 중요하다. 예상치 못한 어머니의 늦은 임신으로 인한 탄생, 사람은 좋지만 유흥에 빠져 있던 친부와 놀던 혼란스러움, 복잡한 가족사에 따른 애정결핍감, 할머니에 대한 애착, 유치원과 학교생활에 대한 좋지 못한 기억들 등 그녀는 자신이 태어나서 유괴되기까지의 삶을 하나둘 정리해본다. 그리고 그것과 유괴를 연결해 잠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나타샤가 유괴된 1990년대 중후반에는 유럽에 각종 끔찍한 유아유괴사건이 판을 쳤고 일부는 아동포르노산업과 관련되기도 하였다. 나타샤도 뉴스를 봐서 그런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10살 꼬마 나타샤는 자신이 145cm에 45kg의 통통한 몸매에 얼굴도 예쁘지 않고, 금발 머리도 아니기 때문에(나타샤는 어릴 때 연한 갈색 머리로 자라면서 머리색이 바뀌었고, 지금도 전형적인 금발은 아니다) 유괴의 대상이 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등교길에 나타샤는 유괴되어 집과 멀리 떨어진 스트라스호프의 좁은 지하방에 갇힌다. 기분 나쁜 냉기와 습기, 어둠과 벌레와 싸우며 그녀는 그 곳에서(윗집이라 부르는 범인의 공간까지 세계가 확대되기는 하지만) 어린이에서 사춘기 소녀로 그리고 성인여자로 성장되게 된다. 몇 년은 거울조차 보지 못하면서. 

 


지금 내 앞에 인간성이 결여된 한 사람이 서있었다. 겉모습은 부서질 듯 보이고, 그의 눈빛은 한 연약한 인간을 향하고 있었다. 현실 세계에서는 낙오자이며, 작은 아이를 억압하는 것으로 힘을 과시하려는 인간. 연민을 느끼게 하는 광경이었다. -p.127

넌 이제 가족이 없어 내가 너의 가족이야. 내가 너의 아빠고 엄마고 할머니고 언니인 거야. 너에겐 내가 전부야. 너에겐 이제 과거란 없어. 내 옆에서 더 좋은 것을 가지게 될 거야. 넌 정말 운이 좋아. 내가 널 받아들이고 너를 잘 보살피고 있으니까. 내 말만 들어. 내가 너를 만들었어. - p.131

 

유괴범은 성인남자이고 피해자는 여자아이, 장기간의 감금을 통한 일종의 양육(사육?)을 행한다는 점에서, 실제로도 그런 사건들이 있었기도 하기에 사람들은 흔히 성노예 관계로 접근하려 한다. 실제로 나타샤가 탈출하고 나서 언론들은 자극적인 기사를 원하며 그런 쪽의 내용을 취재하려 애쓴다. 하지만 그녀는 범인과의 성적 관계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피했으며 이 책의 서술을 봤을 때도 그런 것과는 거의 거리가 멀다. 어린이였을 때는 비교적 호의적이었지만 월경이 시작되고 감금이 장기화되면서는 그녀의 조그만 흔적도 못 참아 삭발시킬 정도로 결벽이 심해지며, 혹독한 다이어트와 노동을 시키고 옷도 제대로 입히지 않고 툭하면 폭행을 일삼는다.

 


자신의 인생의 8년 반 동안 만난 유일한 사람이었지만 그녀가 범인과 지내며 범인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다. 그녀는 살기 위해서라도 범인을 이해하고 알기 위해 애써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폭력의 강도는 높아졌지만 범인이 그녀에게 속내를 털어놓거나 경계를 푸는 일이 조금 많아진다(나중엔 같이 외출까지 한다). 범인은 끝까지 자신의 유괴 동기를 밝히진 않지만, 그녀가 자신으로부터 절대 도망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면 자유를 주는 대신 끝까지 계속 같이 살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범인은 그녀의 이름을 뺏고 삶을 뺏으며, 자신의 이상적인 시나리오에 맞춰 나타샤가 반응하고 살기를 원한다. 이러한 범인의 심리는 유괴범과 장기감금의 일반적 분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흔히 이럴 경우 피해자는 정신 전반이 붕괴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나타샤는 이겨낸다.
 


