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없는 소리
김지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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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사랑하는 일‘로 처음 김지연 작가님의 소설을 접했습니다. 조금 엉뚱하게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젊은작가‘ 답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솔직하고 과감한데 또 눈치보는 젊은이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어 곧바로 [2022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전혀 다른 느낌의 소설 ‘공원에서‘로 김지연 작가님을 또 만났을 땐 같은 작가분이라는 걸 나중에야 눈치챘고, 놀랐습니다. 이번엔 오히려 노련하고 반항적인 느낌의 소설이었기 때문입니다.

2021, 2022년 연속으로 젊은작가상 수상작가의 작품집이라니 궁금했고 기대하며 [마음에 없는 소리]를 펼쳐봅니다.

첫번째 단편 ‘우리가 해변에서 주운 쓸모없는 것들‘은 대학생인 진영과 고등학교 교사인 나의 여름휴가 이야기로 시작 됩니다. ˝바다에서 홀딱 벗고 수영하고 싶어‘˝하는 진영의 작은 웅얼거림을 기억했다가 남해안의 작은 마을 외딴 곳에 있는 펜션을 찾아내 예약을 하고 진영이 유일하게 아르바이트를 쉴 수 있다는 8월 첫째주에 휴가를 떠났습니다. 진영이 고등학생일 때 기간제 교사로 생물을 가르쳤던 ‘나‘는 입시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다 다시 진영을 만나 처음엔 자신을 기억하냐는 진영의 말에 웃어넘겼고 그뒤로 마주칠 때마다 자길 기억하냐고 묻는 진영에게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나는데, 안 나는데, 를 반복하다 ‘언니‘라는 호칭이었다가, ‘샘‘이라는 호칭이었다가를 반복하는 사이가 되었고, 여름휴가로 나체 수영을 할 수 있는 한적한 해변을 찾아갔지만 어둡고 추워서 걷다가 돌아왔었던 기억속에 ‘우리가 해변에서 주운 쓸모없는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던 시절엔 연인이었습니다. 이 단편을 읽으며 작가님의 ‘사랑하는 일‘을 간간히 떠올렸고 또다시 같은 편견의 루틴을 탄채 서로 사랑하는 ‘여인‘들을 체에 걸러내듯 뭔가 오류가 있다고 검열하고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정말 그날 해변에서 주운 것들-말라죽은 해마도, 예쁘게 돌돌 말린 소라껍데기도, 일본어가 쓰여 있는 도기 파편도-은 쓸모없는 것들일까, 인적이 드문 해변을 찾아야만 서로를 애정할 수 있는 이들, 공개 된 장소에서의 사랑은 질타받고 때론 수근거림의 조리돌림 대상이 되는 이들의 이야기가 실린 소설들을 읽으며 있는 줄 몰랐던 편견이 깊숙히 자리 잡고 있음을, 정작 쓸모없는 사고의 틀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표제작인 ‘마음에 없는 소리‘는 할머니가 운영하다 휴업한 작은 식당을 이어받아 소고기뭇국과 멸추김밥을 메뉴로 개업하는 나(선미)의 이야기 입니다. 시에서 지원해 주는 청년 사업의 커트라인에 딱 걸리는 나이 만 삼십오 세, 하지만 생일이 보름 정도 지나버려 기준을 넘긴 나,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어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위해 이사를 가는 친구 화영이 개업 때 선물로 준 해피 트리와 하루종일 식당에 오롯이 남겨진 나, 가끔 화영이 전화를 걸어 ‘보고 싶다‘고 하면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는 나의 시절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큰 사건이 있는 것도, 개성넘치는 인물들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비식비식 웃는 저를 발견합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친구들을 떠올려 보고 지금은 어떻게 지낼까 안부가 궁금해집니다. 서른다섯 살의 청년 지원사업의 나이기준이 서른아홉 살로 높여져 다시 청년이 되는 선미가 유튜브로 배운 멸추 김밥이 어떤 맛 일지도 궁금해집니다.

