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퀘스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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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의심한다. 고로, 살아 있다!

   혹시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 본 적 있으세요? 처음 스케이트를 타면,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 두 발을 디디고 서 있는 것조차 힘듭니다. 표지 속 저자처럼 말이죠. 넘어지지 않으려고 온몸에 힘을 주며 잔뜩 긴장한 탓에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갑니다. 어렵게 용기를 내서 앞으로 한발 내디뎌 보지만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결국은 얼음 위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채 뒤뚱뒤뚱거리다가 넘어지고 맙니다. 그렇게 수 십번을 넘어져야 스케이트장을 한바퀴 돌아서 처음 출발한 위치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발 한발 내디디며 넘어지고 부딪히기를 반복하면서 우리는 비로소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도 두려움 없이 스케이트를 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도, 초보운전을 달고 도로 위에 나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음울한 1월에 퀘벡의 스케이트장에서 내가 알고 있던 것이라고는 '얼음 위에서 몸의 균형을 잡고 서 있어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으면 안 되었다. 곧 넘어질지도 모른다고 의심해서도 안 되었다. 물론 의심은 살아가면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다. 인간은 의심한다. 고로, 살아 있다.

   가장 커다란 '의심'은 자기 자신에 대해 품는 의심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을 잘 다스려 '내일에는 내일의 해가 뜬다.'는 낙관주의를 지켜갈 수 있을까?

   바로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숙제가 아닐까? (300쪽)


 


   우리는 살면서 매순간 어떤 문제들과 마주하게 되고, 그럴 때마다 갖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문제에 대한 질문 뿐아니라 '나는 왜 존재하는가?'(29쪽)와 같은 인간 근원에 대한 의문과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질문에 적당한 답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애초부터 대답을 기대할 수 없는 큰 질문들도 있습니다.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는 다음에 열거하는 7가지 질문들을 그런 질문들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행복은 순간순간 나타나는 것일까?

인생의 덫은 모두 우리 스스로 놓은 것일까?

우리는 왜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야기를 재구성하는가?

비극은 우리가 살아 있는 대가인가?

영혼은 신의 손에 있을까, 길거리에 있을까?

왜 '용서'만이 유일한 선택인가? 중년에 스케이트를 배우는 것은 '균형'의 적절한 은유가 될 수 있을까?


 이렇듯 삶이란 정답 없는 심오한 의문과 끊임없이 조우하는 일(29쪽)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도, 스케이트를 처음 탈 때처럼, 자주 부딪히고 단련하다 보면 답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빅 퀘스천』에는 앞서 나열한 7가지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이 실려 있습니다.

   에세이 『빅 퀘스천』을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오직 소설을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냈던 더글라스 케네디가 자신이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는 살면서 겪었던 수많은 일들을 통해 7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것은 '정답'이 아니라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찾은'대답'일 뿐입니다. 애초부터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았던 질문들이며, 우리가 마주하는 갖가지 질문에 대해 흑백의 대답이란 결코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가 수많은 경험들을 통해 자신만의 '답'을 찾았던 것처럼 당신도 당신만의 답을 찾아보세요! 그게 바로 당신이 존재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내가 삶에 대해 갖게 된 새로운 시각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갖가지 질문에 대해 흑백의 대답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질문들은 회색지대로 우리를 이끌게 된다. 불확실하고 양면적이며 영원한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그 회색지대야말로 우리의 삶에서 가장 흥미로운 공간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비로소 삶을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다른 모두의 삶과 마찬가지로 나의 삶 역시 정답이 없는 질문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러하기에 내 삶은 더욱 경이롭고 흥미롭고 신비로울 수 있다. (28쪽)

삶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다양성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다양성이란 단순한 인정이나 타협을 뜻하는 게 아니다. 삶이란 정답 없는 심오한 의문과 끊임없이 조우하는 일이다. 삶에 대한 정답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애써야 하는 건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이다. (29쪽)

세상에 완벽한 삶은 없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있을지언정 실상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 않은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어두운 그림자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131쪽)

우리는 매일 아침 거울 속에 들어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살아가죠. 그렇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 그 사실이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큰 비극입니다. (156쪽)

나는 죽음으로 모든 게 끝난다고 믿고 있다. 죽는 순간 꺼진 생명의 스위치는 다시는 켜지지 않을 거라 믿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게 사실이다. 죽음으로부터 달아날 곳이 없다고 생각하면 때로 울적해진다. 타인의 죽음은 받아들일 수 있다. 살다보면 수없이 타인의 죽음과 마주하게 되니까. 하지만 자기 자신의 죽음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187쪽)

나의 세계관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말, 혹은 내 자신이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들을 그다지 절망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말, 내 앞에 놓인 삶의 여러 가지 복잡한 질문들,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들, 눈앞에 펼쳐진 길이 어둡고 질척하게 보일 때, 모든 것이 불가능해 보일 만큼 힘들 때, 더더욱 답이 보이지 않는 질문들, 그런 질문들에 두루 대응할 수 있는 말, 이제 나에게 과연 어떤 가능성이 남아 있겠는가? 하며 절망감에 빠져을 때, 우리 모두가 관성에 따라 어떻게든 그저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느낄 때, 내 자신을 추스르며 해주어야 하는 말, 그것은 바로 `굳어지지 말 것, 무릎을 굽히고 균형을 잡을 것,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써 볼 것.`이다. (300~3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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