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때론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들의 발자취가 더 중요한 법!

   어느 날 아주 약간의 동전과 지폐만 남긴채 아빠가 사라집니다. 집세 낼 돈이 없어서 살고 있던 집에서 쫓겨나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하루하루를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제대로 씻을 수 조차 없어서 근처 식당이나 가게에서 대충 씻고 학교엘 갑니다. 예전에는 친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멀어집니다. 선생님은 집에 무슨 일이 있냐며 되묻습니다. 만약 당신이 이런 상황에 처한 열한 살 소녀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보통의 아이라면 투정을 부릴지도 모릅니다. 친구들에게 창피하다며 학교에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지나는 이 상황을 좀 더 빨리 벗어날 수 있는 특이한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조지나에게 아이디어를 준 것은 개를 찾는다는 전단지였습니다. 개를 찾아주는 사람에게는 사례금으로 500달러를 주겠다고 합니다. 아직 경제 개념이 부족한 조지나는 엄마에게 묻습니다. 500달러가 있으면 집을 구할 수 있냐고. 물론 엄마는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지나는 개를 훔치기로 합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아무 개나 훔치지는 않습니다. 치밀하게 몇 단계의 계획을 세운 다음, 사전 조사까지 철저하게 합니다. 개를 잃어버리면 주인이 큰 사례금을 주고서라도 찾을 법한 개를 말이지요. 그러던 중 적당한 개를 한마리 찾습니다. 목에는 예쁜 스카프를 메고 있고, 주인 아주머니가 매우 예뻐하는 개입니다. 게다가 아주머니는 자신의 이름을 딴 거리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사례금을 지불할 능력도 됩니다.

   동생 토비와 함께 개를 훔쳐 길 건너 숲에 있는 집 뒷마당에 숨겨 놓습니다. 그곳은 아무도 살지 않는 집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개를 찾는다는 전단지가 붙지 않습니다. 주인이 개를 찾을만큼 사랑하지는 않았던 걸까요? 게다가 아무도 찾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그 집 뒷마당에 부랑자(!)로 보이는 한 남자가 살고 있습니다. 자주는 아니고, 여기 저기 떠돌다가 가끔씩 자러 온다고 합니다. 손가락이 세 개 밖에 없는 남자는, 그래도 개와 아이들에게 잘해 줍니다.

   전단지가 붙지 않자 상황을 살피러 간 조지나는 개 주인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래서 사례금을 적어놓은 전단지를 붙여보라고 권합니다. 그런데 조지나의 예상과는 달리 그 부인은 돈이 없습니다 500달러는 커녕 15달러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 거리의 이름은 부인의 할아버지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합니다.

   먹이를 주기 위해 숲 속 집으로 찾아가자 부랑자 무키는 조지나의 개와 똑같은 개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봤다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이런 말을 남깁니다.


   "때로는 뒤에 남긴 삶의 자취가 앞에 놓인 길보다 더 중요한 법이라는 거다. 너한테도 신조가 있냐?" (p.200)


   개를 훔치기는 했지만, 사실 조지나는 나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상황이 조지나를 그렇게 몰고 간 것이죠. 많은 갈등을 한 끝에 조지나는 개를 그냥 부인에게 돌려보냅니다.

   그리고 무키 아저씨의 비밀이 밝혀집니다. 무키는 조지나의 비밀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부인에게 알리지도, 조지나를 나무라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의 신조대로 행동하며, 조지나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토비가 가는 길에 동전을 흘리고 간 사람도, 고장난 자동차를 낮동안 감쪽같이 고쳐 놓은 사람도, 조지나가 학교에 간 사이 개에게 밥을 주고 산책을 시켜준 사람도 모두 무키였습니다. 조지나가 부인에게 개를 돌려주자 비로소 그곳을 떠난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일(p.199)이 생긴 곳으로 간 것이겠죠.


   "하지만, 그런 일을 왜 공짜로 해주는데요?"

   "왜냐면 말이다, 때로는 나한테 돈이 필요한 것보다 그런 일을 해결하는 게 더 급하거든." (p.200)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보통의 성장소설이 그렇듯이, 상황이 힘들 때는 울지않고 씩씩하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투정을 부릴 수도 있고,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잃어버리지 않으면 될 것입니다. 예를들면, 가족이라던가 혹은 신념이라던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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