나타샤는 절망이 극에 달해 감금생활 동안 몇 번이나 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결국 나타샤는 삶을 선택하고 탈출에 성공해 자유를 찾는다. 8년 반, 동안이었던 30대 중반의 남자(범인)가 40대 중년이 되고, 10살의 아이가 19세의 성인이 될 만큼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였다. 그러나 도망쳐 주민의 도움을 받아 경찰서까지 가기까지의 과정도 힘겨웠던 것처럼, 그녀는 탈출해서 지금까지 자신을 향한 또 다른 폭력과 전쟁 중이다. 그녀의 존재는 이 유괴사건이 제대로 수사되지 못한 원인이었던 수많은 경찰스캔들을 끄집어냈으며, 세간의 무섭도록 열렬한 관심은 동정을 가장한 기만이었다. 또 그녀의 경험과 감정을 단순 스톡홀름 신드롬으로 일축하려는 학계에 대해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해야 하였다. 
 


차라리 죽기를 갈망했던 나타샤가 결국 삶을 택하자, 그런 나타샤에게 끊임없이 삶을 강요하며 나타샤와의 이상적인 동거를 꿈꿨던 범인은 자살을 택한다. 이는 목차와 출판사가 제공한 책 소개에도 나와 있는 정보이고 나타샤 캄푸쉬 사건을 검색해도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독서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천인공노할 스포일러 행위는 아니다. <3096일>의 핵심은 신문과 방송이 보여주는 사건의 표면적인 사실관계가 아니라 피해자 스스로 달력을 얻어내 날짜를 새고 일기를 기록하며 버틴 8년 반의 생생한 경험담이다. 한편 역자 후기에도 언급이 없어 왜 책날개에 나타샤 캄푸쉬 외에 2명의 사람이 더 소개되는지 무척 궁금했는데 책의 저작권 정보 면을 확인하고 알았다. 엄밀히 말하면 <3096일>이 나타샤만의 수기는 아니고 나타샤의 인터뷰 녹취록과 일기를 토대로 전문작가가 정리한 것이다.

 

자신의 끔찍한 경험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 중에서도 나타샤가 겪은 일은 언론의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큼 특별하고 심각한 사건이었다. 살아있다는 이유로 범인보다 그녀가 주목받고 신상이 공개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개명하고 멀리 떠나 살라고 권하는 것처럼 24살의 나타샤가 탈출 이후 지금까지 시달렸고 앞으로도 견뎌야 할 세상의 편견은 엄청나고 잔인하다. 대중들은 알 권리를 가장해 그녀에 대해 집요하게 캐고선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런 의미에서 언제나 자기 자신을 믿고 놓지 않으며, 탈출 4년 후 자신의 감금 경험을 모두 정리해 책으로 발표한 그녀의 침착함에 감탄하고 응원한다. 나타샤의 용기 있고 귀중한 고백이 유괴 피해자들을 좀 더 바르게 이해하고 편견을 지우는 데 한 역할을 했음 한다. 그리고 그녀의 남은 삶은 누구보다 행복하고 평범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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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 왕의 공부
김태완 지음 / 역사비평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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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 왕의 공부]

철학의 눈과 입으로 왕의 공부를 읽고 논하다
 



매우 반가웠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개념 정도만 배우고 스쳐 지나갔던 경연, 그 후 여러 교양서나 강의를 통해 경연에 대한 지식을 좀 더 쌓을 수 있었으나 다른 주제를 논하면서 잠깐 언급하고 넘어가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내내 아쉬웠다. 경연을 논하는 학문은 사학, 교육학, 정치학 등 다양한데 그렇다면 그 경연이란 무엇인지 시스템이나 교재 등 총체적이고 원론적인 내용들을 알고 싶었다. 지금까지 경연만을 단독적으로 조명했던 책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책들이 두어 권 정도밖에 없는데다가 출간된 지 10~18년 된 책이고 학술서라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지난 달 출간한 김태완의 <경연, 왕의 공부>는 해묵은 니즈를 일소해주지 않을까 싶어 무척 기대하고 반겼다.

