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 송 1 - 운명의 바퀴가 돌다
로버트 매캐먼 지음, 서계인 옮김 / 검은숲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스완송] 죽음의 땅에 봄은 반드시 온다, 디스토피아 속에 움트는 날개짓

  

 

제 3차대전 발발, 소련의 핵미사일 공격으로 미국은 초토화가 된다. 처음엔 주요 도시가 붕괴되고 그 다음은 주요 군사기지가 폭파되었으며 그 다음은 소도시와 지방 공업지대 마지막은 아직 공격받지 않은 곳을 샅샅이 뒤져 공격한다. 가공할만한 파괴력도 그렇지만 가장 문제는 방사능, 미국 전 국토가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생명이 살 수 없는 불모지대가 된다. 소설의 초반부는 각 장 앞에 시간의 변화와 여러 장소가 표시되며 시시각각 변하는 위기의 전시상황을과 앞으로 이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주요 인물을 묘사한다. 그리고 문제의 핵 공격, 시간은 더 이상 무의미해지고 각 장 앞에 시공간 표시도 사라진다.
 

몇 달 전 로버트 매캐먼의 <소년시대>가 번역되어 독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시공사는 곧바로 동 작가의 <스완송>을 6월 번역·출간하니 로버트 매케인의 팬들에겐 올해가 반가울 것 같다. <스완송>은 로버트 매캐먼의 1987년작으로 환상문학계의 최고상이라 할 수 있는 브램 스토커상을 수상하며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의 작가 인생에 명성과 인기를 안겨다 준 작품이다. 원고지 5000매(약 15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나 마치 연속극을 보는 듯한 흥미진진하고 스펙타클한 전개라 한동안 빠져 읽을 소설, 긴 열대야를 견딜 재미거리를 찾는 독자에게 추천해볼만한 책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길게 내러티브를 이어나가면서 전체적인 스토리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은 작가의 재주가 감탐스럽다. 

 

냉전 시대에 쓰여진 소설이다보니 미국과 소련의 대립각이 분명한 시대를 그리고 있고 소련의 공격으로 미국이 멸망하는 것으로 그린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화염과 방사능의 공포를 피하기 위해 고분분투한다. 누구는 지하방공호로 대피하고 누구는 집에 꼼짝없이 있으며 버틸만큼 버틴다. 누구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무작정 차를 몰고 달린다. <스완송> 같은 소설을 종말소설이나 세기말소설로 분류하는데 3차 대전이란 소재로 핵의 위험성을 고발하고 종말 이후 전형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리면서 아비규환의 인간사를 표현한다. 그래서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끔찍하고 무겁다. 그러나 이 책의 매력은 그로 그치지 않고 판타지를 더해 냉혹한 현실에 조금 숨통을 튀어준다는 것이다. 

 

흔히 앞으로 또다시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핵전쟁으로 지구가 초토화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원전 피폭이나 원자폭탄 피해 사례를 본 적은 있어도 핵전쟁의 피해가 얼마나 될 것이라고 정확히 짐작하지는 못한다. 작가는 생물개체마다 방사능 저항성이 달라서 많은 생명체들이 죽겠지만 누군가는 살고 좀더 시간이 지나면 그 환경에 맞춰 진화해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할 것이라고 설정하였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은 대개 피폭 후유증으로 화상을 입고 피부 변이로 종양범벅의 신체로 변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소설의 초반부가 끝나면 이런 남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장장 7년에 걸친 생존 여정을 그린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이 책의 주인공은 스완이라는 소녀이다. 전쟁 당시 어린 꼬마였고 피폭으로 가족들을 잃지만 자신은 겨우 숨쉬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해괴하게 변한 몰골로 성장한다. 이 소녀의 비밀이 무엇이고 이 소녀에게서 나타나는 변화가 이 음울한 시대를 해쳐나갈 열쇠가 된다.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끼리도 약탈과 살인을 일삼고 영원히 희망의 미래는 오지 않을 것 같은 7년의 시간, 과연 어떻게 될지는 직접 진득하게 소설을 즐기면서 확인하길. 20년 이상 전 소설이라 지금 읽기엔 기본 설정 같은 게 조금 우스운 면도 없지만 작가의 뛰어난 통찰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고, 묘사나 전개는 지금 읽어도 흥미진진하다. 지금이라도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은 스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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