소설은 힘이 있습니다. 가보지 못한 길을 보여주는 힘, 다른 이들의 내밀한 생활을 보여주는 힘,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힘. 김지연 작가님의 [마음에 없는 소리]에 실린 작품들마다 모르던 세상의 다른 면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전까지만 지방에 살다 사십 년을 도시에서 살면서 모든 이야기의 중심은 도시라는 고정관념이 뿌리깊게 자라고 있었다는 걸 발견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이라면 당연히 ‘남녀‘라는 관념과 사랑하는 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빨리 가기 위해 어두운 공원을 가로지르는 이가 사고를 당했을 때의 당혹스러움 보다 ‘아내‘가 집에 올테니 ‘내일은 오지 말라고‘ 말하는 남자의 말에 더 당황하는 저 자신을 발견할 때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반과 이반이라는 말처럼 우린 왜 자꾸만 구분지으려는 것일까...자문을 해 봅니다. [마음에 없는 소리]는 그만큼 네 안의 편견을 발견하라는 지시대명사 같은 소설들의 묶음입니다. 저에겐 젊음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소설집 입니다. 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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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지만, 결국엔 위로 - 다큐 작가 정화영의 사람, 책, 영화 이야기 좋은 습관 시리즈 17
정화영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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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지만, 결국엔 위로]라는 제목을 접했을 땐 내 서툰 위로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위로라는 걸까? 방법을 모르고, 모든 것에 서툴지만 위로는 할 수 있다는 걸까? 나는 위로 받고 싶은 걸까? 책을 통해 위로 하는 법을 배우고 싶은 걸까? 등등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펼쳤습니다. 충격적이게도 너무 사실적인 정화영 작가님의 사생활을 엿본 것 같아 주춤하다가 서툰 위로가 작가님의 몫일 때도 있고 책을 읽는 독자인 저의 몫일 때도 있으며 때론 작가님의 지인들, 가족들일 때도 있다는 걸 천천히 알아갑니다.

가난하고 아프고 슬펐던 유년시절을 비롯해 사회 초년생 때의 어려움, 라디오 작가로, 방송 작가로, 다큐 작가로 살아오면서 생긴 선배와 후배와의 관계에서의 끈끈한 우정과 질투(?)와 경쟁과 서글픔을 품은 위로, 다큐를 제작해야 하는 PD와 사연을 들어주고 이야기를 덧입히기 위해 감정쓰레기통 역할을 해야만 했던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어쩌면 그와같은 상황을 겪은적 없는 ‘나‘는 위로 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분들이 있어 때론 눈물 흘리며 감동 받고 같이 화를 내고 슬퍼하고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정화영 작가님의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방송의 화려한 가면 속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감정노동이 있는 줄 알게 되었고, 상황별로 떠올렸다는 책들을 통해 읽어보지 못한 책에서도 그 쓸쓸함, 우울함, 그리고 사랑을 읽어갑니다. 영화 역시 기억을 떠올리고 나는 보지 못했던 다른 측면의 이야기를 기억하도록 작은 실마리를 건네는 손길을 느끼게 됩니다.

- 분노가 나를 삼키려 할 때 방법은 하나뿐이다. ˝당신이 그렇게 하면 나는 아파요˝라고 말하는 것, 너의 분노가 나의 감정을 무너뜨릴 수 있고, 너의 태도가 나의 정신을 상처 내고 있다는 걸 알게 하는 것. 이 솔직한 고백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 받아들여 준다면 우리는 함께할 수 있지만, 거절한다면 관계는 종료된다.
그리고, 그래도 좋다. (244쪽)

참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내가 느끼는 것을 상대방도 같은 수준으로 느끼리라 짐작하며 상처 위에 상처를 쌓아가는 걸 당연하다 여긴 사람에게 해결책을 알려줍니다. 미련하게 참지 말라고, 상대방에게 말 하라고, 상처받고 있음을, 어느날은 내가 무너질지도 모르지만 그다음은 어쩌면 당신차례라고.

서툰 위로조차 어려운 사람에게 정화영 작가님의 [서툴지만, 결국엔 위로]는 ‘그래도 좋다‘고 말합니다. 아는체 하지 않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자기 중심적 사고에 경종을 울립니다. 어쩌면 가족에게 조차 힘들어도 힘들다 말할 여지도 주지 않는 사람인 저에겐 너무 힘든 미션입니다만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는 경고로 들려 따끔한 예방주사처럼 느껴집니다. 위로 받고 싶은 이는 위로의 글들로 읽혀 집니다. 위로의 방법을 배우고 싶은 이에게는 그 방법을 알려주는 글들로 읽혀집니다. 무더운 이 여름날, 정화영 작가님의 포옹을 전달 받았습니다. 다른분들과도 나누고 싶은 그런 [서툴지만, 결국엔 위로]입니다. 추천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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