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도시 출신이 아닌 사람은 모두 시골 출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시골과 도시의 중간에는 그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구분할 수 없는 특징이 존재했다. 「기차」 283~28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오인석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배우와 예술가를 존경하며 국화를 가꾸는 데 신비로운 기술을 가진 국민에 관한 책을 쓰면서, 동시에 이 국민이 칼을 숭배하며 무사에게 최고의 영예를 돌린다는 사실을 기술한 또 다른 책으로 그 국민의 성격을 보충하는 일은 일반적으로 없다.
그렇지만 이런 모든 모순이 일본에 관한 책에서는 날줄과 씨줄이 된다. 이런 모순은 모두가 진실이다. 칼도 국화와 함께 그림의 일부분을 구성한다. 일본인은 최고로 싸움을 좋아하면서도 얌전하고, 군국주의적이면서도 탐미적이고, 불손하면서도 예의 바르고, 완고하면서도 적응력이 있고, 유순하면서도 시달림을 받으면 분개하고, 충실하면서도 불충실하고, 용감하면서도 겁쟁이고,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운 것을 즐겨 받아들인다. 24~2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소설에서 규호의 공간이 ‘제주(섬)‘에서 ‘인천‘을 거쳐 ‘서울‘로 그리고 ‘상해‘로 점차 넓어지는 반면, 화자의 공간은 상대적으로 고저오디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퀴어의 성적 자유는 ‘대도시‘ 속에서 더 자유롭게 탐색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왔지만, 유독 병리화되는 특정 질병과 연결된 퀴어에게 도시의 경계선은 더 강력한 제약과 통제로 작동한다. 그래서 결국 화자의 공간으로 남는 곳은 대도시 속의 공항이다. 상해로 넘어가지 못한 채 홀로 공항철도를 타고 돌아오는 그의 쓸쓸한 모습은 소설 서두에서 만료된 여권 때문에 일본 여행을 가지 못하고 홀로 돌아오던 모습과 겹쳐진다. 카일리를 가진 그에게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될 수 없다는 사실은 그의 여권(시민권)이 언제나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을 것임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그 절반의 시민권이 지금 한국에서 퀴어 정치가 지닌 한계를 반영한다는 사실 역시 자명해 보인다. 「해설:멜랑콜리 퀴어 지리학」, 329~33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ㅡ 당신이 지금 먹고 있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ㅡ 광어죠. 아니, 우럭인가? 제가 사실 생선을 잘 구별 못해요. 그냥 비싼 건 다 맛있더라구요.
ㅡ 맞고 틀려요. 당신이 맛보고 있는 건 우럭, 그러나 그것은 비단 우럭의 맛이 아닙니다. 혀끝에 감도는 건 우주의 맛이기도 해요.
ㅡ 네? 그게 무슨 (개떡 같은) 말씀이신지……
ㅡ 우리가 먹는 우럭도, 우리 자신도 모두 우주의 일부잖아요. 그러니까 우주가 우주를 맛보는 과정인 거죠. 10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건 아주 좋아요. 발표할 수 있을 거예요. 잘 들어요. 가난과 학대를 결합한 것 때문에 사람들이 당신을 쫓아다닐 거예요. ‘학대‘라니, 정말 바보 같은 단어 아닌가요. 아주 상투적이고 바보 같은 단어예요. 사람들은 학대 없는 가난도 있다고 말할 거예요. 그래도 당신은 절대 아무 반응도 하지 말아요. 자기 글을 절대 방어하지 말아요. 이건 사랑에 대한 이야기고, 그건 당신도 알 거예요. 이건 자신이 전쟁에서 저지른 일 때문에 평생을 하루도 빠짐없이 괴로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예요. 이건 그의 곁을 지켰던 한 아내의 이야기예요. 그 세대에 속한 아내들은 대부분 그랬으니까요. 그녀가 딸의 병실에 찾아와 모두의 결혼이 좋지 않은 결말을 맺었다는 이야기들을 강박적으로 하는 거예요. 정작 자신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해요. 자기가 그러고 있다는 걸 그녀 자신도 몰라요. 이건 딸을 사랑하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예요. 불완전한 사랑이긴 하지만요. 왜냐하면 우리 모두 불완전한 사랑을 하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을 쓰면서 내가 누군가를 보호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면 이 말을 떠올려요. 지금 나는 잘못하고 있는 거야. 12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