 

동양의 제왕교육, 경연의 연원은 중국 하·상·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유서 깊고 우리는 고려 때부터 도입하였으나 체계가 완전히 잡히고 활발했던 것은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삼고 성리학이 가장 발달했던 조선에서였다. <경연, 왕의 공부> 역시 조선의 경연을 소재로 한 책이다. 본문에 앞서 프롤로그와 총천연색 경연자료(사진과 그림으로 읽는 경연)로 간단히 몸풀기를 한 다음 1장 경연과 왕의 하루를 통해 경연의 종류를 파악하고 실록 인용을 통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한다. 2장 경연의 모든 것에는 경연의 역사와 교재, 교수 등을 총정리한다. 여기까지 실록을 중심으로 경연을 살펴보았다면 3장 경연의 기록 그 숭고한 작업에서 기대승의 논사록과 이이의 경연일기 같은 개인 기록을 통해 경연을 바라보고 에필로그와 부록(참고문헌, 세부목차)로 마무리한다.

 

<경연, 왕의 공부>의 내용은 조선 왕의 학습방법인 경연에 대해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저자가 동양철학 전공자(이이 연구로 박사학위)인만큼 철학 관점에서 경연을 바라본다. 그래서 경연에 대한 다른 학문의 다른 학자들의 견해와 철학과 저자의 견해를 비교해보며 읽길 권한다. 학자별 개인적 차이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철학에선 경연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이 책의 전반적인 논조도 그렇다. 또한 신권, 왕을 가르친 학자(관료)의 관점으로 경연을 해석한다. 그래서 이 책은 경연광이었던 성종을 이상적으로 평가하고 경연을 싫어한 세조나 연산군을 비판하는데, 경연은 단순 교육이 아니라 정치 방법이고 신권을 강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왕권에 경연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또 철저한 성리학 교육이기 때문에 세도정치 이후 근대시기에도 효과적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철학 관점에서 경연을 바라보기 때문에 이 책이 갖는 또 다른 차별적 특징은 경연에 대해 실록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개인 기록물을 인용하며 중국의 고전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성리학자들에 대한 평가 뿐 아니라 그들 당사자들의 생각과 당시 학계 흐름을 직접 엿보고, 사서의 행간 혹은 그 이상을 깨달을 수 있다. 특히 개인의 경연 기록물은 학파 계보나 정통론 논쟁, 학자들 간의 묘한 관계 구도, 지금과 상반된 인물 평가를 볼 수 있고 사학과 철학의 의견이 갈리는 이유를 극명히 알 수 있는 부분이라 흥미로웠다. 하지만 철학적으로 경연을 설명한다고 해서 저자의 입장 혹은 학계의 입장만 고집하는 책은 아니며, 읽어보면 저자가 자신과 다른 견해도 존중하고 굉장히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경연, 왕의 공부>가 단순 왕의 공부를 설명하기 위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선 왕의 공부에 대해 오늘날 우리가 주목할 점은 무엇일까. 그들이 배우고 토론했던 것은 철학(유교경전)과 역사(중국사, 한국사)였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대통령들이 인문학 소양이 부족해 발생한 일화를 소개하며 책을 시작하는데, 이는 왕과 대통령을 동일시하거나 경연의 공부법이 소수에 국한된 특수교육임을 역설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에 소홀한 작금의 세태를 꼬집으며 과거에서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순수 인문학의 위기는 계속 심화되는 반면 다른 학문들의 인문화 경향은 높아지고 있으며 출판 트렌드 역시 최근 인문학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또 교육열은 어떠한가. 그런 점에서 <경연, 왕의 공부>을 통해 인문학 공부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낀다.
  

