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처방해드립니다 #이시다쇼 #다산책방

 

어쩌다 보니, 고양이 집사가 되었다. 딸아이가 데리고 왔다가 다른 지역으로 가는 바람에 고양이는 내 옆에 딱 달라붙어 안방 침대까지 차지했다. 거실에 있다가 우리가 잠들 즈음에 슬쩍 침대로 와 자리를 잡는다. 때로는 내 발치에, 때로는 신랑 발치에 누워 있는 바람에 우리는 불편함을 참고 고양이를 피해 잠을 잔다.

 


일본 아마존 독자 리뷰에 적힌 글처럼, 이 책은 고양이를 키우지 않은 사람이 읽으면 더 감동할 책이다. 물론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은 특별한 사랑스러움을 알기 때문에 더욱 공감하며 읽는다. 고양이의 행동 하나에도 감탄하며 사진을 남기니 소설의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고 다양한 고양이들의 행동에 감동한다.

 


제목만으로도 특별했다. 고양이를 처방한다니, 어떤 효과를 기대한단 말인가. 궁금증이 생긴다. 이러한 발상 자체가 신선했다. 정확한 주소가 없는 고코로 병원에 가면 육중했던 문이 스르르 열리고 무뚝뚝한 간호사가 환자를 맞이한다. 예약 환자가 있지만 찾아온 사람을 박정하게 대할 수 없어 진료를 시작한다. 꽤 잘생긴 의사는 약이 아닌 고양이를 처방한다. 이동장에 든 고양이와 함께 간호사가 건네는 처방전 또한 고양이의 이름과 나이, 식사와 물, 배설물 처리 등이 적혀있을 뿐이다.

 


고양이는 영역을 중요하게 여기는 동물이다. 새로운 환경에 이동장에서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소설 속 고양이들은 외로웠던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슬그머니 나와 소설 속 인물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사료를 먹는 고양이를 바라보는 인물들은 애틋한 마음으로 지켜본다. 고양이들이 받았을 고통과 외로움이 사무치듯 느껴졌다. 수상해 보이는 니케 선생님과 간호사 지토세가 있던 장소도 사연이 있는 곳이다. 고양이 번식업을 하다가 유기하고 도망친 장소였다. 마음이 아픈 환자들에게 일주일 혹은 열흘 간 고양이를 처방하는 이유는 고양이에게 치유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가기 싫다거나 연인과 헤어지기 싫어 자꾸 피하는 사람에게 고양이 처방은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기도 한다. 애써 피하는 것보다 정면에서 마주할 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짐작하기보다 상대방의 의중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


 

감정이 움직인다는 건, 이런 것이었구나. 비가 있으면 즐겁다. 매일 그 귀여움에 치유받는다. 비는 앞으로도 계속 나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1, 108페이지)

 


1권에서 고양이를 처방받으려면 이 병원에 와서 스스로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병원 옆 사무실의 자석 목걸이 청년이 아무리 문을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았던 것처럼, 고코로 병원은 간절한 사람에게 문이 열린다. 또한 고양이를 처방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정체 또한 서서히 드러난다. 어떤 마음으로 그 장소에서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 스스로 위로하고 치유하는 시간이 되었다.

 


혹시 다시 고민이 생겼을 때 이곳에 올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자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이곳에 있을 수는 없다. 분명 다른 누군가도 이곳을 찾고 있을 터다. 모에는 앞으로 걸어 큰길로 나왔다. 도로명은 모른다. (2, 105페이지)


 

정확한 도로명 주소를 알지 못하는 병원을 찾으면 곧잘 길을 잃는다. 아무리 골목길을 돌아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고통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만 길이 보이고 문이 열린다.


 

고양이의 효과는 엄청나다. 가끔 우리 집 고양이의 어린 시절이 너무 짧았음에 한탄한다. 귀여웠던 아기 시절이 유달리 짧은 까닭이다. 고양이들에게는 저마다 머무는 가족들의 특성을 이어받는 거 같다. 우리 고양이는 매우 활달하다. 놀고 싶을 때 놀아주지 않으면 발목을 깨문다. 털실을 던지면 달려가서 물고 온다. 그리고는 앉아서 뛸 준비를 한다. 하지메라는 늙은 고양이를 키우는 레오나에게 병원에서 처방한 고양이는 샤샤였다. 샤샤와 하지메가 서로 의지하듯 몸을 말고 자는 장면은 애틋하다. 외로워하는 고양이에게 한 마리 더 친구를 만들어줄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다 큰 고양이가 치일까 봐 그러지 못했는데, 이 문제는 지금도 고민 중이다. 레오나의 고양이처럼 싸우지 않고 서로 의지하고 함께 놀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힘들 때는 참지 말고 고양이에게 의지하면 된다. 곁에 아무도 없을 때 무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고양이로 인해 치유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 고양이는 제가 하고 싶은 행동을 할 뿐이지만, 동물을 돌보다 보면 어느새 시름을 잊는다. 반려동물을 키워 본 사람은 안다.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라는 걸.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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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25-01-05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도시)에서 살아가는 이웃한테는 고양이 눈빛과 매무새가 여러모로 마음을 달래는 길동무 같다고 느낍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저로서는 날마다 숱하게 마주하는 새와 바람과 하늘과 별이 늘 마음을 다독이는데, 이 겨울에는 시드는 풀빛과 잎빛이 새록새록 길동무로 함께 지내는구나 하고도 느낍니다.

Breeze 2025-01-06 18:13   좋아요 0 | URL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동물에 더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었어요. 더불어 사는 세상이란 걸 새삼 느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