 

올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지원과 추천을 받은 책인 만큼 <경연, 왕의 공부>는 꼼꼼하고 알찬 저술이 돋보인다. 인용 자료(글, 사진, 그림)도 많고 빽빽한 글씨라 430쪽 정도지만 체감 분량은 500쪽 이상이다. 목차만 보고 정조 사례만 있고 실록 외 기록물도 논사록과 경연일기로 끝이라고 오판하기 쉬운데 경연 사례도 몇몇 왕에 국한하지 않고 골고루 담았으며 기록물도 정말 다양하다. 본문 자체도 유익하지만 또 하나 이 책의 장점으로 꼽고 싶은 것은 인용한 각종 기록들의 충실한 번역과 해설·주석이다. 이런 고서들은 전공자가 아닌 이상 전문을 읽기는커녕 접할 가능성도 적기 때문에 이 부분만 읽어도 상당한 분량이고 본문을 읽는 것과 별도로 또 다른 독서의 재미를 준다. 이렇듯 <경연, 왕의 공부>는 독자의 역량에 따라 하나를 얻어갈 수도 있고 백을 얻어갈 수 있을 만큼 다면적이고 깊이 있는 책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 경연이 흔하고 인기 있는 주제가 아닌데 한 달 간격도 채 되지 않아 <경연, 왕의 공부>와 굉장히 유사한 책이 또 출간되었다. 도현신 저의 <왕가의 전인적 학습법>이란 책인데, 전자는 제목이 왕의 공부고 후자는 제목이 왕'가'의 공부지만 두 책 모두 서연 등 조선의 왕실 교육 시스템 전반을 다루는 책이고 이러한 공부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을 논하는 책이기 때문에, 후자가 종학에 대해 더 다뤘다는 점 외에는 비슷하다. 왜일까, 그냥 최근 인문학 열풍 트렌드 맥락이나 늘 인기 많은 공부법 책의 일환에서 경연 책이 잇단 출간된 것인지 특별히 올해 경연이 주목받는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이유야 어쨌든 경연을 분석하고 논하는 책이 계속 나오는 것은 독자로서 언제나 환영이다.   

 

 * 2011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사업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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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acktns10 2011-10-18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김태완작가와 정독도서관에서 만나게 되었다. 경연이란?부터 시작하여 왕의 공부의 서론부분을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듣고 책을 이해함이 더 쉬워지게 되었다. 계속되는 강의가 있는데 함께 들으면서 왕의 공부에 대해 세밀하게 검토하며 유익힌 생활의 적용도 살펴보려한다.
 
손가락 없는 환상곡
오쿠이즈미 히카루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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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손가락 없는 환상곡] 슈만에 휘감긴 청춘과 광기 
 

"슈만에게서 얻은 아이디어를 전편에 배치하여 교묘하게 엮어낸 이 작품은 그에 대한 오마주이자 불완전한 청춘군상에 대한 보고이며, 음악으로 상징되는 ‘완벽’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갈망을 다룬 수작이다."             - 출판사 서평 中 
 
 
  
  

'나'는 음대 피아노과를 중퇴하고 의대에 입학해 지금은 의사로 일하고 있다. '나'는 의대 재학 시절엔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편지로, 의대졸업 후엔 음대 동기에게 구두로 어떤 소식을 전해 듣는다. 고등학교 동창인 나가미네 마사토가 피아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것이었다. 이상한 일이다. 나가미네는 고등학교 시절 사고로 손가락이 잘려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한 것은 이 소식을 전한 친구들은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병과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나'는 이 미스터리에 대해 30년이 다 되어가도록 침묵했고 애써 부정하였다. 그러나 그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나'는 나가미네 미사토를 잊을 수 없었고, 수기를 쓰며 지난 날을 회고하기 시작한다.
 


'나'가 그렇게 나가미네 미사토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그가 '나'의 청춘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나'가 슈만에 빠지고, 어쭙잖은 음악평론을 쓰고, 뒤늦게 입시를 준비해 재수까지 하며 음대에 진학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는 나가미네와 함께 했던 자신의 청춘시절을 어제일처럼 또렷히 기억하며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잔인하고 불완전하지만 아름답다는 것을 반증하듯, 시간 앞에 육체는 쇠락하지만 청춘의 감정과 기억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음을 반증하듯 중년인 '나'의 수기는 생생하고 풋풋하다. 

<손가락 없는 환상곡(원제: 슈만의 손가락)>은 2010년 슈만의 탄생 200주년과 일본 최대 출판사인 고단샤의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한 책이다. 제목처럼 이 책은 이슈만의 생애와 음악에서 소설 설정의 모티브를 얻거나 적극적인 인용을 하면서 전개된다. 실제로도 고등학교 때 이후로 50대인 지금까지 음악을 하고 있는 작가는 피아니스트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소설을 완성했는데, 그래서 이 책은 작가가 슈만에게 헌정하는 오마주의 결정체인 동시에 어느 정도 자전성이 가미된 청춘 독백이기도 하다. 원제가 소설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슈만의 존재를 강조했다면 번역 제목은 손가락과 환상곡의 주체인 작중 인물에 주목한 느낌인데 어떤 관점에서 감상해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손가락 없는 환상곡> 속 슈만의 음악들

아래 언급된 작품들은 작중 연주되는 곡들만 추린 것으로 실제론 더 많은 슈만과 타 음악가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 

p.019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 op.54
p.035 다비드 동맹 무곡집 op.6
p.124 피아노 소나타 제2번 사단조
p.141 환상곡 다장조
p.150 리더크라이스
p.202 피아노 소나타 제3번 바단조 '관현악 없는 협주곡' op.14
p.267 천사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유작)



* 책의 뒷표지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시공사 장르문학 블로그의 '슈만의 곡으로 읽는 <손가락 없는 환상곡>' 포스트와 연결되니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것도 감상을 배가시키는 한 방법일 것이다. http://m.site.naver.com/00WX0 

   

오쿠이즈미 히카루는 경력이나 작품 수에 비해(1986년 등단) 국내에는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1994년 작 <돌의 내력>만 몇 년 전 번역되었기에 국내 독자에겐 낯선 작가이다. 가장 최근작인 <손가락 없는 환상곡>은 작년 일본의 각종 도서차트에 오르고 관련 음반이 나오며 폭발적인 반응이었는데 국내 반응은 어떨지 궁금하다. 이 책의 장르를 음악소설, 청춘소설, 미스터리소설 정도로 논할 수 있는데, 놀라운 것은 이 소설이 장르문학이 아닌 순수문학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미스터리·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하고, 몽환적이고 탐미적인 문체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서 장르문학보다 장르성이 강한 독특한 순수문학 작품이다. 


음악, 청춘, 미스터리를 종횡무진 오가고 순수문학과 장르문학 사이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이 소설의 다채로움은, 매력인 동시에 보는 관점에 따라 약점이 되기도 한다. 작품의 얼굴이 많아 다양한 측면에서 소설을 해석하고 즐기기 좋은 작품이지만 그래서 어느 쪽으로도 강하게 집중하질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 소설을 전적으로 장르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아쉬움이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순수문학으로 보면 특이하고 실험성 강한 의미 있는 작품이고, 즐길 거리가 다양한 것은 분명 미덕이다. 한편 옮긴이의 말과 참고문헌은 작품 이해에 도움을 주며 이번 번역판엔 한국 독자를 위해 작가가 따로 서문을 써 인상 깊다.

 

서술의 격정이 절정에 치달을 때 '나'의 수기가 붕괴되기 시작한다. 그 불완전한 틈 사이로 자잘한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들의 판단을 흐리면, 그 모든 것을 뒤집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슈만을 걷는 이 청춘과 광기의 환상곡은 오쿠이즈미의 히카루의 유미적 문장에 날개를 단다. 슈만의 광적 추종자로 행보조차 슈만을 닮았던 나가미네와 그런 나가미네를 동경하며 그의 비밀을 알고 의문을 품는 '나', 30여년 만에 봉인을 풀고 좇는 환상곡의 손가락은 무엇을 가리키고 있을까. 음악을 소재로 청춘의 불안과 완벽에의 집착을 어우른 소설 <손가락 없는 환상곡>, 여러모로 묘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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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본심 - 승진, 해고, 보너스의 은밀한 함수관계를 결정짓는
윤용인 지음 / 알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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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본심]
사장·상사·직원의 마음 모두 엿볼 수 있는 13800원짜리 직장생활 천기누설
 
 
 
 

출간 한달도 채 되지 않아 4쇄를 찍는 기염을 토하고 있는 책이다. 심상찮은 인기를 보면서 역시 사람의 마음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분통이 터지고 궁금해 답답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이 책, 제목도 심상찮거니와 책 소개도 솔깃하다. '지각을 밥 먹듯이 하고 뺀질뺀질한 동기가 너보다 연봉이 더 많은 이유 알아? 누가봐도 능력 있는 박 과장 대신 무능력한 최 과장이 왜 먼저 승진했을까? 너네 사장님 혹시 이런 모습 보이지 않니?...'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가며 궁금해 미칠 것 같다. 단돈 13,800원에(할인해서 살 수도 있다!) 사장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비기를 친절히 알려주겠다니. 밑져도 본전, 해볼만한 도박이다.

 

<사장의 본심>은 시공사의 실용서 브랜드 알키에서 펴낸 책으로 노매드 윤용인 사장이 쓴 책이다. 창업 10여년차 현직 사장이 속시원히 털어놓는 사장의 심리를 논하는 것이 이 책의 표면적 주제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사장·상사·직원 모두를 아우르는 전방위 직장생활 코칭서이다. 이 정도 투자로 사장의 마음만 알아도 감지덕지인데 완전 꿩먹고 알먹고 횡재가 따로 없다. 이런 구성과 자신감이 가능한 이유는 저자가 그 모두를 경험해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장의 본심>은 저자가 자신의 경력만큼 쌓인 노하우를 일로 만났던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뒷받침해 논하는 회심의 역작이다. 기왕 견뎌야 할 밥벌이의 지겨움, 지금에서 좀더 나아지길 원한다면 이 책이 피와 살이 될 것이라 굳게 믿어보며 정독해보자.

 

머리말과 맺음말을 제외하면 크게 다섯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첫장은 사장들이 즐겨쓰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그 속뜻을 알려준다. 두번째 장은 사장들의 공통적 속성을 말하며 특히 살풀이 수준의 장시 '사장이 돼서야 알게 된 사장에 대한 오해'는 압권이다. 세번째 장에서 다섯째장까진 그외 직장생활에서 흔히 맞닥드리는 상황에 대한 조언들이다. 각 장의 구분이 명확하진 않기 때문에 그냥 쭉 읽어가면 된다. 저자가 회사 사장이기 이전에 글을 쓰던 사람이다보니 문장이 착착 감기고, 삽화도 많고, 분량도 270쪽 정도라 깔깔깔 웃으며(속이 좀 뜨끔해 웃는 게 웃는 게 아닐 수는 있겠지만) 읽을 수 있다.

  

독자에 따라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기업마다 규모가 다르고, 사람마다 다 성격이 다른데 이 책에서 제시하는 팁들과 사장에 대한 설명을 스테레오 타입으로 여길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물론 이 책이 설명할 수 없는 각종 돌발변수와 답이 없는 개성들도 있긴 하겠지만, 직접 읽어보면 공감되는 구석이 한두군데가 아니고 어떤 조직에서건 통하는 기본적인 속성이 있음을 알게 된다. <사장의 본심>을 통해 독자들이 얻어갈 수 있는 소득은 그것이다. 특히 지금의 직장생활에 있어 매너리즘에 빠져 뭔가 자극이나 조언이 필요한 분들께는 한번쯤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또 비단 사회인 뿐 아니라 지피지기 백전백승을 원하는 취업준비생에게도 요긴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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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송 1 - 운명의 바퀴가 돌다
로버트 매캐먼 지음, 서계인 옮김 / 검은숲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스완송] 죽음의 땅에 봄은 반드시 온다, 디스토피아 속에 움트는 날개짓

  

 

제 3차대전 발발, 소련의 핵미사일 공격으로 미국은 초토화가 된다. 처음엔 주요 도시가 붕괴되고 그 다음은 주요 군사기지가 폭파되었으며 그 다음은 소도시와 지방 공업지대 마지막은 아직 공격받지 않은 곳을 샅샅이 뒤져 공격한다. 가공할만한 파괴력도 그렇지만 가장 문제는 방사능, 미국 전 국토가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생명이 살 수 없는 불모지대가 된다. 소설의 초반부는 각 장 앞에 시간의 변화와 여러 장소가 표시되며 시시각각 변하는 위기의 전시상황을과 앞으로 이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주요 인물을 묘사한다. 그리고 문제의 핵 공격, 시간은 더 이상 무의미해지고 각 장 앞에 시공간 표시도 사라진다.
 

몇 달 전 로버트 매캐먼의 <소년시대>가 번역되어 독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시공사는 곧바로 동 작가의 <스완송>을 6월 번역·출간하니 로버트 매케인의 팬들에겐 올해가 반가울 것 같다. <스완송>은 로버트 매캐먼의 1987년작으로 환상문학계의 최고상이라 할 수 있는 브램 스토커상을 수상하며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의 작가 인생에 명성과 인기를 안겨다 준 작품이다. 원고지 5000매(약 15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나 마치 연속극을 보는 듯한 흥미진진하고 스펙타클한 전개라 한동안 빠져 읽을 소설, 긴 열대야를 견딜 재미거리를 찾는 독자에게 추천해볼만한 책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길게 내러티브를 이어나가면서 전체적인 스토리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은 작가의 재주가 감탐스럽다. 

 

냉전 시대에 쓰여진 소설이다보니 미국과 소련의 대립각이 분명한 시대를 그리고 있고 소련의 공격으로 미국이 멸망하는 것으로 그린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화염과 방사능의 공포를 피하기 위해 고분분투한다. 누구는 지하방공호로 대피하고 누구는 집에 꼼짝없이 있으며 버틸만큼 버틴다. 누구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무작정 차를 몰고 달린다. <스완송> 같은 소설을 종말소설이나 세기말소설로 분류하는데 3차 대전이란 소재로 핵의 위험성을 고발하고 종말 이후 전형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리면서 아비규환의 인간사를 표현한다. 그래서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끔찍하고 무겁다. 그러나 이 책의 매력은 그로 그치지 않고 판타지를 더해 냉혹한 현실에 조금 숨통을 튀어준다는 것이다. 

 

흔히 앞으로 또다시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핵전쟁으로 지구가 초토화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원전 피폭이나 원자폭탄 피해 사례를 본 적은 있어도 핵전쟁의 피해가 얼마나 될 것이라고 정확히 짐작하지는 못한다. 작가는 생물개체마다 방사능 저항성이 달라서 많은 생명체들이 죽겠지만 누군가는 살고 좀더 시간이 지나면 그 환경에 맞춰 진화해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할 것이라고 설정하였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은 대개 피폭 후유증으로 화상을 입고 피부 변이로 종양범벅의 신체로 변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소설의 초반부가 끝나면 이런 남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장장 7년에 걸친 생존 여정을 그린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이 책의 주인공은 스완이라는 소녀이다. 전쟁 당시 어린 꼬마였고 피폭으로 가족들을 잃지만 자신은 겨우 숨쉬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해괴하게 변한 몰골로 성장한다. 이 소녀의 비밀이 무엇이고 이 소녀에게서 나타나는 변화가 이 음울한 시대를 해쳐나갈 열쇠가 된다.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끼리도 약탈과 살인을 일삼고 영원히 희망의 미래는 오지 않을 것 같은 7년의 시간, 과연 어떻게 될지는 직접 진득하게 소설을 즐기면서 확인하길. 20년 이상 전 소설이라 지금 읽기엔 기본 설정 같은 게 조금 우스운 면도 없지만 작가의 뛰어난 통찰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고, 묘사나 전개는 지금 읽어도 흥미진진하다. 지금이라도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은 스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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